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6 Daily Olympic] ‘사뿐하게 48점’ 돈치치의 올림픽 농구 교실

이재승 기자 / 기사승인 : 2021-07-27 06: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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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최고 슈퍼스타 반열에 올라선 루카 돈치치(댈러스)는 달랐다. 돈치치가 이끄는 슬로베니아는 아르헨티나를 꺾으며 결선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르헨티나는 슬로베니아에 패하면서 마냥 결선행을 도모하기 쉽지 않아졌다. 개최국인 일본은 스페인에게 시원하게 졌다. 스페인은 무난하게 첫 판을 따내며 올림픽 메달 전망을 밝혔다. 슬로베니아가 엇비슷한 아르헨티나에 크게 이겼으나 스페인은 몇 수 아래 일본에 큰 점수 차로 이기지 못했다. 한편, 대한민국은 여자농구 본선에서 절대 강호나 다름이 없는 스페인을 상대로 아주 잘 싸웠다. 유력한 메달 후보인 스페인에 단 4점 차로 아쉽게 패하면서 엄청난 저력을 선보였다. 강이슬이 맹공을 퍼부은 가운데 박지수가 중심을 잘 잡았다.

# 조별 순위
A조_ 프랑스 체코 이란 미국
B조_ 호주 이탈리아 독일 나이지리아
C조_ 슬로베니아 스페인 아르헨티나 일본

아르헨티나(1패) 100-118 슬로베니아(1승)
1쿼터부터 슬로베니아가 돈치치를 내세워 어렵지 않게 득점 사냥에 나섰다. 초반부터 아르헨티나의 림을 두드리기 시작한 슬로베니아는 돈치치가 공격 대부분을 책임진 가운데 1쿼터에만 32점을 퍼부었다. 경기 초반 선취점을 내준 것을 제외하면 슬로베니아는 서서히 앞서기 시작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2쿼터에도 30점을 몰아치면서 전반을 62-42로 앞선 채 마치면서 지난 2019 농구 월드컵 준우승팀을 상대로 크게 앞서 나갔다. 아르헨티나는 루이스 스콜라와 파쿤도 캄파소(덴버)를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나갔으나 슬로베니아의 파상 공세에 맞서기는 역부족이었다. 4쿼터에 34점을 몰아치면서 집중력을 발휘했으나, 슬로베니아에 30점을 내주면서 이길 수 없는 경기를 했다. 이날 최다 점수 차는 놀랍게도 무려 30점 차였다.
 

아르헨티나
루이스 스콜라 23점 4리바운드
파쿤도 캄파소 21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 3스틸 3점슛 3개
가브리엘 덱 17점 8리바운드 3점슛 1개
루카 빌도사 11점 3리바운드 5어시스트 2스틸
 

아르헨티나는 이날 슬로베니아를 상대로 예상과 달리 고전했다. 접전을 펼치면서 승부처에 승부가 갈릴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이 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최종예선에서 리투아니아를 꺾은 슬로베니아는 차원이 다른 팀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이날 100점을 올리면서 결코 적지 않은 득점을 올렸다. 공격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슬로베니아에 지나치게 많은 점수를 내준 것이 화근이었다. 스콜라를 필두로 캄파소, 가브리엘 덱(오클라호마시티), 루카 빌도사(뉴욕)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등 분전했으나 돈치치가 이끄는 슬로베니아에 맞서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약점이 제대로 드러났다. 우선 스콜라가 지키는 골밑이었다. 스콜라는 백전노장으로 이번 올림픽에서도 조국의 부름을 받았다. 평가전에서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하지만 느려진 발과 약했던 수비는 어쩔 수 없었다. 이에 돈치치가 적극적으로 드리블 돌파에 나설 때 아르헨티나 수비가 일거에 흐트러졌다. 이미 웬만한 개인기술을 상황에 따라 고루 버무릴 수 있는 돈치치를 막기에 아르헨티나 수비가 모자랐다. 아니, 돈치치가 상식을 넘어서는 플레이를 펼쳤기에 아르헨티나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돈치치의 드리블에 수비는 흔들렸고, 이후 연이은 패스를 통해 아르헨티나 수비는 어렵지 않게 무너졌다.
 

