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PO] ‘졌지만 빛난 투혼’ 오리온, 그들의 의지가 만들어낸 ‘리바운드 36개’

김준희 / 기사승인 : 2019-03-30 17: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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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코리아 = 김준희 기자] 오리온의 시즌이 끝났다. 봄 농구 무대에서 물러나지만, 그 어떤 팀보다 인상 깊은 활약을 남기고 떠났다.


고양 오리온은 2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전주 KCC와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92-100으로 패했다.


이날 경기 패배로 오리온은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숨가쁘게 달려온 시즌도 여기서 마감했다. 정규리그 10연패 뒤 플레이오프에 오른 최초의 팀이라는 역사를 세웠지만, 시즌 내내 발목을 잡은 부상이 플레이오프에서도 겹치면서 고개를 떨궜다.


오리온은 전주에서 열린 6강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1승 1패의 성적을 거뒀다. 홈에서의 반전을 노리고 고양으로 돌아왔지만, 3차전에서 패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오리온의 위기는 단순히 전적뿐만이 아니었다. 주축인 이승현과 최진수, 박재현이 나란히 부상을 입은 것. 이승현은 햄스트링, 최진수는 발목, 박재현은 뒤꿈치 등 부상 악령이 오리온을 덮쳤다.


이미 시즌 내내 숱한 부상을 겪었던 오리온이다. 한호빈과 최진수, 허일영, 김진유 등 부상 이력이 없는 선수가 드물다. 이번 플레이오프 시리즈도 이미 한호빈과 김진유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 박재현마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포인트 가드 자원은 임종일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


더 큰 것은 이승현과 최진수의 부재였다. 둘은 오리온 포워드 농구의 핵심 자원. 하승진 등이 버티는 KCC의 빅 라인업에 맞서려면 둘의 역할은 필수적이었다. 두 선수가 한꺼번에 빠지면서 오리온은 총체적 난국에 휩싸였다.


하지만 경기 전 만난 추일승 감독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다. 먼로와 허일영을 제외하고 모두 바뀐, 사실상 1.5군의 라인업이었지만 추 감독은 “이 없으면 잇몸으로 해야지, 뭐”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누가 봐도 전력적으로 열세인 상황. 승부에 대한 체념의 의미였을까, 선수들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었을까. 이어진 오리온의 경기력을 봤을 때, 후자의 의미에 가까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날 오리온은 예상을 뒤엎고 1쿼터 리드를 잡았다. 선수들의 왕성한 활동량과 적극적인 리바운드 참여가 돋보였다. KCC는 하승진을 포함한 빅 라인업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리바운드에서 5-12로 밀렸다.


제공권 장악은 더 많은 공격 기회로 이어졌다. 김강선이 골밑을 과감하게 파고들면서 점수를 쌓았다. 여기에 허일영과 함준후의 3점슛까지 터지면서 초반 완벽하게 분위기를 잡았다.


2쿼터에도 오리온의 흐름은 지속됐다. 에코이언이 3점슛 2개와 컷인 플레이, 속공 등으로 득점을 올리면서 분위기를 이었다. 2쿼터까지도 리바운드 개수는 22-13으로 오리온의 우위였다. 전술적인 부분도 작용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는 오리온 선수들의 의지가 엿보이는 수치였다.


하지만 후반 들어 오리온 선수들의 체력적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뛰지 못했던 선수들이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했고, 전반에 워낙 집중력을 쏟아부은 탓인지 야투 적중률과 리바운드 참여도가 떨어졌다.


체력적인 부침은 곧 수비 약화로 이어졌다. 전반까지 오리온의 수비에 묶였던 이정현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정현의 활약에 KCC는 3쿼터 막판 승부를 뒤집었다.


4쿼터가 되자 차이는 더욱 뚜렷해졌다. KCC는 이정현, 킨이 공격을 이끌면서 분위기를 잡았다. 반면 오리온은 외곽을 책임져야 할 허일영과 에코이언의 야투율이 0%(0/10)로 급감하면서 추격의 원동력을 잃었다.


결국 오리온은 KCC에 100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우여곡절 끝에 맞이했던 봄 농구도 여기서 끝났다. 하지만 끝까지 투혼을 선보인 오리온 선수들의 경기력은 충분히 박수받을만했다. 이날 오리온이 걷어낸 36개의 리바운드는, 그들의 투혼을 보여주는 증거나 다름없었다.


경기 후 추일승 감독도 패배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선수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남겼다. 추 감독은 “게임 내용에 대해 언급하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선수들이 열심히 잘했는데 아쉽다.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지친 선수들을 다독였다.


이어 추 감독은 “올 시즌을 돌아보면 여러가지 굴곡도 많았고, 선수들과 나 모두 소중한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팀이 성장하려면 개인적인 성장이 뒷받침돼야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번 시즌 아쉬운 선수도 많았고, 성장한 선수도 있는데 팀 발전에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속마음을 전했다.


추 감독은 이번 시즌을 ‘소중한 것을 얻은 시즌’이라고 표현했다. 그것은 부상, 10연패 등 우여곡절을 딛고 6강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온 선수들에 대한 칭찬임과 동시에, 경험을 통해 선수들이 한 단계 발전하길 바라는 추 감독의 염원이 담긴 문구라고 볼 수 있다.


오리온은 이제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 팀에 큰 보탬이 될 장재석이 합류한다. 외인 제도도 바뀌면서 팀 컬러에 맞는 용병도 데려올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올 시즌을 통해 선수들이 쉽게 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는 점이다. 역경을 딛고 최선의 결과를 이뤄낸 오리온이 다음 시즌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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