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포트] 이상범 감독의 결단 “트리플 포스트 잠시 보류”

정병민 / 기사승인 : 2021-12-28 05: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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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감독은 잠시 높이를 낮추고 스피드를 선택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원주 DB는 지난 27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전주 KCC와의 홈경기에서 92-76으로 이겼다. DB는 이날 승리로 연패에서 탈출하며 2021년 마지막 홈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이날 원주 DB의 경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직전 경기까지 자주 사용하던 트리플 포스트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러한 뒷 배경엔 직전 창원 LG와의 경기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원주 DB는 지난 25일 창원 LG와의 경기에서 전반전까지 39-35로 앞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외곽에서의 야투 성공률이 떨어졌고 결국 역전을 허용했다. 50-56으로 뒤진 3쿼터 종료 3분 전, 이상범 감독은 회심의 ‘트리플 포스트’를 가동했다.

인사이드에서의 우위와 골밑 강화로 분위기 반전을 노렸던 셈이다. 하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LG 앞선 자원들의 스피드에 철저히 밀렸다. 아셈 마레이(202cm, C)역시 트리플 타워의 높이를 무색하게 만들며 쉽게 점수 차를 벌려나갔다.

결국 이상범 감독은 27일 전주 KCC와의 경기를 앞두고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트리플 포스트 가동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판단했다. 이 감독은 “현 상황에서 트리플 포스트를 굳이 생각하지 않고 있다. (강)상재(200cm, F)의 몸 상태도 아직이다. 상재에게 부담 아닌 부담이 가는 상황이다. 상재의 컨디션이 올라오면 추후에 다시 가동할 생각이다”며 계획을 전해왔다.

전창진 감독 역시 경기 전 “원주 DB의 경기를 보면서 조니 오브라이언트(204cm, F)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외곽 플레이만 한다. 오브라이언트보다 레너드 프리먼(203cm, F)이 더욱 부담스럽다. 강상재와 김종규(207cm, C)쪽에서 아직까진 많은 득점이 나오지 않는다. 두 선수는 수비와 리바운드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 우리는 허웅(185cm, G)에 대한 수비가 우선이다”고 밝혔다.

전창진 감독의 생각대로 전반전은 흘러갔다. 1쿼터부터 빠르게 허웅의 3반칙을 이끌어내며 공수에서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라건아(199cm, C)가 든든하게 골밑에서 중심을 잡아주자 이정현(191cm, G), 정창영(193cm, G), 김상규(201cm, F), 박재현(183cm, G)이 돌아가면서 외곽슛을 터뜨렸다.

하지만 후반전 들어 양 팀의 전세는 완벽하게 뒤바뀌었다. DB가 높이를 낮추고 스피드를 선택한 부분이 주효하기 시작했다.

강상재와 김종규는 번갈아 뛰며 라건아를 향해 도움 수비를 적용했다. 성공적이었다. DB의 기습적인 도움 수비에 시야가 차단되버린 라건아는 정확하게 패스를 뿌릴 수 없었다. 그의 패스는 DB의 앞선에 계속 차단되고 말았다.

DB는 빠른 손질과 순간적으로 뛰쳐나가는 움직임으로 KCC의 턴오버를 유발해냈다. 이후, 얼리 오펜스와 강한 트랜지션 게임을 전개하며 KCC를 무너뜨렸다.
 


그 중심에는 허웅과 정호영(186cm, G)이 있었다. 특히 허웅은 3반칙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적극적인 움직임을 내비쳤다. 코트 위의 야전 사령관으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다 해냈다.

허웅은 공수에서 젊은 선수들의 위치 선정을 하나하나 세심히 지적해 줬다. 코트 전체의 움직임을 파악하며 동료들에게 도움 수비 타이밍을 큰 목소리로 알렸다. KCC의 공격은 더욱 멈춰서갔다.

강상재와 프리먼은 외곽에서 패스를 자주 건네받았다. 두 선수가 외곽으로 공격 반경을 넓히자 라건아 역시 자연스레 외곽까지 나설 수밖에 없었다. 라건아도 DB의 빅맨들이 외곽슛을 갖춘 선수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을 DB의 가드진들이 영리하게 활용했다. 텅 비어버린 KCC의 골밑으로 컷인을 많이 시도했다. 정호영은 이날 뛰어난 위치 선정으로 KCC 수비의 빈틈을 잘 공략해냈다.

계속해 정호영은 허웅과 함께 빅맨의 스크린을 적극 활용해 3점슛을 터뜨렸다. 순간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KCC의 골밑도 쉽게 두드렸다. 정호영과 이준희(192cm, G)의 진가는 속공 상황에서 나타났다. 그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내달리며 높은 점프력으로 가볍게 레이업을 올려놨다.

정호영은 이날 이전과는 다르게 공격에서 침착함, 냉정함을 갖춘 모습이었다. 본인의 1차 공격이 막히면 뒤에 따라오는 트레일러의 움직임이나 반대편의 외곽 찬스를 잘 살려냈다.

DB는 이날 분명 높이를 낮췄음에도 제공권에서 우위를 점했다. 그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공격 리바운드와 루즈볼을 향해 몸을 내던지며 집중력과 투지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DB는 속공 득점(17-6), 세컨드 찬스에 의한 득점(12-6), 리바운드(35-29) 모두 앞섰다. 선수들의 빠른 발이 직전 경기의 트리플 포스트 약점을 충분히 지워냈다.

전창진 감독 역시 경기 후 “역부족이었다. DB의 앞선 수비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가드한테 다득점을 줄 정도면 말 다 했다. 전체적으로 수비 이해도와 요령이 많이 부족했다”며 패인을 밝혔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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