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스켓코리아=고양/김채윤 기자] “태극마크는 가슴을 끓어오르게 하는 힘이 있다.”
장재석(204cm, C)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태극마크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국가대표는 꿈이었다. 2022년 아시아컵 이후 4년이 흘렀고, 그 4년 동안 그는 다시는 태극마크를 달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찾아왔다.
한국은 6일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FIBA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 B조 윈도우3에서 일본을 81-79로 꺾었다. 한때 11점 차까지 뒤졌고, 막판까지 접전이었다.
접전 경기에서 모두를 놀라게 한 베테랑 장재석이다. 장재석은 16분 46초를 뛰며 8점 3공격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4쿼터에만 5점을 몰아넣었다. 한국이 흐름을 가져오던 순간 골밑에서 절묘한 페이크를 활용한 훅슛을 두 개나 성공시켰고, 승부처에서는 공격 리바운드 2개를 걷어내며 베테랑다운 존재감을 드러냈다.
경기 후 만난 장재석은 담담했다. “졌으면 정말 국가대표 은퇴를 생각했을지도 모르는데 이겨서 정말 다행”이라며 웃었다.
지난 시즌 부산 KCC의 우승 멤버인 장재석은 2022년 열린 2021 FIBA 아시아컵 이후 약 4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과거에는 선배들과 함께했지만, 이제는 대표팀의 맏형으로 후배들을 이끄는 위치에 섰다.
그래서 그가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역할도 자신의 활약보다는 오직 팀의 승리였다.

장재석이 기억하는 과거 대표팀과 지금 대표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그때는 형들 앞에서 많이 위축됐던 것 같다”라며 웃은 장재석은 “그래서 후배들은 기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 감독님도 출전 시간이나 몸 상태를 계속 물어봐 주셨고, 원하는 부분을 많이 배려해 주셔서 편안하게 경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표팀을 향한 외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특히, 윈도우2 2연패에 윈도우3 대만전 패배까지, 신임 감독 니콜라스 마줄스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부호는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장재석이 느낀 분위기는 달랐다. 선수들에게 원하는 농구를 명확하게 전달했고, 대표팀 역시 그 색깔을 입히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비록 대만전에서는 패했지만 과정만큼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감독님은 훈련할 때도 원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전달한다”라며 “유럽식 농구를 아시아 선수들에게 입히려고 하셨다. 우리가 조금 더 신체 조건이 좋았다면 더 잘 구현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대만전은 졌지만 3쿼터까지 경기력은 정말 좋았다. 몸싸움과 에너지 레벨, 수비 등 감독님이 계속 강조했던 부분들이 이번 경기에서도 잘 나왔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이야기했다.
신인 선수 에디 다니엘(189cm, F)의 활약에 대해서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특히 KCC에서 함께 뛰고 있는 최준용(200cm, F)이 대표팀 안팎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준용이가 에디를 많이 데리고 다니면서 잔소리도 하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준다”라며 “그런 부분들이 코트에서도 나온 것 같다. 워낙 능력이 좋은 선수”라고 말했다.

장재석은 “4년 전에 함께 대표팀에서 뛰었고 KCC에서도 같이 뛰고 있다. 오늘 정말 뜻깊은 경기였다. 졌으면 국가대표 은퇴를 생각했을지도 모르는데 이겨서 정말 다행(웃음)”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장재석은 태극마크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어릴 때부터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 꿈이었다. 태극마크는 정말 가슴을 끓어오르게 하는 힘이 있다.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느낀다. 사실 4년 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고 다시는 대표팀에 뽑히지 않을 줄 알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후회 없이 뛰자는 마음뿐이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장재석은 마지막으로 대표팀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이정현(188cm, G)과 이현중(202cm, F)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이 한국 농구를 이끌 재목이라고 평가했고, 빅맨들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귀화 선수의 존재는 분명 도움이 되지만, 결국 국제무대에서는 에너지와 투지가 경쟁력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좋은 후배들이 정말 많다. (이)정현과 (이)현중이를 중심으로 팀을 꾸리면 좋은 방향으로 대표팀이 만들어질 거다. 빅맨은 (하)윤기도 재활을 잘하고 있고 (이)원석과 (이)두원도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다. 귀화 선수가 있으면 당연히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없더라도 끝까지 뛰어다니고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후배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장재석은 이번 대표팀을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이번 윈도우3 두 경기를 통해 후배들에게 남긴 경험과 책임감은 마지막이 아니다. 언젠가 태극마크를 내려놓더라도, 그가 전한 대표팀의 문화와 마음가짐은 또 다른 세대에게 이어질 것이다.
사진 =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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