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오해를 풀어드립니다_전준범 그리고 12월 17일

손동환 기자 / 기사승인 : 2021-02-26 11: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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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1년 1월호에 게재됐습니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날이 있다. 동시에, 누군가를 상기시켜주는 날도 있다.
전준범(현 울산 현대모비스)에게는 12월 17일이 그렇다. 지금은 ‘전준범 데이’라며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돌이켜보면 큰 상처로 남을 수도 있었다.
12월 17일 때문에 큰 오해를 사기도 했다. ‘전준범은 집중력이 부족하고 농구 이해도가 떨어지는 선수’라는 오해였다. 적어도, 그 오해만큼은 풀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 호에 ‘전준범’과 ‘12월 17일’을 언급하려는 이유다.
(전준범과의 인터뷰는 2020년 12월 19일에 이뤄졌다. 유재학 감독과 함지훈-기승호는 각각 2020년 12월 18일과 2020년 12월 20일에 인터뷰를 진행했다)

2014년 12월 17일, 오해의 시작

2014년 12월 17일, 잠실학생체육관. 울산 모비스(현 울산 현대모비스)와 서울 SK가 만났다. 두 팀의 선두 다툼이 치열한 시기였다.
모비스와 SK는 예상대로 혈투를 펼쳤다. 그러다 경기 종료 20초 전이 됐다. 그 때 모비스 양동근(은퇴)이 레이업을 성공했다. 모비스가 89-86으로 앞섰다.
모비스의 마지막 수비. 모비스가 수비를 연달아 성공했지만, 공격 리바운드를 허용했다. 그 사이 시간이 흘렀고, 경기 종료 시간이 다가왔다. 모비스가 점점 유리해졌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났다. SK 애런 헤인즈가 경기 종료 부저와 함께 골밑 득점을 성공했고, 모비스 전준범이 동시에 파울을 범한 것. 전준범은 헤인즈의 득점을 놔둬야 했지만, 전준범은 쓸데없는 동작으로 추가 자유투를 내줬다. 헤인즈가 자유투를 넣으면 동점이었고, 모비스는 다잡은 승리를 놓칠 수 있었다. 또, 연장으로 간다면, 모비스가 불리할 수 있었다. 모비스 벤치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다행히 헤인즈가 자유투를 놓쳤다. 현대모비스의 89-88 승리. 전준범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유재학 모비스 감독(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초등학생도 안 하는 실수를 했다”며 위기를 자초한 전준범에게 분노를 표출했다. 전준범에 관한 잘못된 이미지도 그 때 형성됐다. 전준범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전준범은 “중요한 경기고, 꼭 이겨야 될 경기였어요. 결과적으로 잘 넘어가서 다행인데, 졌더라면 큰 타격이 있었을 것 같아요. 생각하기도 싫어요”라며 그 때의 실수를 아직도 기억했다.
이어, “(헤인즈의 자유투가 안 들어가는 걸 보고)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께서 화를 내신 걸 알고 있었는데, 사실 감독님께서 화를 내는 게 전혀 들어오지 않았어요. 실수한 장면만 생각이 났죠. 아무 것도 들어오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전준범 데이’는 그렇게 시작됐다.

2015년 12월 17일, 또 한 번의 시련

2015년 12월 17일. 또 한 번 그 날이 찾아왔다. 모비스의 상대는 서울 삼성. 당시 모비스는 삼성전 23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삼성과 천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은 만만치 않은 팀이었다. 모비스 3연속 우승(2012~2013, 2013~2014, 2014~2015)의 주축이었던 문태영(은퇴)과 리카르도 라틀리프(현 라건아, 전주 KCC 소속)가 삼성 유니폼을 입었고, 삼성이 모비스전 연패 탈출에 의지를 불태웠기 때문이다.
모비스는 경기 종료 12초 전 양동근의 득점으로 72-71, 승리에 한 걸음 다가섰다. 그러나 마지막 수비가 문제였다. 실점할 경우, 열세를 회복할 시간이 부족했다.
전준범이 또 한 번 파울을 저질렀다. 모비스의 팀 파울이 누적된 상황. 전준범의 파울을 이끈 장민국이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했고, 모비스는 반격도 못하고 패배했다.
물론, 2015년 12월 17일은 2014년 12월 17일과 달랐다. 전준범이 필사적으로 장민국을 막아야 했고, 장민국의 돌파를 막다가 파울을 범했기 때문이다. 파울의 성격이 100% 달랐다. 팀원들도 팬들도 전준범의 파울을 이해했다.
하지만 승부처에서의 파울이었다. 역전패의 빌미가 된 파울이기도 했다. 그래서 전준범의 파울이 도마 위에 올랐다. 2014년 12월 17일 마지막 장면과도 겹쳤다.
전준범 역시 “그 때는 정말 아쉬웠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는 하지만, 팀이 져서 더 아쉬웠죠. 그리고 경기 끝나고 보니, 또 12월 17일이더라고요(웃음)”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12월 17일과 전준범은 악연인 것 같았다.