이날 스콜라는 개인 득실에서 –26을 기록했을 정도로 수비가 좋지 않았다. 공격에서는 캄파소와 함께 20점 이상을 책임지는 등 공격을 주도했으나 수비에서 오는 열세를 극복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그가 시도한 3점슛이 림을 외면한 부분도 여러모로 아쉬웠다. 마이크 토비를 외곽으로 끌어내면서 다른 선수들의 돌파 공간을 만들었으나 슬로베니아의 수비는 크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아르헨티나는 이날 공격 흐름 대결에서 완패하면서 패할 수밖에 없는 경기를 했다.
 

아르헨티나는 이날 페인트존에서만 60점을 올렸으며, 이중 33점을 속공으로 엮어냈다. 속공 전개도 나쁘지 않았다. 캄파소가 진두지휘하는 아르헨티나의 빠른 공수전환은 슬로베니아를 흔들기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쉽게 득점을 올렸으나 돈치치에게 너무 쉽게 득점을 내주고 말았다. 돈치치는 상대 수비가 어느 위치에 있건 상관없이 유유히 득점을 올리고 돌아갔다. 아르헨티나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매치업을 바꿔 보는 등 다른 방안을 강구할 만했으나 여의치 않기도 했고, 바꿨다고 하더라도 크게 도드라지지 않았다. 이날 불이 붙은 돈치치를 잠재우는 것은 경기 시간이 끝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지 나이로 40대인 스콜라는 어김없이 이름값을 해낸 가운데 아르헨티나의 NBA 선수들도 힘을 냈다. 캄파소를 필두로 빌도사, 덱까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캄파소와 함께 주전 가드로 나선 빌도사는 이날 3점슛을 하나도 집어넣지 못했다. 그러나 2점슛과 자유투를 고루 곁들였고, 덱은 벤치 대결을 주도했다. 그러나 NBA 경력자인 파트리시오 가리노와 니콜라스 브루시노의 활약도 아쉬웠다. 가리노는 공격 난조에 시달렸고 단 2점에 그친 점이 아쉬웠다. 브루시노는 출전 대비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였으나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이날 패배로 조 2위 유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C조에서는 스페인이 독주하는 가운데 아르헨티나와 슬로베니아가 조 2위를 두고 다툴 것으로 예상이 됐다. 사실상 2위 결정전에서 패한 셈. 이번 패배로 아르헨티나는 최악의 경우 조 3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물론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이길 수도 있겠지만, 지난 월드컵 결승에서 드러났던 것처럼 양 국의 전력 차이는 결코 적지 않았다. 이를 고려하면 아르헨티나는 조 3위 간 경쟁을 통해 토너먼트 진출을 노려야 한다. 무엇보다, 이날 큰 점수 차로 패하면서 득실 유지도 쉽지 않아졌다. 최악의 경우 준준결승에 오르지 못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아르헨티나는 스페인을 상대로 10점 차 내외, 일본전에서 대승을 거둬 이날 생긴 득실 차를 반드시 만회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슬로베니아
루카 돈치치 48점 11리바운드 5어시스트 3블록 3점슛 6개
클레멘 프레페리치 22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 3점슛 4개
블랏코 찬차르 12점 5리바운드 2스틸 3점슛 1개
마이크 토비 11점 14리바운드
 

돈치치를 위한 한 판이었다. 그는 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조국인 슬로베니아를 올림픽으로 이끈 것도 모자라 개막전에서 남미 최강인 아르헨티나를 대파하는데 적극 앞장 섰다. 그는 이날 초반부터 아르헨티나의 수비를 어린 아이 손목 비틀 듯 요리하기 시작했다. 전반을 마쳤을 당시 이미 31점 8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전반에 이미 승패가 갈린 셈이다. 전반전만 소화하고도 30점 이상을 폭발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이후 후반에는 서서히 경기를 풀어나갔다. 굳이 무리할 이유가 없었다. 여유롭게 경기를 조율했고, 사뿐하게 17점을 더하면서 48점에 다다랐다. 승패가 일찌감치 결정됐고, 4쿼터 약 5분 정도가 남은 시간에 해당 득점을 만드는 괴력을 발휘했다.
 

