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 6연패라는 영예로웠던 시절을 지나 최하위까지 경험해야 했던 '농구 명가' 신한은행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인천 신한은행은 2020-21시즌 모든 예상을 뛰어 넘고 4승 2패를 기록하며 청주 KB스타즈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확실히 예상 밖이다. 비 시즌 김연희의 부상과 기존 선수들의 체력 그리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신한은행 미래들로 인해 전력이 강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기 때문.
하지만 신한은행은 한채진, 이경은, 김수연, 김단비로 이어지는 고참 선수들이 투지를 발휘하고 있고, 한엄지, 김아름으로 대변되는 신한은행 미래 자원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기대 이상의 과정과 마주하고 있다. 우승후보로 평가받는 청주 KB스타즈와 아산 우리은행에게 패한 것을 제외하곤 4팀에게 모두 승리를 거뒀다.
2년 전, 전임 신기성 감독이 사퇴하고 정상일 신임 감독이 부임할 때만 해도 신한은행은 ‘어수선’ 그 자체였다.
통합 6연패라는 역사를 창조했던 신한은행은 안산에서 인천으로 연고지 이전을 단행했다.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6연패의 주연이었던 전주원(현 아산 우리은행 코치), 정선민(MBC스포츠 해설위원), 하은주(은퇴) 등이 차례로 은퇴와 이적을 선택하며 전력이 약화되기 시작했던 신한은행에게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조금씩 추락했던 성적은 결국 최하위도 경험하고 말았다. 2015-16시즌 5위라는 최악의 경험을 했던 신한은행은 2018-19시즌 순위표 최하단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충격이었다. 새로운 감독을 찾으며 분위기 전환을 노렸다.
하지만 이 마저도 삐걱거렸다. 네거티브한 이슈로 말려 선임 발표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사퇴를 해야 했고, 정상일 감독을 새롭게 선임하며 지휘봉을 맡겼다.

정 감독은 수원 삼성생명 코치를 시작으로 OK저축은행까지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여자농구를 경험한, WKBL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었다. 팀을 추스를 수 있는 적임자라는 판단이 배경이 된 선임이었다.
하지만 정 감독 영입과 함께 새로운 이슈가 터졌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은퇴를 선택했다. 현재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 중인 김단비를 제외한 곽주영과 김연주 그리고 윤미지, 김규희, 양지영 등 주축들이 팀을 이탈한 것.
팀을 추스르기 위해 코칭 스텝을 인선 중이던 정 감독은 그야말로 멘붕에 휩싸였다. 빠르게 팀을 정비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하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김수연, 한채진 등을 영입했고, 신한은행 이적 후 계속 부진이 계속되던 이경은에게 믿음을 주며 전력 누수를 최소화했다.

사실 희망보다는 우려는 가득했다. 세 선수 모두 선수 생활 지속과 경기력에 관련한 물음표가 가득했기 때문. 하지만 과정과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채진이 날아 올랐다. 주위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는 활약과 함께 신한은행 중위권을 이끌었다.
김수연도 지난 수 년간 부진을 털어냈다. 20분을 넘게 뛰면서 공수에 걸쳐 알토란 같은 활약을 남겼다. 이경은은 그저 그런 기록 속에 다시 한 해를 지나쳤다.
두 노장과 신진 세력이 하모니를 이뤘던 신한은행은 시즌 종료 시까지 치열한 3위 싸움을 펼쳤고, 결국 최종 성적 11승 17패를 기록, 4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새로운 희망을 쏘아 올렸다.
두 시즌 연속 ‘꼴찌’일 수 있다는 평가 속에 얻어낸 귀중한 결과였다.
힘겨운 과정 속에 결과가 함께했다. 새로 부임한 정 감독은 풍부한 여자농구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단과 소통했다. ‘아저씨 리더십’을 통해 선수단에 동기를 부여했고, 이휘걸 코치를 필두로 구나단 코치, 박성근, 진영수 인스트럭트는 선수들 기량 향상에 심혈을 기울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고, 선수단에 활력이 생기기 시작한 것.
이전처럼 쉽게 경기를 내주는 장면이 줄어 들었고, 팽팽한 흐름 속에 승리로 마무리하는 경기가 많아졌다. 결국 신한은행은 위에서 언급한대로 지난 시즌 꼴찌가 유력하다는 평가에서 벗어나 4위에 올랐고, 이번 시즌에는 시즌 초반이지만 1위를 달리고 있다.
신한은행이 거둔 4승이라는 성적 또한 시즌 전 평가에 완전히 반하는 숫자다. 잘해야 ‘4위 싸움’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신한은행 변화의 원동력은 무얼까?
가장 먼저 과정의 중요함에 대한 것이다. 신한은행 이병철 단장은 “과정이 없는 결과는 없다. 결과보다 중요한 것이 과정이다. 최근에는 과정을 등한시 해서는 어떠한 좋은 결과와 마주할 수 없다. 스토리가 있는 과정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 그래서 회사 뿐 아니라 팀에도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최근 우리 팀이 그런 분위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선수단과 자주 공유한다고 한다.
정 감독을 필두로 신한은행 선수단에는 지난 2년 동안 이 단장의 철학과 함께 하고 있는 느낌으로 가득했다.
정 감독 역시 “중국에서 느끼고 온 것이 있다. 바로 과정에 대한 부분이다. 과정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예전에는 강한 방법만을 적용했지만, 지금은 소통이 매우 중요한 시대로 바뀌었다. 그리고 나 혼자만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스텝이 한 몸이 되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지금의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철학이다. 단장님 역시 같은 생각으로 늘 말씀을 해 주신다. 좋은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이휘걸, 구나단 코치 역시 같은 느낌의 워딩을 전해주었다.
현재 신한은행이 어쨌든 순위표 최 상단에 위치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는 철학이었다. ‘과정을 중시하는 기조’가 핵심이었다.
또 하나의 원동력은 바로 스토리 텔링이라는 부분이다. 이 단장은 ‘스토리 텔링’에 대한 관심이 많다. 원 팀으로 혁신 이야기를 써내려고 가고 있는 신한은행에는 이색적인 이력을 지닌 선수들이 적지 않다.
먼저, 김아름이 있다. 전주기전대 출신인 김아름은 ‘대학 출신 선수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세간의 평가를 넘어 성공시대를 그려가고 있다. ‘스토리’가 있는 선수다.
또, 부상과 관련해 많은 이슈가 존재하는 유승희 역시 반전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유승희의 스토리의 핵심은 ‘극복’이다.
마지막 퍼즐은 김애나다. 미국 교포 출신인 김애나는 우여곡절 끝에 WKBL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첫 경기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하며 전열에서 이탈했다. 국가대표라는 단어까지 떠오르게 했던 김애나나 겪어야 했던 첫 번째 시련이었다.

수술 후 오랜 재활 기간을 거쳤던 김애나는 거의 컨디션을 거의 회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장 다음 주 부터는 팀 훈련에 참가할 것이며, 5라운드 이후에는 다시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애나의 등장과 함께 많은 이야기가 탄생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오늘 18일부터 재개되는 새로운 시작 속에 조용히 비상을 꿈꾸고 있다. 25일 수요일 인천에서 아산 우리은행과 경기를 통해 3월까지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갈 예정이다. 과연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반전 드라마는 어떤 결과와 마주하게 될까?
새로운 왕조를 꿈꾸고 있는 신한은행이 반전 드라마를 완성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 제공 = WKBL
바스켓코리아 / 김우석 기자 basketguy@bask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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