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언니 김정은의 믿음, “우리 팀, PO에서 더 잘할 거다”

손동환 기자 / 기사승인 : 2021-02-22 07: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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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수들, PO에서 더 잘할 거다”

아산 우리은행은 지난 21일 부산 BNK센터에서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부산 BNK 썸을 55-29로 격파했다. 22승 8패로 정규리그 1위를 자력으로 확정했다. 2019~2020 시즌 정규리그 1위에 이어,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1위.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만큼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마음 졸인 선수가 있다. 김정은(180cm, F). 지난 2020년 12월 28일 하나원큐전에서 발목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지만,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함께 하기 위해 동행했다.

김정은은 벤치에서 경기를 간절히 봤다. 누구보다 팀의 승리를 응원했다. 김정은의 바람이 통했는지, 우리은행 선수들은 경기 시작부터 BNK와 격차를 보여줬다. 시종일관 BNK를 압도한 끝에, 13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코트에서 뛴 선수들만큼, 김정은 역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벤치에 걸린 유니폼, 정말 울컥했다”

김정은의 좋지 않던 오른쪽 발목이 박지현(183cm, G)의 발을 밟았다. 김정은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탈구된 느낌도 있었다. 너무 많이 놀랐고, 많이 속상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쉬움이 컸다. 족저근막염으로 이탈했던 박혜진(178cm, G)이 돌아왔기 때문. 우리은행의 원투펀치가 다시 가동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박혜진이 돌아오자, 김정은이 나갔다.
김정은은 “(박)혜진이가 없었지만, 초반에 꾸역꾸역 해냈다. 혜진이가 돌아오면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완전체가 이뤄졌는데 다치니까 더 속상했다”며 속상함을 또 한 번 언급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자책을 했다. 위성우 감독은 당시 “(김)정은이를 무조건 쉬게 해야 했다. 그런데 성적이 나니까, 내가 욕심을 너무 부렸다. 감독 자격이 있는가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며 김정은의 부상을 안타까워했다.
이를 접한 김정은은 “감독님이 자기 욕심 때문이라고 하셨지만, 사실 감독님께서는 ‘무리하지 마라. 1쿼터만 하고 나오라’고 하셨다. 부상이 예기치 못하게 온 것 뿐이다. 감독님께서 너무 미안해하셔서, 속상한 마음이 더 컸다”며 오히려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김정은은 코트에 설 수 없었지만, 우리은행 선수들은 김정은과 함께 하고 싶었다. 벤치에 김정은의 유니폼을 걸어둘 정도였다. 김정은은 “정말 울컥했고, 너무 고마웠다. 그 유니폼을 입고 빨리 뛰고 싶기도 했다(웃음)”며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김정은은 큰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다행히 생각했던 만큼, 부상이 큰 건 아니었다. 찢어진 곳을 봉합하고, 뼛조각을 제거하는 정도의 수술이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보다 회복이 빠르다. 정상 보행이 가능하고, 재활도 천천히 하고 있다. 순조롭게 잘 풀리고 있다”며 순조로운 회복을 전했다. 선수의 미래를 놓고 봤을 때, 가장 긍정적인 소식이었다.

# 김정은이 없어도, 우리은행은 강하다

2020~2021 시즌. 김정은의 존재감은 컸다. 박혜진이 빠진 공백을 100% 이상 메웠기 때문이다. 공수 모두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김정은이 뛸 때, 우리은행은 13승 4패. 청주 KB스타즈와 상대 전적에서도 2승 1패로 앞섰다.
그런 김정은이 이탈했다. 그렇지만 우리은행은 강했다. 비록 김정은이 없을 때의 전체 전적은 9승 4패로 약간 떨어졌지만, 김정은이 없을 때도 KB스타즈에 2승 1패로 우위를 점했다. 코트 밖에서 KB스타즈전을 지켜본 심정이 궁금했다.
“지난 해 12월 31일에 발목 수술을 했다. 1월 1일이 우리와 KB스타즈의 경기가 있었다. 병원에서 보는데,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웃음). 수술을 많이 했다고 하지만, 시즌 중에 수술 후 병원에서 경기를 보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속상했다.
하지만 내가 빠진다고 해서, 우리 경기력이 낮아질 거라는 생각을 1도 안 했다. 혜진이 없을 때도 잘 해주지 않았는가. 다만, 가용 인원이 적어서, 다들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였다. ‘내가 5분만 버텨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또, 희한하게 KB한테 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웃음) 물론, KB의 전력이 우리보다 훨씬 낫고, 우리는 계속 도전자 입장이다. 하지만 부담 없이 했고, 5명 다 외곽으로 나와서 빠른 농구를 한 게 잘 이뤄진 것 같다“
김정은의 말대로, 우리은행은 KB스타즈에 강했다. 특히, 지난 10일 KB스타즈전에서 79-67로 이겼다. 우리은행이 KB스타즈전 상대 전적에서 4승 2패로 앞서며, 우리은행이 정규리그 우승 9부 능선을 넘었다. 김정은이 없어도, 우리은행은 강했다.

