박혜진이 남은 결정적 이유, “감독님을 버릴 수 없었다”

손동환 기자 / 기사승인 : 2020-04-25 08: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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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감독님을 못 버리고 가겠더라”


박혜진은 이번 WKBL 에어컨리그의 최대어였다. 에어컨을 뜨겁게 만들 정도였다. 우리은행을 포함한 대부분의 구단에서 영입 제의를 받았다. ‘도전’이라는 생각도 품었다. 그러나 박혜진의 행선지는 우리은행이었다.


박혜진이 우리은행에 남은 이유. 단순히 4년이라는 계약 기간을 보장받아서가 아니었다. 우리은행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기 위함만도 아니었다. 우리은행과의 정이 끈끈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위성우 감독과의 정이었다.


박혜진은 2012~2013 시즌 전까지 그저 잠재력 풍부한 유망주였다. 그러나 위성우 감독이 부임한 후, 박혜진은 조금씩 달라졌다. 위성우 감독 밑에서 통합 6연패라는 역사도 썼다. 개인 기량 역시 ‘Another Level'이 됐다. 지금은 WKBL 최고 레벨의 선수가 됐다.


자신을 최고로 만들어준 위성우 감독을 외면할 수 없었다. 진심을 안고 찾아온 위성우 감독을 떠날 수도 없었다. 지난 23일 박혜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알 수 있었다.


지난 24일 ‘우리은행에 남은 박혜진, ‘4년 계약’의 의미는?’라는 기사를 통해 계약 기간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통화 전반부 내용. 이번 기사에는 박혜진과 통화 후반부 내용을 다뤘다. 우리은행에 남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역시 지난 24일 기사에 이어, 일문일답으로 풀어봤다.


김정은 선수가 박혜진 선수를 잔류시키기 위해 많이 괴롭혔다(?)고 들었습니다.(‘괴롭혔다’는 기자의 개인적인 표현이다)
정은언니는 팀을 한 번 옮겨봤잖아요. 제가 어떤 것 때문에 고민하는지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셨어요. 그 입장에서 조언을 해주셨죠. 그런데 언니가 ‘너는 팀과 사이가 안 좋아서 나가는 게 아니지 않느냐. 감독님과 코치님, 동료들 모두 어제까지 웃고 지내던 동료들인데, 어떻게 버리고 나갈 수 있겠느냐’라고 말씀해주셨죠.
그러다가 ‘혜진아. 나는 너 없으면 안 된다. 너랑 뛸 때 행복하다’고 말씀하셨어요.(웃음) 처음에는 매일 연락이 와서 부담도 됐어요. 그래서 언니한테 ‘매일 연락하지 말고, 언니도 좀 쉬세요. 3일에 한 번 정도 연락합시다’고 했는데, 계약 기간이 끝나갈수록 더연락 빈도가 더 많아졌어요.(웃음) 하지만 저의 마음을 잡아주고 저를 원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든든했어요. 행복했죠.


이전과 중첩되는 질문일 수 있습니다. 박혜진 선수한테 여러 구단 오퍼가 있었을 건데, 박혜진 선수가 우리은행에 남은 결정적인 계기나 터닝 포인트가 있었을까요?
(박혜진은 대답 전에 긴 숨을 쉬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감독님을 못 버리고 나가겠더라요. 이 말이 어떻게 와닿으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 자리까지 올라오고 좋은 평가를 받은 건 감독님 덕분이에요. 감독님께서 저를 좋은 선수로 만들어주셨기 때문이에요.
만약에 제가 감독님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면, 제가 등지고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건 정말 아니었어요. 감독님 얼굴을 뵐 때마다 힘들었어요. 사실 제가 고민하고 있는 것 자체가 감독님으로 하여금 배신감을 들게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죠. 감독님께서는 이해한다고 하시지만, 제가 감독님이라면 서운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다른 팀에서 감독님을 볼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물론, 이기적으로 ‘내 생각을 제대로 이야기하고 좋게 나가면, 감독님은 나를 응원해줄 거야’라고도 생각했죠. 그렇지만 감독님 얼굴을 뵈니, 선뜻 그 말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감독님을 쉽게 등지고 나가지 못하겠다는 생각만 했어요.


감독님은 코트에서 항상 냉정하고 표정 변화가 잘 없는 분이잖아요. 박혜진 선수를 잡기 위해, 일부러 동정심을 유발하거나 그런 건 없었을까요?
그런 건 전혀 아니었어요.(박혜진의 어조는 꽤나 단호했다) 감독님도 저도 경상도 출신인데, 감독님께서 선수와 단둘이 있을 때 표현하는 걸 낯간지러워하세요. 이번에 저를 봤을 때도 어색해하는 게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진심을 보이려고 횡설수설하시는 게...(웃음).
감독님께서 어떻게든 저를 잡으시려고 다급하게 말씀하시는 것도 느껴졌어요.(웃음) 그런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감독님께서 이렇게까지 하시는데, 나한테 얼마나 배신감을 느끼셨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계약이 다 이뤄졌기에, 박혜진도 위성우 감독과의 상황을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주변에서 보면, 이룰 건 다 이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KB스타즈라는 강적과 우승 다툼도 해야 하고, 이래저래 목표 의식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상도 많이 받고, 저희 팀이 우승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는 제가 다 이뤘다고 표현하시지만. 프로는 질려고 하는 무대가 아니잖아요. 제가 우리은행에 있는 동안에는, 우리은행이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으면 좋겠어요.
사실 제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면도 있어요. 감독님께서 이번을 계기로 지도 스타일을 바꾼다는 말씀을 하셨데, 저와 이야기를 하면서 나온 것 때문에 팀이 잘못되면 어떡하나라는 부담감이 들더라고요.
저희 팀 훈련이 힘든 건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저희 팀 소속이 아닌 다른 선수들이 저희 팀을 꺼려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팀 선수들이 좋아할 수 있는 이미지의 팀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 부분에 욕심이 커요.


마지막 부분을 개인적인 목표로 생각해도 되겠군요.
지금 우리은행의 주장을 맡고 있지만, 제가 우리은행에 오래 있는 선수이기도 하잖아요. 다른 팀 선수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좋은 팀과 나쁜 팀이 가려지는데, 저는 앞으로 저희 팀을 다른 선수들이 선호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어요.


‘우리은행을 다른 팀 선수들에게도 선호하는 팀으로 만들겠다’는 말 외에, 팬들한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계약과 관련해서 이렇게 관심을 많이 받은 건 처음이었어요.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만약에 제가 이적을 했으면, 더 좋아하시는 팬들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이렇게 결정한 부분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코트에서 좋은 경기 많이 보일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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