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Inside] 제임스와 론도가 보여준 노장의 확실한 품격

이재승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0 14: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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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우승후보인 LA 레이커스가 플레이오프 두 번째 관문에서 처음으로 앞섰다. 레이커스는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휴스턴 로케츠와의 서부컨퍼런스 세미파이널 3차전에서 112-102로 승리했다. 레이커스는 시리즈 첫 경기를 내준 이후 연승을 거두면서 시리즈 리드를 잡았다. 레이커스는 휴스턴에서 대뉴얼 하우스가 결장한 틈을 타 경기를 잡아냈고, 서부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에 성큼 다가섰다.
 

지난 3차전에서 레이커스는 원투펀치가 어김없이 제 몫을 해냈다. 르브론 제임스가 37분 31초를 뛰며 이날 가장 많은 36점을 퍼부었다. 3점슛을 네 개나 곁들이는 등 쾌조의 슛감을 뽐낸 그는 전반에만 29점을 신고하면서 탁월한 존재감을 뽐냈다. 휴스턴이 전반에 64점을 올린 것을 고려하면, 제임스의 득점력을 내세워 레이커스가 어렵사리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비록 후반에만 공격에서 주춤했지만, 경기운영을 통해 어김없이 제 몫을 해냈다.
 

제임스는 많은 득점을 올린 것 외에도 7리바운드 5어시스트 1스틸 4블록을 기록했다. 이전처럼 많은 리바운드와 어시스트를 더하진 못했지만, 공수 양면에서 힘을 내면서 레이커스에 시리즈 리드를 안겼다. 제임스가 중심을 잡은 사이 앤써니 데이비스는 38분 44초 동안 코트를 지켰다. 많은 시간을 뛰면서 26점 15리바운드 6어시스트 1스틸을 올렸다. 제임스와 함께 공격을 이끌었고, 리바운드와 어시스트를 두루 보태며 이름값을 확실하게 해냈다.
 

제임스와 데이비스가 62점을 합작한 사이 다른 선수들의 활약이 필요했다. 리그가 재개된 이후 슈터들이 부진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선수의 역할이 뒤따라야 했다. 에이브리 브래들리의 불참이 뼈아픈 가운데 데니 그린과 켄타비우스 콜드웰-포프 등 여러 슈터들이 시즌 재개 이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슈터들이 부진이 도드라지고 있어 레이커스가 우승후보다운 경기력을 좀처럼 뽐내지 못했다.
 

그러나 레존 론도가 나섰다. 지난 3차전에서도 경기를 가져오는데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친 그는 3차전의 활약이 전조에 불과했다는 듯이 4차전에 펄펄 날았다. 이날 그는 30분 7초를 뛰며 3점슛을 무려 세 개나 집어넣는 등 그답지 않은 슛감을 뽐냈다. 그는 21점 2리바운드 9어시스트를 뽑아내면서 이날 확실한 변수가 됐다. 론도는 필요할 때마다 득점과 어시스트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카일 쿠즈마도 14점을 추가하며 팀의 승리를 도왔다.
 

동부를 호령했던 이들의 의기투합
이날 레이커스 승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는 바로 제임스와 론도였다. 이들 둘은 지난 2018년 여름에 함께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었다. 둘이 함께할 당시만 하더라도 슛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둘이 한 팀에서 뛰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 당시 레이커스에는 론조 볼(뉴올리언스)까지 있어 슛이 취약하면서 공을 들고 뛰어야 하는 선수가 많았다. 전력이 돋보이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연히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다.
 

제임스와 론도는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동부컨퍼런스에서만 플레이오프를 경험했다. 제임스는 NBA 진출 이후 처음으로 컨퍼런스를 옮겼으며, 서부에서 첫 시즌을 보냈다. 론도는 보스턴 셀틱스를 떠난 이후 여러 팀에서 뛴 가운데 댈러스 매버릭스, 새크라멘토 킹스, 시카고 불스,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에서 뛰었으며, 이중 시카고를 제외한 나머지 팀이 서부에 속해 있다. 그러나 정작 플레이오프 경험은 뉴올리언스에서가 전부였다.
 

