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챔프] 2년 쉬고 20경기 만에 KBL 접수, 설린저의 클래스는 달랐다

김영훈 기자 / 기사승인 : 2021-05-11 04: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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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을 쉬었지만, 그의 진가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20경기면 충분했다.

안양 KGC는 지난 9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전주 KCC와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84-74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KGC는 플레이오프에 10전 무패 우승신화를 완성했다.

시즌 초반 얼 클락를 영입하며 출발한 KGC. 그러나 클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KGC는 크리스 맥컬러를 영입하며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펼쳤던 맥컬러는 무릎 부상 여파 탓인지 부진했고, 도리어 KGC의 순위는 요동쳤다. 한 때 정규리그 1위였던 KGC는 정규리그 6위까지 내려왔다.

팀이 흔들리던 가운데, 김승기 감독은 시즌 막판 한 가지 결단을 내렸다. 마지막 외국 선수 교체 카드를 사용한 것. 맥컬러 대신 저레드 설린저를 영입하기로 결심했다.

보스턴 셀틱스 출신으로 NBA에서만 5시즌을 뛴 설린저. 경력만으로 기대감을 갖기 충분했다. 물론, NBA 출신이라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설린저는 달랐다. 그는 3시즌 동안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릴 정도로 단순히 NBA에 발만 담군 선수가 아니었다.

다만, 관건은 2년을 쉰 몸상태.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2년의 공백은 의구심이 들 법한 상황이었다.

걱정도 잠시, 설린저는 첫 경기부터 17점 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팀에 녹아들었다. 이후 그는 매 경기 20점 이상을 올리며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다. 3월 23일 부산 KT와의 경기에서는 41점을 퍼부으며 엄청난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팬들은 그런 설린저에게 교수라는 애칭을 선사했고, 설린저는 매 경기 수준 높은 강의를 펼치며 이에 화답했다.


설린저의 명강의는 봄 농구에서도 이어졌다. 6강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18점 11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한 그는 2차전에서 38점을 몰아쳤다. KT는 그를 막기 위해 김현민과 클리프 알렉산더를 기용했지만, 설린저는 3차전에서도 날아다니며 KT에게 시즌 마감을 선사했다.

설린저의 맹활약은 외국 선수상 수상자인 숀 롱 앞에서도 여전했다. 그는 4강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33.7점 14.0리바운드라는 괴물 같은 기록을 만들었다. 적장 유재학 감독도 설린저의 경기력에 “이건 반칙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결국 설린저는 정규리그 2위 팀 현대모비스도 집으로 돌려보냈다.

대망의 파이널. 설린저는 한국 최고의 외국 선수라는 라건아를 앞에서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1차전부터 18점 14리바운드 7어시스트라는 트리플더블급 기록을 세웠다. 2차전 8점으로 잠시 주춤했던 설린저는 3차전에서 25점 15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다시 살아났다. 그리고는 마지막 경기에서 42점 15리바운드를 기록하는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강의를 마쳤다.

4월부터 5월까지 KGC를 넘어 KBL의 봄을 찬란하게 만든 설린저는 플레이오프 MVP로 선정, 가장 빛난 별이 되었다. 그는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말을 증명했다. 2년을 쉰 공백기는 그의 경기력 앞에 무색한 시간이 되었다.

KBL에서 프로 커리어를 이어간 설린저는 이제 재기를 노린다. 그가 어디로 갈지는 아직 설린저도 모른다. 아마 한국에서 다시 보기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설린저를 다시 보지 못해도 좋다. 설린저는 이미 KBL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강의를 제공했다.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높은 설린저도 우승 후 강의를 시청한 팬들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전했다. “모두들 수료는 했나? 나는 이제 강의를 모두 마쳤다.”

사진 제공 = KBL

바스켓코리아 / 김영훈 기자 kim95yh@bask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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