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뒤늦게 시작된 날갯짓, 더욱 밝은 미래를 꿈꾸는 LG 유병훈

김준희 기자 / 기사승인 : 2020-04-11 14: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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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코리아 = 김준희 기자]올 시즌 초반은 그에게 악몽과도 같았다. 경기력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고, 출전 시간도 서서히 줄어들었다. 입지도 서서히 좁아졌다.


그러나 그는 이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2군에서 칼을 갈았고, 동료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시 1군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시즌 후반으로 가면서 그의 능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송골매 군단의 또 다른 야전사령관, 유병훈이다. <바스켓코리아>는 최근 기량을 꽃피우고 있는 유병훈을 만나 올 시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본 인터뷰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3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인터뷰 시점은 정규리그 휴식기였던 2월 15일에 진행됐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근황이 궁금해요. 휴식기인데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발바닥 쪽이 안 좋아서 치료를 받고 있어요. 휴식기가 긴 편이긴 하지만, 특별히 뭘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기존에 잘되던 부분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나, 수비와 리바운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훈련할 것 같아요.


9위로 휴식기에 돌입했어요. 지금까지 시즌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개인적으로 보면 팀 동료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많은 게 사실이에요. 지금 현실이나 앞을 보면 그런 마음을 갖고 해야 하지만, 또 그러다 보면 부담도 생길 것 같아요. 최대한 상황에 맞게 집중하려고 해요. 잘되는 부분은 계속 이어가고요. 유지할 것도 있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어요.


미안한 마음이 많다고 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주전 선수들이나, 많이 뛰는 선수들한테 큰 도움이 아니더라도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제가 경기력이 많이 안 올라오는 바람에 다른 선수들이 출전 시간도 길게 가져갔던 것 같고요. 일정도 타이트한데 도움이 되지 못했던 부분이 감독님이나 팀 동료들한테 제일 미안하고 죄송스러워요.


그래도 시즌 후반으로 오면서 유병훈 선수 개인의 경기력이나 기록은 좋아진 것 같아요.
개인적인 기록을 신경 쓰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제 커리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런 부분에 신경 쓰다 보면 제가 해야 할 걸 놓치기 쉽거든요. 희생하고, 해야 할 역할을 하다 보면 기록적인 건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기록이 잘 나온 건 팀 동료들이 도와준 덕분인 것 같아요. 우선 맡은 역할,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집중하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비시즌은 어떻게 준비했고, 현재 어떤 점이 잘 나타나고 있는 것 같나요? 반대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비시즌에 감독님께서 수비, 리바운드 등 궂은일을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었어요. 그래야 자연스럽게 공 소유를 우리 쪽으로 갖고 오면서, 공격 시간을 가져갈 수 있으니까요. 수비적인 부분은 좋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지는 경기를 돌아보면 리바운드에서 아쉬울 때가 많아요. 그 부분만 시즌 마무리할 때까지 계속 생각하면서 하려고 해요.


시즌 초반부터 돌아볼게요. 시즌 초반 김시래 선수의 백업, 혹은 김시래 선수와 투 가드로 경기에 나오다가 11월부터 12월까지 약 두 달간 D리그를 소화했어요. 당시를 돌아봐줄 수 있나요?
주위 사람들도 제 경기력 올라오지 않는 것에 대해 답답하고 안쓰러워하더라고요. 하지만 제일 괴로운 건 저 자신이었어요. 그땐 정말 많이 힘들더라고요. 그런 걸 탈피하고 싶었어요. 감사하게도 감독님께서 D리그를 통해 기회를 주셨죠. ‘D리그에서 공격도 많이 하면서 시도를 해봐라. 그래야 안 되는 부분을 알 수 있다’고 하셨어요. 거기서 최대한 찾으려고 노력했죠. 그게 저도 모르게 쌓이면서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잘되는 부분은 극대화될 수 있게끔 해주시고, 안된 부분은 지적해 주셨어요. 잘되는 부분을 유지하는 게 지금의 숙제인 것 같아요.


김시래 선수가 12월 말에 부상을 당하면서 1군에 콜업됐고, 출전 시간도 서서히 늘어났어요. 경기 운영이나 득점력도 시즌 초보다 나아진 것 같고요.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건가요?
심적으로 약해진 상태긴 했어요. 그러면서도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죠. 하지만 좋은 상황이 아니고, 팀 동료가 다친 상황이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많았어요. (김)시래 형이 팀의 기둥이잖아요. 걱정됐는데, 어쨌든 (김)시래 형이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됐으니까 거기에 집중해서 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하려고 했던 게 경기력이 올라오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기회라는 생각에 욕심부리고,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면 오히려 더 악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최대한 그 생각은 접으려고 했어요.


