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혜진(178cm, G)은 아산 우리은행의 주장이자 기둥이다. WKBL을 좌우할 수 있는 WKBL 최고의 선수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 어떤 단어 하나로 쉽게 설명하기 힘든 선수다.
그런 박혜진이 2020~2021 시즌 전 이탈했다. 족저근막염. 휴식이 답인 부상. 게다가 나아진다고 해도,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부상이기도 하다. 우리은행에는 비상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강팀의 면모를 보였다. 12월 7일 BNK전 종료 기준으로 단독 1위(8승 3패)다. 김정은(180cm, F)이 중심을 잡는 가운데, 김소니아(176cm, F)와 박지현(183cm, G)이 우리은행의 새로운 핵심으로 비상했다. 박혜진 대신 투입된 김진희(168cm, G)의 깜짝 활약도 긍정적인 요소다.
치료와 재활에 매달린 박혜진은 지난 7일 BNK전에 함께 동행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BNK전 직전 “체육관에만 있으니 힘들어하는 것 같더라. 같이 다니면서 체육관 감각도 익혀야 되는 부분이 있다. 분위기를 익히는 차원이다. 그렇게 하려면, 엔트리에 포함해야 한다고 하더라”며 박혜진을 데리고 온 이유를 설명했다.
박혜진은 선수들과 몸을 풀었다. 그리고 벤치에서 선수들을 응원했다. 선수들에게 힘을 넣어주고, 선수들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했다. 코트 리더는 아니지만, 보이스 리더로 자기 몫을 하려고 했다.
특히, 하프 타임 때 박혜진에게 조언을 들은 김진희는 “못했던 걸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다. 못 해도 되니, 자신 있게 하라고 말씀하셨다. 하던 대로 하라고 조언해주셨다”며 박혜진의 조언 내용을 설명했다.
그리고 “사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내가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거나 못하는 게 있을 때, 언니가 많이 알려준다. 워낙 경험이 많고 기량이 출중한 언니기 떄문에, 언니의 여러 조언이 큰 힘이 된다”며 박혜진의 존재감을 설명했다.
하지만 박혜진이 복귀한 건 아니다. 앞서 말했듯, 예민한 부상 부위. 그래서 팀도 박혜진도 복귀 시점을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복귀가 임박했다는 게 사실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혜진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박혜진은 인터뷰에 응했다. 다만, 조건은 있었다. 본인이 복귀 후 제 몫을 했을 때, 해당 기사가 나갔으면 한다고 말이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팀의 주장이자 핵심 자원이지만, 그 동안 힘이 되지 못한 것. 그걸 말로만 설명하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코트에서 힘이 된 후, 자신의 진심을 전하는 게 맞다고 여겼다.
BNK전 이후 3일이 지났다. 박혜진이 홈 코트에 나타났다. 그리고 복귀전을 치렀다. 하나원큐를 상대로 28분 48초를 뛰었고, 4점 4리바운드(공격 1)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박혜진답지 않은 기록이었다. 하지만 박혜진의 득점은 중요할 때 나왔다. 특히, 경기 종료 8초 전 2개의 자유투 성공으로 63-60을 만들었고, 우리은행은 남은 8초를 잘 버텼다. 박혜진의 자유투가 있었기에, 우리은행이 이길 수 있었다.
박혜진은 승부처를 안정감 있게 버텨줬다. 박혜진이 조율을 해줬기에, 박지현(183cm, G)이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자기 몫을 충분히 해줬다. 그래서 기자는 지난 8일에 시행된 박혜진과의 일문일답을 지금 공개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혼자 재활하다가 오랜만에 같이 이동했어요. 게임을 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같이 다니는 것만 해도 너무 좋았어요.
부상으로 오랜 기간 팀을 떠난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 고생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요.
마음 고생을 많이 하는 것도 사실이고, 속상한 부분도 있어요. 감독님께서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셨죠. 아직 따라만 다니는데, 지금 상황에서 죄송스럽다는 말을 하는 건 무책임한 것 같아요. 복귀를 잘 하고 난 다음에, 제 마음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BNK전 하프 타임 때 김진희한테 무언가를 이야기해줬습니다.