이들 둘은 사사건건 부딪혔다. 론도는 2000년대 후반부터 BIG3와 함께 하면서 보스턴이 전성시기를 열어젖히는데 일조했다. 2008년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으며, 이후에는 팀을 직접 이끌었다. 그 사이 제임스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 뛰면서 팀의 알파이자 오메가로서 모든 것을 쏟아냈다. 그러나 우승에 다가서긴 모자랐다. 플레이오프에서 BIG3의 보스턴에 내리 패했고, 2010년에 이적을 통해 새로운 BIG3를 꾸렸다.
 

이후에도 제임스와 론도는 마주했다. 제임스가 이적한 사이 둘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그 중 백미는 2012 동부컨퍼런스 파이널이었다.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제임스가 이끄는 마이애미 히트가 론도의 보스턴을 따돌렸다. 제임스는 파이널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제임스와 론도는 꾸준히 자신의 팀을 지켰으나, 이내 팀을 옮겨야 했다. 제임스는 2014년 여름에 클리블랜드로 복귀했고, 론도는 2014-2015 시즌 도중 댈러스 매버릭스로 트레이드됐다.
 

제임스가 남쪽바다 여행을 마치고 친정으로 돌아간 사이 론도는 해마다 팀을 옮겼다. 댈러스는 당시 론도를 영입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다. 지금은 몸값을 하지 못하는 이의 대명사가 됐지만 당시 활약하던 챈들러 파슨스를 데려와 덕 노비츠키 시대에서 한 번 더 우승 도전에 나서나 했다. 그러나 론도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전력에서 제외됐다. 출장시간에 불만을 드러낸 그는 이후 댈러스를 떠났고, 저니맨이 됐다.
 

그 사이 제임스는 클리블랜드를 4년 연속 동부컨퍼런스 챔피언으로 견인했다. 마이애미 시절까지 더해 8년 연속 팀을 파이널로 이끌면서 동부의 제왕으로 거듭났다. 제임스는 2016년에 클리블랜드도 정상에 새우면서 명실공이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론도는 뉴올리언스에서 데이비스를 만나 좋은 합을 자랑했으나, 해마다 팀을 옮기면서 한 팀에 꾸준히 남아 있지 못했다. 그러는 도중 2018년에 제임스와 론도가 의기투합한 것이다.
 

제임스는 클리블랜드에서 뿌리를 내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할리우드로 향하길 바랐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레이커스에서 뛰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이미, 레이커스에는 다수의 유망주가 자리하고 있어 추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많은데다 샐러리캡도 충분한 만큼, 새로운 슈퍼스타 군단을 꾸리기 충분했다. 다시 한 번 더 특급 가드와 빅맨을 데리고 우승도전에 나서기 충분한 여건이었다.
 

결국, 제임스는 레이커스로 향했고, 뒤따라 론도가 향했다. 제임스와 론도의 부상도 겹치면서 레이커스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이는 한 해 쉬는 시간에 불과했다. 이전까지 숱하게 큰 경기를 경험했던 이들은 레이커스가 지난 오프시즌에 데이비스를 데려오면서 졸지에 유력한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그토록 바라던 카와이 레너드(클리퍼스)와 계약하진 못했지만, 굳건한 전력으로 평가를 받았고, 지금에 이르렀다.
 

이번 시리즈에서 빛나고 있는 베테랑 듀오
이날 제임스는 전반에만 30점에 버금가는 득점을 올리면서 팀 득점의 절반 정도를 책임졌다. 슛 성공률이 단연 돋보였다. 전반에만 14개의 슛을 던져 10개를 집어넣었다. 이로써, 제임스는 지난 25번의 플레이오프에서 레이커스 선수 중 특정 경기 전반에서 가장 높은 야투 성공률을 기록한 이가 됐다. 그만큼, 이날 제임스의 손은 뜨거웠다. 제임스는 전반에만 팀이 올린 득점의 47.5%를 책임졌다.
 