감독님께서 특별히 주문하셨던 부분이 있나요?
특별히 말씀해 주신 건 없고, 냉정하게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욕심부리지 말고, 해야 할 걸 정확하고 안전하게 하라고 하셨죠. 어렵고 모험적인 플레이를 자제하면서 제 플레이를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잘했던 시즌이 있지만, 올 시즌이 유독 임팩트가 강한 것 같아요. 1월 24일 KCC전에서 데뷔 최다 12어시스트를 기록했고, 2월 2일 전자랜드전에선 데뷔 후 처음으로 더블더블을 기록했어요(15점 12어시스트). 당시 경기를 치를 땐 어땠나요?
어시스트를 많이 한 것보다는, 제가 패스를 주면 다른 동료 선수들이 잘 넣어주니까 그게 기분이 좋아요. 어시스트 개수가 쌓이는 것에 대한 의식은 별로 없어요. 끝나고 나서 주위 선수들이 얘기해줘서 알았어요. 경기하면서 그 부분을 의식했다면, 그 정도 기록은 안 나왔을 것 같아요. 제 어시스트를 통해서 팀 동료가 득점을 만들 때, 그런 부분에서 희열을 느낄 때가 많죠.


현주엽 감독님 이야기를 잠깐 해볼게요. 현장에서 취재할 때 느끼는 건데, 감독님께서 유독 유병훈 선수에게는 칭찬에 인색하신 것 같아요. 더블더블을 달성했을 때 처음으로 칭찬을 하시던데, 기분이 어땠나요?
기사로 접했는데,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더 어색하더라고요. 근데 어떻게 보면 저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높기 때문에 이렇게 말씀해 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칭찬해 주셨을 때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다. 더 잘해야 하는 선수다’라고 말씀을 해주신 게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평소에도 칭찬을 많이 안 해주시긴 하지만, 저를 그만큼 믿고 있는 것도 알기 때문에 이해해요(웃음). 전에는 감독님께서 말씀하시는 그런 부분이 안 나와서 눈치도 많이 보고 죄송스러웠죠. 제 입장에선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게 더 큰 동기부여가 되고, 힘도 되는 것 같아요.


김시래 선수가 복귀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출전 시간을 가져가고 있어요. 팀도 시즌 초중반보다 잘되고 있는 것 같은데, 팀과 본인 둘 다 현재 어떤 부분에서 잘되고 있는 것 같나요? 혹은 보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초반에 힘들게 경기하고 막판에 잘 돼서 이긴 경기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 부분이 초반부터 잘 이뤄지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그런다고 해서 후반에 잘된다는 법은 없지만, 분위기를 이어가기가 쉬우니까요. 만약 선발로 나간다면, 처음부터 수비 위주로 시작해서 점수 차가 벌어지지 않게끔 하려고 해요. 동등하게 해서, 마지막에 좋은 경기로 마무리하는 게 제 바람이에요. 안되는 점은 리바운드인 것 같아요. 포지션 구분 없이 해야 하는 게 리바운드니까요. 센터나 포워드들한테만 맡길 게 아니라, 저도 리바운드에 참가하면서 팀에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게끔 해야 할 것 같아요.


문득 떠올랐는데, 이날 경기 얘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2월 9일 KCC전에서 21점 차를 뒤집고 역전승을 거뒀었잖아요. 팀 분위기에 영향이 컸을 것 같은데 당시 선수들의 느낌은 어땠나요?
선수들이 다 비슷할 것 같은데. 사실 그 정도 점수 차가 났다는 걸 의식을 못 했어요. 점수 차가 벌어진 걸 인지했다면 선수들이 다소 의욕을 잃었을 텐데, 점수 차가 크게 와닿지 않은 상황이었죠. 하던 대로 계속하자고 했던 게 막판에 자연스럽게 나타난 것 같아요.


유병훈 선수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더 해볼게요.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 시즌에 복귀했어요. 경기 감각을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그때 생각해보면, 제 움직임이나 평소 하던 퍼포먼스가 안 나와서 걱정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나름 운동을 한다고 했지만, 혼자 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죠. 제가 했던 훈련 방식이 잘못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때 감독님이나 코치님들께서 (몸 상태가) 올라올 수 있게끔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주위에 공익으로 복무한 뒤 복귀했던 형들 조언도 많이 듣고요. 조금씩 찾아가는 과정이었고, 시즌 후반으로 가면서 조금씩 농구한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괜찮다 싶어질 때쯤 부상 때문에 시즌을 접었죠.


