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승부] 전성기 맞은 김주성, 승부의 긴장감을 없애다

손동환 기자 / 기사승인 : 2020-04-13 14: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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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모든 건 끝이 있다. 특히, 승부의 세계에서는 끝을 봐야 한다.


KBL 역시 마찬가지다. 1997년부터 2018~2019 시즌까지 20년 넘게 마지막 승부를 펼쳐왔다. 이유는 단 하나다. 10개 구단 중 최고의 팀을 가리기 위해서다.


10개 구단은 약 5개월 동안 정규리그를 펼친다. 그 중 상위 6개 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6강-4강을 거친 후, 두 팀만이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때까지 피 터지게 싸운다.


두 팀의 마지막 승부는 치열하기도 했고, 맥이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사력을 다했다. 각자의 목적을 위해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 마지막 무대에 선 두 팀의 노력을 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준비한 카테고리가 ‘마지막 승부’다.


Intro 1. 원주 동부와 서울 삼성, 최후의 무대에 서다


원주 동부는 2002~2003 시즌부터 매 시즌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팀이다. 역대 한국 최고 빅맨 중 한 명인 김주성을 선발했기 때문이다. 2007~2008 시즌에는 더욱 그랬다. 김주성이 전성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김주성이 중심이 된 동부는 해당 시즌 정규리그 1위(38승 16패)를 차지했고,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안양 KT&G를 3승 1패로 제압했다. 동부라는 이름을 달고 처음으로 챔피언 결정전에 나섰다.
서울 삼성은 정규리그 3위(32승 22패)로 6강 플레이오프에 나섰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창원 LG를 2-0으로 제압했고,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전주 KCC를 3전 전승으로 압도했다. 손쉽게 챔피언 결정전에 나섰다. 이상민-강혁-이규섭-테렌스 레더 등을 앞세운 삼성은 결코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Intro 2. 원주 동부, 9부능선을 넘다


동부는 삼성과의 상대 전적에서 4승 2패로 앞섰다. 하지만 삼성은 플레이오프 5연승을 달렸다. 두 팀 모두 유리한 이유가 충분했다.
단기전은 분위기 싸움이다. 특히, 초반 분위기가 중요하다. 7전 4선승제로 펼쳐지는 챔피언 결정전이라면 더욱 그렇다.
동부가 첫 경기부터 삼성을 압도했다. 레지 오코사와 김주성의 높이가 힘을 발휘했다. 오코사는 32점 12리바운드(공격 7) 3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했고, 김주성은 20점 6리바운드(공격 1) 6어시스트 1스틸로 오코사를 뒷받침했다. 동부는 두 빅맨을 앞세워 페인트 존 득점에서 58-38로 압도했고, 101-88로 1차전을 잡았다.
2차전은 쉽지 않았다. 1쿼터를 27-20으로 앞섰지만, 2쿼터에 추격당했다. 전반전을 49-49로 마쳤다. 김주성과 표명일이 후반전 흐름을 주도했다. 김주성은 후반전에만 17점 4리바운드(공격 1) 2어시스트를 기록했고, 표명일도 후반전에 11점 5어시스트로 동부의 후반 저력을 만들었다. 가드와 빅맨이 고르게 활약한 동부는 100-96으로 2차전도 잡았다.
3차전은 더욱 접전으로 흘러갔다. 2쿼터 초반을 제외하면, 5점 차 이상 격차가 나오는 일도 드물었다. 4쿼터 중반부터는 더욱 치열했다. 주도권이 공격권 한 번에 바뀔 수 있는 상황. 치열한 승부는 강혁의 손에서 끝났다. 강혁이 경기 종료 3초 전 88-85로 달아나는 자유투를 성공했기 때문이다. 삼성의 88-87 승리. 삼성은 기사회생했다.
동부가 흔들릴 수 있었다. 다 잡은 경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2승 1패로 쫓기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동부는 의연했다. 동부의 빅맨과 가드진 모두 고른 활약을 펼쳤다. 5명의 선수가 두 자리 득점을 기록했고, 동부는 90-77로 완승했다. 3승 1패. 1승만 더 하면, 통합 우승이었다. 희망을 안고 마지막 승부에 임했다.