NBA 최고 중 한 명인 그가 올림픽에서도 당연히 잘 할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엄청난 득점력을 선보이면서 많은 농구팬을 한 번 더 놀라게 만들었다. NBA에서 적수가 많지 않아진 그는 국제무대에서 마치 휴가 나온 마냥 여유 넘치게 자신의 기량을 펼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가 결코 만만한 팀이 아닌 점을 고려하면, 돈치치의 이날 활약은 혀를 내두르고도 남을 만한 활약이었다. 참고로 이날 돈치치는 31분 7초만을 뛰었다. 30분 남짓한 시간을 뛰고 50점에 육박하는 득점을 올린 것이다. 그나마 인간적인 부분은 조기 퇴근하면서 50점까지 욕심은 내진 않았다.
 

이로써, 돈치치는 올림픽에서 뛴 NBA 선수 중 단일 경기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이가 됐다. 올림픽 한 경기 최다 득점은 브라질의 오스카 슈미트의 55점이다. 슈미트는 지난 1988 올림픽에서 홀로 55점을 뽑아냈다. 참고로 올림픽과 월드컵을 포함할 경우 단일 경기 득점 1위는 대한민국의 허재가 갖고 있는 62점이다. 그러나 슈미트는 NBA에서 뛴 적이 없다. 슈미트의 기록에 뒤를 이어 중국의 야오밍(2004)과 호주의 밀스(2012)가 각각 39점을 올린 바 있다. 이들을 돈치치가 제친 것. 이로써 그는 올림픽 농구에서 단일 경기 득점 2위이자 NBA 출신 단일 경기 득점 1위 자리를 꿰찼다.

# 올림픽 단일 경기 득점 기록
1. 55점 오스카 슈미트(1988, 브라질)
2. 48점 루카 돈치치(2020, 슬로베니아)
2. 39점 야오 밍(2004, 중국)
4. 39점 패트릭 밀스(2012, 호주)
5. 37점 카멜로 앤써니(2012, 미국)
 

그는 유려한 드리블과 확실한 스탭을 통해 상대 흐름을 확실하게 빼앗았다. 한 박자 빠른 슛을 통해 아르헨티나의 대인수비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또한, 확실한 경기운영을 통해 동료들이 원활하게 득점을 올리는데 밑거름이 됐다. 아르헨티나가 돈치치에게 쏠린 사이 다른 선수들도 득점을 올리기 시작했다. 돈치치 외에도 클레멘 프레페리치가 벤치 공격을 이끄는 등 후반에도 맹공을 이어갔다. 슬로베니아는 돈치치와 프레페리치가 3점슛 10개를 합작하는 등 슬로베니아에서만 16개의 3점슛이 골망을 갈랐다. 아르헨티나의 외곽슛이 침묵한 것과는 여러모로 대조적이었다.
 

돈치치는 이날 두 자릿수 리바운드와 다수의 어시스트와 블록까지 곁들이며 만점 활약을 펼쳤다. 이날 FIBA가 책정한 효율지수에서 무려 48이라는 놀라운 숫자를 선보였을 정도로 코트를 확실하게 지배했다. 공을 많이 만진 탓에 실책은 6개로 많았으나 그가 이날 펼친 활약에 비하면 상당히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그럼에도 이날 그의 경기력은 설명이 불가할 정도로 대단했다. 돈치치와 프레페리치가 공격을 주도했다면, 토비는 안쪽에서 리바운드를 적극 단속했다. 블랏코 찬차르(덴버)의 3점슛은 주춤했으나 그도 어렵지 않게 12점을 더했다.
 

슬로베니아는 이날 돈치치를 위시로 전력이 확실히 갖춰진 모습을 보였다. 돈치치 외에도 야카 블라지치, 조란 드라기치, 찬차르, 토비로 이어지는 탄탄한 주전 전력을 뽐냈다. 세컨유닛은 프레페리치가 이끌었다. 지난 올림픽 최종예선에서도 짜임새를 갖춘 슬로베니아는 올림픽 진출은 고사하고 유력한 메달 후보인 리투아니아를 따돌리는 기염을 토해냈다. 리투아니아를 따돌리긴 했으나 막상 본선에선 쉽지 않은 경기를 펼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올림픽 진출이 우연이 아니라고 입증했다. 이만하면 스페인과도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당일 컨디션이 양호할 경우 승리를 넘볼 만한 전력으로 보인다.