(김)진희가 원래 패스나 판단력이 굉장히 빨라요. 그런데 그 날 따라 생각이 많아보였어요. BNK전에서 유독 주춤거리다가 뒤늦게 주는 게 많았죠. 그래서 찬스 맞은 사람의 슈팅 타이밍도 늦었고요. 진희 스스로도 밸런스 안 맞아보였어요,
그래서 ‘생각이 조금 많아보인다. 드리블이 긴 것 같은데, 단순하게 해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슛 10개 던져서 하나도 안 들어가도 된다. 동료들의 리바운드를 믿고 던져라’는 이야기를 해줬던 것 같아요.
경기에 뛰지 않았지만, 벤치에서 힘을 싣기 위해 노력한 것 같습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밖에서 본 걸 이야기해주고 싶었고요. (김)소니아가 2라운드 BNK전에서도 5반칙으로 물러났는데, 어제 경기도 초반에 파울 트러블에 걸렸어요. 파울이 더 나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쓸데없는 손질을 자제해야 된다고 말해줬어요. 흥분을 다운시키려고 했죠(웃음)
동행하면서 느낀 것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또, 복귀한다면 어떻게 적응해야 되겠다는 것도 생각했을 것 같고요.
휴식기 이후로 팀 밸런스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제가 복귀하게 된다면, 예전처럼 볼을 소유하고 그런 것보다 팀 밸런스에 잘 맞춰야 될 것 같아요. 당장은 예전처럼 큰 역할을 하기보다, 물 흐르듯이 달라진 팀 컬러에 맞게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진희가 예전에 크게 다치기 전에도, 저는 ‘나는 너랑 같이 뛰고 싶다’고 이야기했어요. 우스갯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런 말을 했었어요.
진희가 아직 경험이 많이 안 쌓였다 보니, 많이 뛴 선수들과 매치업됐을 때 버거워하는 게 없지 않아있더라고요. 그렇지만 또래에 비해서 충분히 낫다고 봐요. 자신감만 더 가지면 충분히 더 잘할 수 있는 선수인데, 잘해줘서 너무 좋아요.(웃음)
너무 고마운데, 너무 미안하기도 해요. 진희가 경기 중에 헤맬 때, 제가 같이 뛰어주거나 옆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그러면 본인이 당황하지 않고 위기를 더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데, 제가 도움을 못 주고 큰 짐만 준 것 같아요.
특히, 진희가 어제 경기(vs. BNK)에서는 발목 부상까지 당했잖아요. 제가 몸만 괜찮았으면 진희 자리를 커버해줄 수 있을 건데... 아직 그러지 못하다 보니, 진희가 참고 뛰어야 했어요. 너무 고마운데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컸어요.
김정은 선수가 홀로 중심을 잡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김정은의 부담이 클 거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요. 모든 선수들에게 고맙겠지만, 김정은 선수에 관한 생각도 많이 하실 것 같습니다. 김정은 선수와 나누는 이야기도 있을 것 같고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김)정은 언니가 트레이너처럼 하루에 한 번씩 몸 체크를 해요.(웃음) ‘괜찮냐? 언제 되냐?’고요.
원래는 휴식기 이후에 복귀를 예상했어요. 팀도 저도 그런 시나리오였죠. 정은 언니가 10월 마지막 게임 때 농담조로 ‘(너의 복귀가) 11월이 넘어가면, 나는 너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웃음)
그런데 회복이 안 됐어요. 정은 언니가 ‘괜찮아. 버텨볼게’라고 하지만, 뒤돌아서서는 ‘어떻게 안 되겠니’라고 장난도 치세요.(웃음)
많이 힘든 게 보여요. 언니도 몸이 온전치 않잖아요. 그런데 애들을 끌고 나가주는 것만 해도, 정은 언니한테 너무 미안하고 너무 고마워요. 정은 언니가 팀을 이끄는 점을 많이 보고 배워야 될 것 같아요.
복귀를 누구보다 기대하고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처음 다칠 때만 해도 시즌이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그 정도로 아팠고, 회복도 잘 안 됐어요. 그런데 점점 나아지고 팀 훈련에 합류하면서, 저 스스로 희망을 갖고 기대를 하게 됐어요. 코트에 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죠. 곧 있으면 복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복귀에 더 욕심을 내고 있고요.
사실 다치고 재활할 때, 몇 번의 인터뷰 요청이 있었어요. 인터뷰 요청에 너무 감사했지만, 죄송스럽게도 하지 못했어요. 복귀하고 팀에 보탬이 됐을 때, 공식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었거든요. 복귀하고 코트에서 내 역할을 했을 때, 감독님과 코치님, 선수들에게 제 진심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너무 고맙고, 너무 죄송하다고요.
사진 제공 = WKBL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sdh2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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