이날 승리로 제임스는 데릭 피셔를 밀어내고 역대 통틀어 플레이오프에서 최다승을 거둔 이가 됐다. 동시에 플레이오프에서 46번째로 35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 경기를 펼쳤으며, 해당 부문에서 제임스보다 이를 많이 기록한 이는 없다. 이는 2위인 마이클 조던보다 12번이나 더 많다. 아직 조던만큼 결승에서 많이 이기진 못했으나, 역량만큼은 웬만한 전설들 보다 나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론도도 있다. 론도는 이날 플레이오프 누적 1,000어시스트를 달성했다. 역대 12번째로 플레이오프에서 1,000어시스트 이상을 추가하면서 위력을 더했다. 이미 지난 2차전에서도 9어시스트를 추가한 그는 플레이오프 누적 어시스트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더 고무적인 것은 팀이 이번 시리즈 첫 연승기간 동안 총 18어시스트를 더하면서 제 몫을 해냈다. 위기 때마다 동료들에게 뿌린 A패스는 어김없이 레이커스가 치고 나가는데 큰 주춧돌이 됐다.
 

심지어, 3차전에서는 이번 플레이오프 최다인 21점을 퍼부었다. 특히, 3차전 막판에는 제임스가 공격에서 전반과 같은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기에 론도의 공격 가담은 가히 결정적이었다. 백미는 4쿼터에 나온 레이커스의 23점이 론도의 손끝에서 창출됐다는 점이다. 론도는 자신의 득점과 어시스트를 통해 30점 중 23점을 론도가 책임졌다. 이게 다가 아니다. 레이커스의 지난 20년을 통틀어 벤치에서 출격하고도 4쿼터에서 가장 많은 12점을 올린 이가 됐다.
 

우승에 도달할 수 있을까?
관심은 역시나 레이커스에 우승에 다가설 수 있을 지다. 레이커스는 코비 브라이언트가 뛰던 지난 2013년에 첫 플레이오프에 나선 것이며, 2012년에 이어 8년 만세 플레이오프 2라운드 무대를 밟았다. 또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정규시즌에서 50승을 넘어서는 등 수년 간 가장 빼어난 행보를 보였으며, 2010년에 마지막 우승을 차지한 이후, 그간 레이커스는 우승은 고사하고 서부컨퍼런스 파이널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그 중심에 단연 제임스와 론도가 있다. 론도는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진 못했지만, 큰 경기에서 어김없이 진가를 드러냈다. 이들은 레이커스의 경기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제임스가 쉴 때 생기는 공백을 론도가 잘 채우고 있으며, 이번 시리즈에서는 그 이상의 활약도 마다하지 않았다. 같이 뛸 때의 경기력도 양호했다. 슛이 취약한 둘이 뛸 때 약점이 도드라져 보일 수 있으나 오히려 유동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면서 진가를 드러냈다.
 

현재 레이커스에서 지난 시즌까지 플레이오프 100경기 이상 뛴 이는 제임스, 론도까지 단 둘이 전부다. 여기에 이번 1라운드 경기를 더해 가세한 드와이트 하워드까지 더해 레이커스에서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이는 이들이 전부다. 가뜩이나 에이브리 브래들리마저 빠진 가운데 나머지 슈터들이 좀처럼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제임스와 론도가 노장으로서의 진가를 드러내며 팀을 확실하게 이끌어 가고 있다.
 

과연, 레이커스는 이번에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 리그 재개 이후 좀처럼 우승후보다운 경기력은 아니지만, 라운드마다 근소한 우위를 살려가고 있다. 그러나 큰 경기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고, 웬만한 위기를 모두 경험해 본 제임스와 론도가 있어 레이커스가 불안한 가운데서도 서부 결승에 진출에 다가 서 있다. 리그를 대표하는 노장인 제임스와 론도의 의기투합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가 주목된다.


사진_ NBA Mediacentral

 

바스켓코리아 / 이재승 기자 considerate2@bask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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