# “BNK전, 안 갈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1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넘었다. 그러나 KB스타즈전 이후 3경기를 더 치러야 했다. 그 중 2승을 해야 자력 우승을 할 수 있었다.
지난 14일 인천 신한은행과의 경기를 무사히 넘겼다. 그리고 4일 후에 열린 하나원큐전. 하나원큐를 이기면 정규리그 우승 확정이었다.
자리를 비웠던 김정은이 그 때부터 선수단과 동행했다. 위성우 감독은 “뛰지는 못해도, 존재 자체만으로 선수들에게 힘이 될 거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힘들어했다. 본인이 동행한 첫 경기에서 팀이 패한 것. 김정은은 “감독님께서 ‘언제부터 따라올 거냐?’는 이야기를 하셨다.(웃음) 그런데 징크스 아닌 징크스 때문에, 안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갈 때 팀이 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나원큐전을 졌다. 밖에서 보는데, 차라리 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웃음)”며 하나원큐전을 돌이켜봤다.
그러나 3일 후에 열린 BNK전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경기 내내 BNK를 압도했다. BNK의 공격을 29점으로 묶을 정도로 질식수비를 보여줬다. 덕분에, 김정은은 후배들과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김정은은 “사실 안 갈까 했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오늘은 편하게 봤다.(웃음) 점수 차가 벌어지면서, 오늘은 이기겠구나 했다. 아무래도 BNK 선수들이 하루 걸러 오후 2시 경기를 하다 보니, 몸이 무거워보였다”고 했고, “후배들한테 고맙다. 후배들 덕분에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커리어를 하나 더 쌓았다”며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 “우리 선수들, PO에서 더 잘할 거다”

김정은은 시즌 아웃됐다. 그러나 후배들 덕분에 정규리그 우승 경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 고마움을 표현했다. 비록 코트에서 함께 할 수 없지만, 벤치에서 고마움에 보답해야 한다.
김정은은 베테랑이다. 큰 경기도 많이 치렀다. 김정은의 경기 경험을 전달하는 것만 해도, 어린 선수들은 큰 힘을 얻을 수 없다. 위성우 감독이 김정은의 동행을 추진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또, 박혜진 외에 큰 경기를 주도적으로 치른 선수가 우리은행에 없다. 김소니아(176cm, F)와 박지현, 최은실(182cm, C) 등 경쟁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지만, 이들이 주도적으로 플레이오프 혹은 챔피언 결정전을 치러보지 못했다.
위성우 감독도 BNK전 직후 “PO는 구력 싸움이다. 그런데 우리가 만날 삼성생명에는 김한별-배혜윤-김보미-김단비 등 구력 많은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박)혜진이 말고는 없다”며 그 점을 걱정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오히려, 베테랑들이 부담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어릴 때 큰 경기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 팀은 (어린) 나이가 무기다(웃음)”며 우리은행의 어린 선수들을 강점으로 바라봤다.
이어, “우리가 플레이오프를 해서, 우리한테 뭐라고 할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일반 경기라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했으면 좋겠다. 또, 우리가 부담 없이 경기했을 때, 경기력이 좋았다. 나와 혜진이가 빠질 때 위기라고 했는데, 어린 선수들이 기회를 잘 활용하지 않았는가. 분명 성장했고, 플레이오프에서 더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어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계속해 “몇 경기 연속 (박)혜진이한테 너무 많은 공격이 집중됐다. 혜진이가 힘들 거다. 플레이오프는 단기전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더 힘들 수 있다”며 어린 선수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혜진의 부담을 덜 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김)소니아가 마지막에 부담을 많이 받은 것 같다. 하지만 정규리그 때 해준 것만 보여줘도, 플레이오프에서도 잘할 것 같다. 또, 부진했던 걸 금방 잊는 선수이기도 하다. 잘하던 선수이기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는 이전의 경기력을 보여줄 거다. (박)지현이도 마찬가지다”며 김소니아와 박지현 등 새로운 주축 선수들을 더 신뢰했다. 그 신뢰는 꽤 커보였다.

사진 제공 = WKBL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sdh2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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