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 ‘PO 위닝 시리즈’는 ‘또 한 번’ 허락되지 않았다. 이는 분명 ‘반복된 실패’다.
수원 KT는 2021~2022 시즌 정규리그 미디어데이에서 가장 뜨거운 팀이었다. 대부분의 구단들이 KT를 ‘우승 후보’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KT는 시즌 중반까지 ‘우승 후보’의 면모를 과시했다. 창단 첫 10연승에 도전할 정도로 뜨거운 기세를 보였고, 정규리그 1위도 오랜 시간 지켰다. 미디어데이에서 받은 기대감에 충족할만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정규리그 1위를 서울 SK에 내줬다. 4강 PO 직행 티켓을 얻었지만, 유리한 조건을 100% 활용하지 못했다. 또 한 번 PO에서 좌절했다. 2011~2012 6강 PO 이후, 단 한 번도 PO 시리즈를 이기지 못했다. ‘반복된 실패’ 속에 2021~2022 시즌을 마쳤다.

서동철 감독이 2018~2019 시즌 부임한 이후, KT는 꼴찌에서 PO 단골손님으로 거듭났다. 서동철 감독이 내세운 ‘공격 농구’가 허훈(180cm, G)-양홍석(195cm, F) 등 잠재력 뛰어난 어린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KT는 2018~2019 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정규리그 6위에 머물렀다. 코로나19로 조기 종료된 2019~2020 시즌을 제외하면, 6강 PO에서 고배를 마셨다. 특히, 2020~2021 시즌에는 KGC인삼공사에 3전 전패했다.
그리고 KT는 변화를 줬다. 연고지를 수원으로 옮겼고, 주축 자원을 도와줄 선수들을 영입했다. 경기 운영에 능한 김동욱(195cm, F)과 수비가 좋은 정성우(178cm, G)를 데리고 온 것도 위의 이유와 같았다. 여기에 높이를 채워줄 캐디 라렌(204cm, C)과 하윤기(204cm, C)도 KT 유니폼을 입었다.
악재도 있었다. 허훈이 개막 직전 연습 경기에서 발목을 다친 것. KT는 허훈 없이 1라운드를 치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는 1라운드에서 6승 3패를 기록했다. SK에 이어 2위로 1라운드 마무리.
그리고 허훈이 돌아왔다. KT는 2라운드와 3라운드에 각각 7승 2패와 8승 1패를 기록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KT의 승률이 높아진 것. KT는 3라운드까지 21승 6패. 최고의 페이스를 달렸다. 예전의 KT가 아니었다.
# 불안함의 서막
KT는 4라운드 들어 급격한 침체에 빠졌다. 3라운드까지 단 한 번의 연패(2연패)만 기록했지만, 4라운드에만 두 번의 연패를 당한 것. 2연패와 4연패였다.
그 때 SK가 치고 올라왔다. 그러면서 KT는 2위로 떨어졌다. KGC인삼공사와 현대모비스 등 3~4위 팀의 위협을 받았다. 2위 수성도 쉽지 않아보였다.
KT의 경기력이 침체됐을 때, 서동철 KT 감독은 “우리가 좋은 경기력을 보였을 때에는, 수비가 잘 됐다. 수비가 잘 된 게 선수들의 공격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수비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공격력 역시 떨어졌다”며 ‘수비력 저하’를 경기력 하락의 핵심으로 바라봤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표가 이를 증명한다. KT는 3라운드까지 평균 76점 내외의 실점을 했지만, 4라운드와 5라운드에 평균 82점 내외의 실점을 했다. 서동철 KT 감독이 ‘수비’를 고민하는 건 당연했다.
정성우와 하윤기라는 수비에 능한 자원이 들어왔다고는 하나, 이 두 명이 수비의 핵심이 되는 건 어렵다. 정성우는 페인트 존을 지키기 힘든 앞선 자원이고, 하윤기는 프로에 갓 입단한 루키이기 때문.
기존 선수 중에 수비 중심을 잡아줄 이가 필요했다. 그러나 기존 선수 중 수비 컨트롤 타워를 맡을 이는 없었다. 캐디 라렌의 수비 적극성과 수비 범위는 다소 부족했고, 그나마 활동량이 많고 활동 범위가 넓은 양홍석(195cm, F)도 에너지 레벨 저하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KT는 5라운드와 6라운드에 각각 6승 3패와 7승 2패를 기록했다. 2위를 공고히 다졌고, 4강 PO 직행 티켓을 획득했었다. 2010~2011 시즌 이후 11년 만의 성과. 보름 넘는 휴식 기간을 얻은 KT는 유리한 고지에서 상대를 기다렸다.

KT의 4강 PO 상대는 KGC인삼공사로 결정됐다. 2020~2021 시즌의 아픔을 되갚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 때와 상황도 달랐다.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 역시 4강 PO 1차전 직전 “우리의 객관적인 전력이 KT보다 너무 떨어진다”며 ‘열세’를 인정했다.
KT의 로스터가 훨씬 두터워졌다. 선수 특성 또한 다양해졌다. 허훈과 정성우로 이뤄진 가드진, 김동욱-김영환(195cm, F)-양홍석으로 이어지는 포워드 라인, 두 외국 선수와 하윤기, 김현민(198cm, F) 등 빅맨 자원까지 두터웠다. 군에서 제대한 한희원(195cm, F)과 수비에 능한 박지원(191cm, G)도 언제든 출격할 수 있는 자원.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이 걱정하는 건 당연했다.