일본(1패) 77-88 스페인(1승)
일본이 그냥 졌다.
 

일본
하치무라 루이 20점 2리바운드 3점슛 4개
와타나베 유타 19점 8리바운드 5스틸 3점슛 2개
게빈 에드워즈 8점 7리바운드 4어시스트 3점슛 2개
 

스페인
리키 루비오 20점 2리바운드 9어시스트
빅토르 클라베르 13점 9리바운드
마크 가솔 12점 2리바운드 4어시스트
 

스페인이 일본을 상대로 생각보다 고전했다. 1쿼터를 4점 앞선 채 마친 가운데 2쿼터에 30점을 몰아치며 흐름을 확실하게 잡았다. 전반 한 때 이날 최다인 24점 차로 앞서면서 무난하게 경기를 접수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일본의 추격은 생각보다 거셌다. 하치무라 루이(워싱턴)와 와타나베 유타(토론토)에게 많은 득점을 내주면서 고전했다. 외곽슛이 잘 들어가지 않은 것도 아쉬웠다. 루디 페르난데스가 무득점에 그친 것. 알렉스 아브리네스를 제외하고 외각에서 큰 도움이 된 전력감이 없었다.
 

스페인은 이날 일본에 단 한 번의 리드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2쿼터 초반에 26-26으로 동점을 헌납했다. 그러나 스페인은 안쪽에서의 우위와 주전과 벤치 간 전력 격차가 크지 않은 점을 잘 활용해 일본을 상대로 무난하게 승전했다. 동점을 허용한 이후 스페인은 엄청난 집중력과 폭발력을 자랑하며 본격적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동점 이후 일본이 단 2점을 더하는데 그친 반면, 스페인은 무려 22점을 더하면서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마크 가솔(레이커스)의 자유투와 리키 루비오(미네소타)의 3점슛으로 이내 달아났고, 이후 엄청난 기세를 뽐냈다.
 

그러나 무적함대는 여전했다. 루비오와 가솔이 지난 월드컵에 이어 어김없이 중심을 잡은 가운데 빅토르 클라베르(발렌시아), 알렉스 아브리네스(바르셀로나)가 힘을 냈다. 클라베르는 이날 100%의 적중률을 자랑하며 중거리를 휘어 잡았다. 아브리네스는 스페인의 외곽이 침체된 가운데 홀로 3점슛 세 개를 집어넣으면서 큰 힘이 됐다. 세르이오 로드리게스를 제외하고 전원이 NBA와 ACB(스페인)에서 뛰고 있는 빅리거들로 구성된 실력과 이점을 톡톡히 선보였다.
 

파우 가솔(바르셀로나)의 노익장도 대단했다. 40대인 가솔은 이날 벤치에서 출격해 순도 높은 생산성을 자랑했다. 13분 33초만 뛰고도 9점 4리바운드를 올렸다. 득실에서 ‘0’을 기록했지만, 40대의 백전노장이 마이너스가 아닌 득실을 유지한 것도 대단했다. 로드리게스도 가솔과 함께 벤치 대결을 잘 이끌었다. 로드리게스도 9점을 3리바운드를 보태면서 백전노장의 존재감을 확실히 선보였다. 파우 가솔과 로드리게스는 이번 대표팀에서 낙마할 것으로 예상이 됐으나 끝내 합류했다. 첫 경기서부터 관록을 잘 선보였다.
 

스페인은 후안초 에르난고메즈(미네소타)의 불참 속에서 프런트코트 유지가 쉽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큰 공백은 없었다. 일본이라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국가를 상대한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이날 6명의 선수가 9점 이상씩 고루 올리면서 위력을 떨쳤다. 주전 선수 가운데 루비오와 가솔을 제외한 나머지가 주춤했으나 벤치에서 나선 로드리게스, 아브리네스, 파우 가솔이 이름값을 해내면서 무난하게 몸을 풀었다. 남은 경기에서 페르난데스가 살아나고 외곽 지원이 좀 더 뒤따른다면 유력한 메달 후보답게 입상권 진입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사진_ NBA Mediacent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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