Last Match. 싱거웠던 승부, 중심은 역시 김주성


동부는 탄력을 받았다. 우승할 수 있다는 희망이 동부를 더욱 신나게 했다. 5차전 1쿼터를 보면 알 수 있다.
동부는 1쿼터를 28-11로 앞섰다. 김주성과 카를로스 딕슨의 역할이 컸다. 김주성과 카를로스 딕슨은 1쿼터에만 18점 7리바운드(공격 3)를 합작했다. 두 선수의 1쿼터 득점과 1쿼터 리바운드가 삼성의 1쿼터 득점과 1쿼터 리바운드보다 많을 정도였다.
하지만 방심한 탓일까. 동부는 삼성의 외곽포에 쫓겼다. 이정석과 강혁, 이규섭에게 3점포 한 방을 맞았다. 그러나 김주성이 2쿼터에도 9점으로 맹활약했고, 동부는 두 자리 점수 차(46-35)로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동부와 삼성은 3쿼터 내내 높은 야투 성공률을 보였다. 동부와 삼성 모두 3쿼터에 야투 성공률 66.7%를 기록했다. 3쿼터에 성공한 야투 개수 역시 10개로 동일했다. 동부가 화력전을 잘 버텼고, 72-62로 마지막 10분을 준비했다.
동부는 수비와 리바운드에 집중했다. 삼성의 공격을 림과 최대한 먼 곳으로 떨어뜨렸다. 삼성의 낮은 공격 확률을 유도한 것.
성공적이었다. 삼성의 4쿼터 3점슛 성공률은 약 18%(2/11)에 불과했고, 김주성-레지 오코사-카를로스 딕슨이 착실히 리바운드했다. 딕슨의 3점포 2방까지 터졌고, 동부는 일찌감치 승부를 매듭지었다. 90-74 완승. 시리즈 전적 4승 1패. 동부의 통합 우승이 확정됐다.
2004~2005 시즌 TG삼보 시절 이후 3년 만의 통합 우승. 동부라는 이름을 단 후, 첫 통합 우승이었다. 그 중심에는 ‘김주성’이 있었다.


Outro. 기록을 쓴 김주성, 그가 돌이켜본 2007~2008 마지막은?


2007~2008 시즌 김주성을 막을 수 있는 아무도 없었다. 시계를 어느 시대로 돌려도, 2007~2008 시즌 김주성은 ‘언터쳐블’일 확률이 높다.
이유가 있다. 김주성은 해당 시즌 KBL 역사상 최초로 ‘정규리그+올스타전+플레이오프’ 모두 MVP를 차지할 정도로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
김주성을 플레이오프에서 상대했던 박훈근은 “높이와 기동력이 워낙 좋았어요. 수비 기여도가 큰 선수였는데, 플레이오프에서는 공격도 잘 해줬어요. 높이와 돌파를 이용한 공격만 해도 위협적인데, 미드-레인지 점퍼 정확도도 높았죠. 포스트업이나 돌파만 견제할 수 없었어요. 붙으면 파거나 높이를 이용하고, 떨어지면 슛을 했기 때문이죠. 저희 포워드진이 터프한 수비를 해도 파울만 누적될 뿐이었죠”라며 해당 시즌 김주성을 증언했다.
김주성 역시 전성기임을 알고 있었다. 김주성은 2007~2008 시즌을 이렇게 회상했다.

“몸 상태가 전성기에 접어들었던 걸로 기억해요. 연차가 쌓이면서 심리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들기도 했고요. 장기 레이스인 정규리그에서는 변수가 많아서,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 일에 많이 집중하려고 했어요. 플레이오프 때는 공격적으로 하려고 했죠. 특히, 삼성이랑 할 때는 공격적으로 해야겠다고 판단했어요. 팀 수비가 워낙 잘 됐기 때문에, 공격에서 신경 써야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막히더라도, 다른 선수들이 잘 풀어줬죠”
김주성은 그 후에도 마지막 승부를 펼칠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마지막 승부의 승자는 되지 못했다. 2017~2018 시즌 종료 후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고, 이번 시즌부터 원주 DB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2007~2008 챔피언 결정전 5차전 양 팀 선수 기록]
1. 원주 동부
- 김주성 : 40분, 29점(자유투 : 11/13) 8리바운드(공격 3) 2어시스트 2스틸 2블록슛
- 레지 오코사 : 39분 12초, 17점 14리바운드(공격 3) 6어시스트 1스틸 1블록슛
- 카를로스 딕슨 : 19분 34초, 17점(4Q : 8점) 8리바운드(공격 3) 2블록슛 1어시스트
2. 서울 삼성

- 빅터 토마스 : 37분 28초, 18점 12리바운드(공격 3) 5블록슛 3스틸 1어시스트
- 이규섭 : 33분 38초, 17점(3점 : 3/8) 1리바운드 1스틸
- 테렌스 레더 : 22분 16초, 13점 7리바운드(공격 3) 3어시스트
- 이정석 : 29분 34초, 10점 4어시스트 3리바운드(공격 2) 1스틸


[2007~2008 챔피언 결정전 5차전 양 팀 주요 기록 비교]
- 2점슛 성공률 : 56%(24/43)-60%(18/30)
* 페인트 존 득점 : 40-36
- 3점슛 성공률 : 50%(8/16)-33%(10/30)
- 자유투 성공률 : 69%(18/26)-67%(8/12)
- 리바운드 : 34(공격 9)-28(공격 9)
- 어시스트 : 20-17
- 스틸 : 6-8
- 턴오버 : 11-13 (속공 : 3-0)
- 블록슛 : 5-5

* 모두 동부가 앞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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