KT의 옵션은 분명 풍부했다. 다양한 조합으로 다양한 무기를 만들 수 있었다. 꼭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지 않아도, 주전 자원 내에서 다양한 공수 전술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다양한 구슬을 하나의 줄로 꿰지 못했다. 가진 건 많았지만, 보여준 건 많지 않았다.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간 SK와 더 대조됐다. SK는 ‘스피드’와 ‘끈끈함’이라는 기본 컬러를 지켰고, 많은 가용 인원을 상황에 맞게 투입했다. 라인업에 맞는 조직력과 시너지 효과도 보여줬다. 그래서 김선형(187cm, G)-안영준(195cm, F)-최준용(200cm, F)-자밀 워니(199cm, C)로 이어진 주전이 더 호화롭게 보였다. 최원혁(182cm, G)-오재원(186cm, G)-이현석(190cm, G)-허일영(195cm, F)-최부경(200cm, F) 등 백업 자원의 역량도 더 뛰어나보였다.
한편, KT를 상대했던 KGC인삼공사는 오마리 스펠맨(203cm, F) 없이 4강 PO를 치렀다. 가용 인원도 부족했다. 그렇지만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이 확실했고, 구성원 모두 제 역할을 수행했다. 그 속에서 최상의 하모니를 이뤘다. 그 결과, KT에 챔피언 결정전 탈락을 안겼다.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의 말에서도 이를 알 수 있었다. 4차전 종료 후 “보셔서 아시겠지만, 다들 너무 잘해줬다. 전성현-변준형-문성곤-오세근-먼로에 박지훈-양희종-함준후 등 백업 자원까지 다 하나가 됐다. 누구 한 명을 시리즈 MVP로 꼽기 어려운 이유다”고 말했다. 적은 가용 인원을 지녔음에도, 여러 강점을 하나로 묶은 것. 이는 KT가 보고 배워야 할 점이었다.
# 부족한 투지-부족한 심리전, ‘반복된 실패’의 핵심 요인
KT와 KGC인삼공사를 보며, 하나의 생각이 들었다. ‘6강 PO를 치른 KGC인삼공사는 루즈 볼 하나에 득달 같이 달려드는데, 4강 PO부터 시작한 KT의 발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였다. 간단히 말하면, ‘KGC인삼공사는 빠르고 강하게 움직이는데, KT는 느리고 둔하게 움직인다’가 핵심이었다.
KT도 이기려는 마음이 강했지만, KGC인삼공사의 승부 근성이 훨씬 강했다. KT의 투지도 강했지만, KGC인삼공사의 투지와 기가 훨씬 세보였다. KT도 절박했지만, KGC인삼공사가 훨씬 더 절실해보였다.
여기에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이 심리전을 걸었다. 2차전 종료 후에는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 나는 너무 한 게 없다. 잘 놀다 간다”는 파격(?)적인 멘트를 날렸고, 3차전 종료 후에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서, 다윗이 이기고 있다. 이제는 저 쪽이 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4차전을 앞두고는 “우리가 예측한 대로, 상대 스타팅 라인업이 나왔다. KT가 우리의 함정에 걸린 것 같다. 그 라인업이 패착일 수 있다”며 심리전의 정점을 찍었다.
물론, 김승기 감독의 멘트가 KT에 투혼을 불어넣었을 수도 있다. 자극을 줬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세가 KGC인삼공사로 이미 넘어갔다. 또, 많은 관계자들이 KGC인삼공사의 자신감에 초점을 더 맞췄다. KT가 심리전에 말릴 확률이 높았던 이유.
서동철 KT 감독도 이를 알고 있었다. 4차전 직전 “3차전까지 투지 싸움에서 밀렸다고 생각했다. 우리 선수들이 투지와 근성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건 아니지만, 너무 착하게 농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선수들에게 그런 갈 강조했다”며 ‘투지’를 중요하게 여겼다.
KT는 4차전에 다른 경기력을 보여줬다. 4쿼터 한때 66-76으로 밀렸지만, 끈질긴 추격전으로 동점(79-79)을 만들었다. 대반전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경기 종료 0.8초 전 변준형(185cm, G)에게 결승 레이업 허용. 정성우가 마지막 슛을 던졌지만, KT의 2021~2022 시즌은 끝이 났다. 예년보다 한 단계 성장했지만, KT의 행보는 분명 아쉬웠다. 많은 관계자들한테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고, 팀 자체적으로도 ‘우승’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PO 경기력이 그랬다. 2018~2019 6강 PO와 2020~2021 6강 PO, 2021~2022 4강 PO로 이어지는 3번의 시리즈 연달아 패했다. 과정이 어떻게 됐든, 결과는 ‘반복된 실패’였다. KT가 진정 ‘우승’을 생각하는 팀이라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선수와 코칭스태프, 사무국 등 수원 KT 소닉붐에 속한 모든 구성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반복된 실패’가 ‘성공’으로 바뀌려면, 오랜 시간과 강력한 각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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