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포트] 정효근 IS BACK

황정영 기자 / 기사승인 : 2021-03-15 15: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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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의 에이스, 정효근이 돌아왔다.

정효근의 전역은 많은 이들의 관심사였다.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전자랜드가 아름다운 결말을 맞이하기 위한 열쇠 같은 존재였기 때문.

하지만 정효근의 사회 복귀는 순탄치 않았다. 전역 후 몇 경기를 잘하며 ‘정효근은 정효근이다’라는 말을 자아냈지만, 그 후 들쑥날쑥한 경기력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잘한 경기에서는 21득점을 퍼부었지만, 그 반대의 경우 2득점에 그치는 날도 있었다. 유독 슛감이 좋지 않았던 날에는 악플 세례를 면할 수 없었다.

상무와 전자랜드는 다른 팀이다. D리그와 정규리그 역시 다른 리그라고 볼 수 있다. 전역 후 곧바로 녹아들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다. 그럼에도 대중들이 정효근에게 거는 기대가 컸기에, 정효근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실망을 무방비 상태로 받아들여야 했다.

사실, 그러한 기대치를 배제하고 보면 정효근은 적어도 제 역할 하나쯤은 하고 있었다. 기복이 있는 건 사실이었으나 사람이 언제나 잘할 수는 없는 법.

그런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정효근에게 또다시 닥친 시련이 있었다. 지난 1일 KGC와의 경기에서 수술했던 발목에 타격을 입어 물이 찼다. 이 때문에 그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아직 시즌은 남았고, 나아가 플레이오프까지 내다봐야 했다.

유도훈 감독은 선수 보호를 위해 다음 경기에서 정효근을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이후에는 출전시간을 줄이고 최대한 무리가 안 가는 방향으로 전술을 지시했다. 정효근에게 3번 역할을 맡기는 대신, 이대헌과 4번 역할을 분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에 따라 기록 역시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9일 SK전부터 정효근의 기세가 다시 살아났다. 그간의 설움을 털듯 슛을 쏟아냈고, 스틸과 블록슛으로 상대의 기로도 완전히 차단했다.

14일, 오리온과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은 정효근의 발목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3번 역할을 조금씩 맡기 시작했다. 이대헌과 분배 대신, 그 둘이 같이 서는 경기를 주문받은 것.

아무래도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기에 온전히 역할을 소화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1쿼터와 4쿼터에 3번으로서 경기에 임했다.

정효근은 3번을 맡으며 미드-레인지 점퍼슛을 넣거나 골 밑을 지키고, 수비로 상대의 흐름을 저지하는 등 능숙한 이해도를 보였다.

그렇게 일궈낸 그의 업적은 12득점 5리바운드 1어시스트 2블록슛. 짧은 기간 역할의 변화가 있었음에도 선전한 기록이었다.

이날 정효근에게 3번을 지시한 유도훈 감독은 우스갯소리로 “맛도 못 봤다”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그 말은 이게 맛을 못 본 거라면, 반대로 맛을 봤을 땐 얼마나 위력적인 플레이가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유도훈 감독은 정효근이 3번을 원숙하게 소화했을 때 신장에서 나오는 리바운드를 우선적으로 기대했고, 외곽포까지 터지면 배가 될 시너지를 상상했다. 동시에 인사이드 투맨 게임 수비도 강조했다.

유도훈 감독은 그간 정효근의 경기력, 그리고 다시 올라온 그의 폭발력에 “발목에 물이 찬 것의 영향이 당연히 있다. 괜찮아졌다고 해도 후유증이 있다. 농구는 자기도 모르게 자연스레 나오는 동작이 있는데, 그때 뇌에서 통증이 감지되면 동작이 안 나온다”고 정황을 설명했다.

유도훈 감독이 기대하는 이상적인 합은 이대헌의 공으로 정효근이 살아나고, 정효근의 공으로 이대헌이 살아나는 플레이다. 둘이 같이 잘하는 건 어렵다는 걸 아는 유 감독이다.

유도훈 감독은 정효근 외에도 차바위, 정영삼의 부상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랜드 복귀 후 정효근의 행보를 본다면 충분히 그가 팀을 선양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효근은 그만큼의 능력이 있고, 그 능력을 떠받들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떠도는 말로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다’라는 문장이 있다. 연예인 걱정 해봤자, 정작 연예인은 우리의 생각보다 잘산다는 의미에서 쓰이는 말이다.

이 말을 비슷한 맥락이면서 조금 다른 의미로 정효근에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정효근 걱정은 하는 게 아니다’, 정효근의 경기력을 아무리 걱정해도 그는 그 나름대로 고비들을 잘 헤쳐나가고 있다는 뜻으로 말이다.

앞으로 그의 발목 상태가 또 발목을 잡을지라도, 정효근은 다시 일어날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정효근은 14일의 경기로 황제의 귀환을 알렸다. 부상 행렬에 걱정이 깊어가는 전자랜드의 천군만마. 잔여 시즌 그가 어떤 드라마를 써나갈지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사진 제공 = KBL

바스켓코리아 / 황정영 웹포터 i_jeong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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