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포트] 아버지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 '허웅과 허훈', 많은 관심이 부담 되었던 걸까

정병민 / 기사승인 : 2021-12-12 05: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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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원주 DB는 지난 11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수원 KT에 75-94로 대패했다. DB는 이날의 패배로 시즌 11패를 기록, 강상재 합류 후 상승세를 구가하는 모습이었지만 허훈이 합류한 완전체 KT 앞에선 어쩔 수 없었다.

양 팀의 맞대결은 3라운드 최고의 빅 매치라고 불릴 만큼 많은 화제와 관심이 집중된 경기였다. 뛰어난 실력과 출중한 외모를 겸비하며, 압도적으로 올스타 팬 투표 1,2위를 달리고 있는 허웅(185cm, G)과 허훈(180cm, G)의 형제 대결. 더해, 코트 안팎에서 농구의 흥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허재도 방송 촬영차 경기장을 찾았다.

이날 원주종합체육관에는 2050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원주 DB가 관중 수용률을 50%로 늘린 후, 첫 매진을 기록했다. 예매도 2일 만에 전부 동났을 정도로 현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허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2991점을 기록한 상태였다. 통산 97호 3000 득점에 단 9점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2라운드와 3라운드 들어 평균 두 자릿수를 넘어 최소 20점을 밥 먹듯이 하던 허웅이였기에, 기록 달성도 무난해 보였다. 팀 승리와 농구 흥행, 본인의 기록 달성 세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허웅의 DB는 대패하고 말았다. 허훈의 KT가 지난 1,2라운드 맞대결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며 DB를 쉽게 따돌렸다. KT는 DB를 상대로 한 번의 주도권을 내주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승리를 거뒀다.

특히, KT는 1,2라운드의 패배 주원인이었던 제공권 싸움을 특히 신경 썼다. 서동철 감독의 철저한 준비만큼이나 선수들도 하고자 하는 의지와 투지를 코트에서 내비쳤다. 그 중심엔 캐디 라렌(204cm, C)과 하윤기(203cm, G)가 있었다.

하윤기는 경기 초반부터 최근 부진했던 모습을 털어갔다. 김종규(207cm, C)를 상대로 인 유어 페이스 덩크를 성공했다. 많은 볼 없는 움직임으로 KT 공격에 스페이싱 효과를 극대화했다. 계속해, 미드-레인지 점퍼와 풋백 득점으로 기세를 이었다. 분명히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었다.

특히 공격도 공격이었지만 하윤기의 진가는 수비에서 더욱 빛을 봤다. 라렌을 도와 조니 오브라이언트(204cm, F)를 아웃사이드로 밀어냈고, 본인의 매치업이었던 김종규에게 많은 득점을 허용치 않았다. 또한 적극적인 리바운드 참여는 물론, 4개의 블록슛을 기록하며 DB의 공격 찬스를 쉽게 차단해냈다.

DB는 그럼에도 꾸준히 KT를 추격했다. 하지만 KT 국내 선수들의 연속 득점포를 제어하지 못했다. DB는 이날 16개의 턴오버를 기록했다. KT는 DB의 턴오버를 쉽고 빠르게 득점으로 연결했다.
 

 

DB의 에이스 허웅이 보여준 모습도 평소에 비해 많이 아쉬움을 남겼다. 허웅은 다른 국내 선수들의 움직임이 정체되면서 본인이 득점을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무리한 공격 시도가 잦았다. 정성우(178cm, G)의 허웅 전담 마크도 한몫했다. DB는 세트오펜스에서도 답답한 공격 흐름이 이어졌다.

허웅은 KT가 3쿼터 원가드 시스템을 가동하였음에도, 무리한 림 어택 시도가 많았다. 슛 감각도 아쉬웠다. 11개의 야투 시도 중 2개뿐이 림을 가르지 못했다. 이날 유난히 패스 턴오버도 잦았고, 패싱 레인도 KT 선수들에 전부 읽혀 쉽게 차단당했다. 결국 허웅은 KT의 준비된 수비에 단 4점을 기록했다.

얀테 메이튼의 대체 선수로 합류한 조니 오브라이언트(204cm, F)도 공수 전반에 걸쳐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라렌과 마이어스(200cm, C)의 파워에 밀리며 쉽게 실점했다. 외곽에서의 야투 시도는 대부분 림을 외면했다. 경기 내내 스피드와 제공권을 머릿속에 각인한 KT는 롱 리바운드를 곧바로 속공으로 연결했다. DB는 어렵게 넣고 쉽게 실점했기에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이상범 감독은 “허웅이 안 터지니 나머지 선수들도 잘 풀지 못했다. 오브라이언트도 아직 50%에 불과하다. 몸 컨디션을 찾아야 하기에 오늘도 공격을 많이 주문했다. 하지만 거기서 미스가 많이 났다”고 전해왔다.

현시점까지 계속되고 있는 DB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다. 허웅이 극도로 부진하는 경우, 팀 경기 결과도 패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상범 감독은 경기 후 "박경상(178cm, G)과 강상재(200cm, F)가 합류했고, 선수들의 합이 맞춰진다면 허웅에 쏠리는 수비도 어느 정도 분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DB의 완전한 경기력엔 아직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승리한 동생 허훈도 이날은 평소의 경기력 100% 보여주지 못했다. 허훈이 아버지 허재 앞에서 부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1월 21일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3점슛과 자유투 모두 0%를 기록했다.

허훈은 이날 직접적인 득점 가담은 부족했으나 적극적인 림 어택 시도와 날카로운 패스로 DB의 존 디펜스에 균열을 냈다. 스틸에 이은 아웃렛 패스는 쉽게 득점으로 환산됐다. 허훈은 시종일관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팀을 잘 끌었다. 특히 엔드라인에서의 약속된 패턴 플레이는 계속 성공을 거듭했다. 모든 선수와 호흡이 완벽했다.

무엇보다 KT는 12인의 로스터를 어떻게 꾸려야 할지 고민할 정도로 두터운 선수단 뎁스를 자랑하고 있다. 그 부분이 이날 경기에서도 빛을 보였다. 서동철 감독은 상황을 살펴 가며 유연하게 로테이션을 가동했고, 들어가는 선수마다 본인의 역할을 120% 그 이상을 해냈다. 그렇게 KT는 시즌 15승 째를 기록, 7연승을 질주할 수 있었다.

뜨거웠던 관심만큼이나 아쉬움이 남았던 경기였다. 두 선수의 다음 맞대결은 다가오는 1월 3일 수원 KT 아레나에서 펼쳐진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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