부상이 많이 아쉬웠을 것 같아요.
아쉬움이 안 남는다면 거짓말이겠죠. 부상이 연속적으로 찾아왔었어요.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여러 가지 방법도 동원해보고, 상의도 많이 했죠. 근데 경기 수가 적은 게 아니라서 소화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감독님과 상의한 끝에 ‘내년을 보자’고 해서 수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죠. 빨리 선택을 했어요. 아쉬움은 남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래도 그때 그렇게 빠르게 판단했기 때문에 잘 복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부상 부위는 정확히 어디고, 현재 상태는 어떤가요?
고관절 쪽인데, 지금은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좋아졌어요. 아무래도 수술을 했기 때문에 평생 가져가야 하는 부분이긴 해요. 조금씩 재활하고, 트레이너 형들 도움을 받아 가면서 하니까 관리는 잘되는 것 같아요.


2012년 1라운드 3순위로 프로에 발을 들였어요. 당시 목표로 했던 본인의 모습이 있을 것 같은데, 현재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그때는 힘든 부분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대학 때까지 승승장구해서 좋은 순위로 왔기 때문에, ‘프로에서도 승승장구한다면 높은 위치에 있는 선수가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컸죠. 하지만 프로를 겪으면서 사람 일이 뜻한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때 당시엔 걱정이 크게 없었어요. 좋은 부분만 생각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좀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하.


LG에서만 햇수로는 8년, 시즌은 6시즌째 뛰고 있어요. 본인에게 LG는 어떤 팀인가요.
일단 아직 FA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프랜차이즈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그래도 한 팀에서 이렇게 오래 있기가 쉽지는 않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한 뿌듯함도 있죠. 여러 가지 힘든 일도 많이 겪었기 때문에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아요. 좋은 일도 많았고, 우승에 도전했던 첫 번째 멤버가 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도 있고요(LG는 2013-2014시즌 김시래와 김종규, 문태종, 데이본 제퍼슨 등의 초호화 멤버를 앞세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으나, 울산 모비스에 무릎을 꿇었다. 당시 유병훈은 데뷔 후 두 번째 시즌이었다).


원래 창원은 팬들 열기가 뜨거운 곳이긴 하지만,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출연 이후로 전국구 구단이 됐어요. 원정에서도 응원 열기가 대단한데, 인기를 체감하나요?
사실 저는 직접적으로 출연하지는 않아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느껴지는 게 덜하지 않냐고 얘기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팀원으로서 느끼는 효과는 어마어마한 것 같아요. 저로선 반가운 일이죠. 특히 현장에서 정말 많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원정 경기에서 그 정도 응원 소리가 나온다는 게 선수들에게는 정말 힘이 많이 되거든요. 기회가 좋았던 것 같아요. 창원 홈에서도 워낙 많이 응원해 주시니까 매일같이 감사하게 느끼고 있거든요. 원정도 팬분들이 많이 찾아주시고, 상대 팀 선수들도 부러워하니까 그 부분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성적까지 같이 따라줬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있을 것 같아요.
인기에 대해선 정말 많이 체감하고 감사드리면서도, 성적은 죄송스러운 부분이죠. 저희가 승리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렸다면 지금보다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났을 거라 생각해요. 먼 거리 응원 와주셨는데, 경기를 못 하면 죄송하고 쳐다보지도 못할 때도 있고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전보다 커진 것 같아요.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요?
농구를 잘하는 게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농구를 잘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팬들한테 친근한 이미지로 남고 싶어요. 팬 서비스도 좋고, 팬들한테 거리감 없이 잘 다가오는 선수? 그런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어요.


이제 곧 휴식기가 끝나고 시즌 후반기가 다가오는데, 각오와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현실적으로 지금 저희가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건 6강인 것 같아요. 팬분들의 응원에 보답하는 길이기도 하고요.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래도 시즌은 끝날 때까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6강에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해요. 봄 농구하면서 많은 기쁨도 드리고 싶고요. 팀도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6강에 목표를 두고, 휴식기 이후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저도 몸 상태나 경기력이 많이 올라왔고, 감독님 말씀대로 더 올라갈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준비 잘해서 후반기에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LAST PIECE
유병훈은 지난 2018년 7월 27일, 4년 연애 끝에 이가을 씨와 결혼에 골인했다. 운동선수에게 결혼은 또 하나의 전환점이다. 결혼과 부인에 관한 질문으로 유병훈과의 인터뷰를 맺었다.


“너무 좋아요. 결혼해서 좋은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책임감도 확실히 생기고, 운동하는 데 집중도 잘되고요. 집에 가면 맛있는 것도 정말 많이 해줘요. 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신경 쓰는 게 보여서 미안하면서도 고맙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죠. 저희가 4년 연애하고 결혼했는데, 지금도 연애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해요. 티격태격하는 것도 없고, 잘 지내는 것 같아요. 시즌 중에는 같이 못 있어줄 때가 많으니까 그런 부분은 미안해요.”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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