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정 고려대 감독, “대학교 졸업장을 못 딴 게...”

손동환 기자 / 기사승인 : 2020-06-15 10:35:29
  • -
  • +
  • 인쇄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죽을 때까지 여운이 남을 것 같다”


주희정 고려대 감독의 농구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주희정 감독은 고려대학교를 중퇴했다. 한 달에 100만원을 벌기 위해 연습생 신분으로 원주 나래에 입단한 것.


주희정 감독은 “학교가 싫어서 나간 것도 아니고, 농구 선수로서 성공하겠다는 마음으로 나간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할머니 병원 치료비와 집에 있던 빚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나간 거였다. 돈을 조금이라도 벌기 위해 나갔다”며 프로에 나갈 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훌륭한 프로 선수는 나한테 어울리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주위에서도 내가 성공할 거라고 말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나조차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저 한 달에 100만원이라도 벌기 위해 나간 거였다(웃음)”며 옛 시절을 돌아봤다.


하지만 주희정 감독은 피나는 노력 끝에 KBL 레전드로 거듭났다. KBL 역대 최초이자 유일하게 1,000경기 이상을 나섰고, 역대 어시스트 1위(5,381개)와 스틸 1위(1,505개) 등 독보적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인생에서 이루지 못한 게 있었다. 고려대학교 체육교육학과 졸업장이었다. 주희정 감독은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건 다 이뤄봤다. 국가대표도 4번이나 해봤다. 은퇴하고 나니까,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 졸업장이 없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지금도 마찬가지다”며 ‘대학교 졸업장’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민감한 주제다. 요즘 얼리 엔트리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주희정 감독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졸업장에 관한 이야기를 사견임을 전제했다.


우선 “프로에 도전할 실력이 되고 선수로서 성공할 의지가 있다면, 프로 도전을 돕는 게 대학교 감독으로서 해야 할 일이다. 후배들이 훌륭한 프로 선수가 되는 건 좋은 일이고, 얼리 진출을 강제로 막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년에 (김)진영이도 OK했고, 올해 (이)우석이도 얼리 엔트리를 허락했다”며 후배들의 이른 프로 진출을 막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 선수들 대부분 자기 학업을 가지고 있기에, 대학교 졸업장도 자기 인생에서 중요하고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대학교 학업을 다 완수하고 프로 선수로서도 성공한다면, 자기 인생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난 그런 면에서 한 마리 토끼 밖에 못 잡은 사람이다”며 자신의 후회를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이어, “송교창이 그나마 성공한 사례라고 하지만, 송교창 같은 사례가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없다. 프로에 가면 한 팀에 15명 정도의 베테랑 형들이 있는데, 그 속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군대에도 다녀와야 하지 않는가. 그 외에도 여러 상황들이 있는데, ‘조금만 하다가 프로 가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무분별하게 얼리 엔트리를 하려는 건 아쉽다”고 덧붙였다. 큰 고민 없이 얼리 엔트리를 생각하는 후배들에게 남긴 말인 것 같았다.


계속해 “내가 많은 경험담을 이야기해줘도, 선수들이 이를 체감하지는 못할 거다.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배 선수들한테 ‘20년 동안 프로 경험을 했던 주희정이라는 선배를 믿고,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전할 수밖에 없다”며 진실된 마음으로 프로에 관한 조언을 해주고 싶어했다.


특히, “3학년 끝나고 나가는 친구들은 너무 아쉽다. 두 학기만 해도 졸업장을 딸 수 있는데... 물론, 성공한 프로 선수가 되는 건 좋지만, 농구는 평생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학교 졸업장이 있다면 인생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확률이 있다”며 졸업을 1년 앞두고 프로에 가려는 후배들을 아쉬워했다.


주희정 감독과 인터뷰를 하는 동안, 주희정 감독은 계속 아쉬움을 드러냈다. “나 같은 경우에는 고려대 졸업장이기에, 메리트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메리트를 떠나서, 대학교에 들어갔는데 대학교 졸업장이 없다는 게 너무 아쉽다. 티는 안 내지만, 정말 여운이 많이 남는다. 죽을 때까지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주희정 감독의 짙은 아쉬움이 느껴진 대목이었다.


마지막에도 “선수로서 할 거 다 해보고 누릴 거 다 누려봤다. 대우 받을 수 있는 것도 다 받았다. 그런데도 고려대 졸업장을 못 받은 건 큰 여운으로 남는다. 후배들이 프로에 일찍 나가는 건 말리지 않고 도와줘야 하겠지만, 신중하게 잘 생각해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이런 말을 언젠가는 하고 싶었다”며 메시지를 보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주희정 감독은 후배들의 얼리 엔트리를 막고 싶은 게 아니다. 후배들이 이른 프로 진출을 원한다면, 선배로서 돕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게 주희정 감독의 핵심 의견은 아니었다. 주희정 감독은 ‘농구 선수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후배들만큼은 ‘성공한 프로 선수’와 ‘대학교 졸업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자신의 이야기가 민감한 주제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후배들만큼은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사진 제공 = 한국대학농구연맹(KUBF)


[저작권자ⓒ 바스켓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HEADLINE

더보기

PHOTO NEWS

인터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