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9살, 웃으며 떠나고 싶어요”...박상오의 마지막 불꽃

이성민 / 기사승인 : 2019-01-13 04: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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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코리아 = 이성민 기자] “어느덧 39살이에요. 출전 시간은 줄었지만, 5분을 뛰어도 정말 행복해요. 웃으며 떠나고 싶어요.”


박상오는 KBL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부산 KTF(현 부산 KT)에 입단, 탄탄한 체격을 앞세운 다부진 플레이로 리그를 호령했다. 2010~2011시즌에는 KT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평균 14.9득점 5.1리바운드 1.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2~2013시즌에는 서울 SK로 이적했다. 도전이었다. SK에서 포워드 농구 핵심 역할을 소화했다. SK를 정규리그 정상에 올려놨다. 두 팀을 모두 정규리그 정상 자리에 올려놓은 박상오는 KBL 최고 포워드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선수로 거듭났다.


하지만, 2015~2016시즌을 앞두고 KT로 복귀한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팀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박상오를 향한 거센 비판과 비난이 이어졌다. 그 때문에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고민했다. 고액 연봉자로서 소속팀의 처참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크게 느꼈고, 더 이상 본인이 설 무대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런 박상오에게 손을 내민 것은 오리온 추일승 감독이었다. 박상오의 프로 첫 스승이기도 한 추일승 감독은 당시 "제자가 은퇴를 고민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고, 우리 팀에 베테랑이 필요하기 때문에 영입했다."고 박상오 영입 이유를 설명했다.


박상오는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올 시즌을 준비했다. 강도 높은 훈련을 마다하지 않았다. 베테랑으로서 팀이 필요한 순간 활약해줄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말이다.


분명 정상에 있을 때 기량은 아니다. 하지만, 박상오는 자신의 모든 것을 코트 위에 쏟아붓고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몸을 날리고, 몸싸움을 펼친다. 박상오의 헌신은 고양 오리온의 4라운드 돌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오리온은 KCC와의 4라운드 맞대결에서 허일영의 쐐기 3점슛을 앞세워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박상오는 이날 경기에서 하승진, 브라운을 상대로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1쿼터에는 이들을 압도했다(7점 3리바운드 2블록슛). 박상오의 초반 활약이 없었다면 오리온의 승리도 없었을 것이다.


경기 후 만난 박상오는 “6위가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이겨 너무 기분 좋다. (허)일영이가 넣어줘서 더 기분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박상오의 올 시즌 평균 출전 시간은 12분 53초. 커리어 로우다. 무언가를 보여주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박상오는 단호하다. 자신의 위치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받아들이고 있다.


“어느덧 39살이에요. 출전 시간은 줄었지만, 5분을 뛰어도 정말 행복해요.”라고 운을 뗀 박상오는 “저는 식스맨이다. 제게 주어진 출전 시간은 5~10분이다. 시간이 짧다고 해서 서운하지 않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젊었을 때였다면 기분이 나빴겠지만, 이제는 신경 쓰지 않는다. 주어진 시간 동안 최대한 팀에 도움이 돼보자는 생각이 전부다. 그 방법은 수비와 리바운드다. 전성기 때처럼 득점을 많이 하지 못해도 수비나 리바운드, 궂은일을 열심히 한다면 팀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매 경기 5반칙 퇴장을 당할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급격하게 찾아온 기량 저하. 화려했던 전성기 시절이 그리워질 법도 하지만, 박상오는 현재에 충실히 하고 있다. 후배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오리온의 라커룸 리더로 거듭난 박상오다.


“세월의 흐름을 정말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후배들에게도 ‘전성기는 짧다. 그 시간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건방 떨면 안 된다’고 얘기한다. 그래도 제가 후배들보다는 경기를 많이 뛰어봤기에 해줄 말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제일 강조하는 것은 인성이다. 농구 얘기보다 인생 얘기를 많이 한다.”


오리온은 2라운드 중반까지 2승 11패로 꼴찌였다. 10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다행히도 지난 11월 15일 서울 삼성에 91-68, 23점 차이로 승리하며 연패를 탈출했고, 이후 차곡차곡 승수를 쌓아 올려왔다. 4라운드 후반부에 들어선 현재 16승 18패로 단독 7위다. 플레이오프 진출 가시권. 오는 29일 군에서 제대하는 에이스 이승현과 함께 리그 후반기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베테랑 박상오의 열정도 더욱더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박상오는 “시즌 초반 어려움을 딛고 올라선 것이 정말 기쁘다. 29일에는 (이)승현이라는 천군만마가 돌아온다. 타 팀에서 승현이를 상대해봤는데 정말 좋은 선수다. 믿음직스럽다. 승현이가 오면 우리는 180도 달라질 것이다. 모든 평가가 그렇지 않나. 저도 아직 5~10분 정도는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 주축 선수들에게 힘을 더 실어줄 수 있는 베테랑이 되겠다.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내심 챔피언 반지도 끼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 무엇보다 오리온 팬들에게 행복한 추억이라는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마무리할 때 됐잖아요. 웃으며 떠나고 싶어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김)주성이 형처럼 화려한 은퇴는 바라지도 않아요. 전 지금까지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으니까요. 다만, 언제나 그랬듯 열심히 했다는 선수로 팬들의 기억 속에 남고 싶어요. 이번 시즌이 그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불태워볼게요.”라며 미소 지었다.


박상오다운 인터뷰가 그렇게 마무리되어가던 순간 “잠시만요. 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어요.”라고 다급한 한마디를 날린 박상오는 “그래도 지난 시즌까지 저를 응원해주신 KT 팬들에게도 한 마디 남겨야 할 것 같다. SK에서 KT로 복귀한 뒤 지난 시즌까지 3년 동안 성적이 너무 안 좋았다. 팬들에게 너무 죄송했다. 죄송하다는 말도 못 하고 오리온으로 왔다. 부산은 저를 키워준 제2의 고향과도 같다. KT 출신이라는 신분이 부끄럽지 않도록 오리온에서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 정말 감사했다.”고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덤덤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조금씩 마지막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누구보다 뜨겁게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박상오. 과연 박상오는 올 시즌의 끝과 마주했을 때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사진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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