12월 17일, 전준범의 상징이 되다
2016년 12월 17일. 모비스는 부산 kt와 원정 경기를 치렀다. 전준범은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됐다. 양 팀 선수 중 최다인 3점 4개를 꽂았다. ‘전준범 데이’의 의미를 바꿔놓았다.
2017년 12월 17일. 전준범에게 잊지 못할 ‘전준범 데이’였다. 모비스가 원주 DB와 원정 경기를 치렀지만, 구단 차원에서 ‘전준범 데이’를 적극 지원했다. 그 날 전준범 유니폼을 17%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고, 전준범과 사인 및 포토 타임을 할 수 있게끔 조치했다.
전준범은 이날 34분 11초를 뛰었다. 7점 2어시스트에 그쳤다. 하지만 모비스가 DB를 89-82로 잡았고, 전준범은 많은 팬들의 응원 속에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날 경기가 ‘전준범 데이’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비록 기록은 좋지 않았지만(웃음), 팀이 이겼고 많은 팬들의 응원 속에 경기를 했기 때문이다”며 2017년 12월 17일을 잊지 못했다. 이제 ‘전준범 데이’를 즐길 준비가 된 듯했다.

전준범 없는 ‘전준범 데이’, 전준범에게 ‘전준범 데이’란?
그 후 한 동안 ‘전준범 데이’를 볼 수 없었다. 전준범이 군에 입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3년 만에 ‘전준범 데이’가 찾아왔다. 하지만 전준범은 없었다. 발뒤꿈치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기 때문.
전준범이 없는 전준범 데이. 누구보다 아쉬워한 이는 전준범이었다.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게 아쉬웠고, 이날 활약으로 자신을 둘러싼 오해를 풀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자와 전준범의 대화가 가장 길었던 주제이기도 했다. 전준범의 말을 인용구에 담기 힘들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일문일답 형식으로 전준범의 말을 풀어본 이유이기도 했다.

2020년 12월 17일에는 코트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쉬워했겠지만, 본인이 제일 아쉬웠을 것 같습니다.
2주 쉬면서 통증(발뒤꿈치 부상)이 가라앉았지만, 경기에 나설 수 없는 몸이었어요. 지금은 통증 없는 선에서 재활 운동 중입니다.
TV로 경기를 봤어요. 먼저 팀이 이겨서 기분이 좋았어요. 하지만 팬들께서 12월 17일을 기대하셨을 건데, 경기에 나서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다음 해에도 12월 17일이 있을 거기 때문에, 그 때는 팬들을 꼭 만나뵙고 싶어요.
팬들께서 전준범 선수가 좋은 슈터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4년 12월 17일 마지막 장면 때문에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집중력이 떨어진다거나 농구 이해도가 부족한 선수라고요. 그런 오해를 풀고 싶을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떤 플레이를 한다고 해서, 그런 오해가 풀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그런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죠.
사실 처음에는 12월 17일 경기를 부담스러워했어요. 어렸을 때이기도 했고, 2014년 12월 17일의 기억을 쉽게 못 떨쳤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런 게 줄었어요. 저를 홍보할 수 있는 날이라는 것도 알게 됐고요.(웃음)
12월 17일 때문에, 팬들의 관심도가 높아졌어요. 팬들도 좋아하시더라고요. 팬들께서 이전보다 저를 많이 좋아해주시고 많이 신경 써주세요. 어떻게 보면 이벤트라고도 생각해요. 매년 그 날 경기가 있는 거니까요. 정말 감사해요.
2021년 12월 17일에도 ‘전준범 데이’가 성사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 때는 어떤 경기를 보여주고 싶으신가요?
앞서 말씀 드렸듯, 오해가 풀리기는 어려울 거에요. 그렇지만 그 날 때문에, 저를 향한 관심도가 많이 커졌어요. 저를 응원한 팬 분들도 예전보다 많아지셨고요.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들한테 응원에 걸맞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어요.
KBL에서 특정 선수를 위해 경기를 배정하는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날이 있다는 게 큰 의미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매년 12월 17일에 저희 팀 경기가 있습니다. 그게 큰 의미로 다가와요. 하지만 이번에는 나가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홈 경기여서 아쉬운 마음이 더 컸죠. 개인적으로는 2021년 12월 17일도 홈 경기로 잡히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울산 팬 분들께서 더 좋아하실 것 같아요. 또, ‘코로나 19'가 풀린다면, 팬 분들께서 현장에 올 수 있으시잖아요. 그렇다면 팬들께서 더 좋아하실 것 같아요.

전준범을 둘러싼 오해를 풀어라
전준범은 어느덧 ‘전준범 데이’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생각했다. 2014년 12월 17일로 인한 오해가 풀리지 않을 거라고 봤다. 본인이 자초한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비스 팀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 날 전준범을 다그친 유재학 감독부터 그랬다. 전준범의 동료들도 “전준범은 집중력이 좋고 농구 이해도가 좋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래서 기자는 유재학 감독과 함지훈, 기승호에게 같은 질문을 건넸다. “전준범은 과연 집중력이 떨어지는 선수인가? 농구 이해도가 떨어지는 선수인가”라고 말이다.
질문을 들은 이들은 같은 대답을 제시했다. 전준범을 향한 오해는 그저 오해라고 생각했다.

유재학 감독
훈련에 임하는 태도와 경기를 임하는 집중력 모두 좋아요. 농구 센스도 뛰어나요. (전)준범이가 지역방어 이해 능력이 좋은데, 지역방어는 농구 길을 모르면 안 되는 수비에요. 농구 센스가 없으면 잘 소화할 수 없는 수비죠. 준범이는 그런 길을 아는 선수에요. 준범이가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농구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건 편견이라고 봐요.

함지훈
그 때 당시(2014년 12월 17일)에는 깜짝 놀랐어요. 놔두면 끝나는 건데, 그걸 파울을 해서... 정말 죽을 뻔했어요.(웃음) 게다가 그 경기가 선두를 가르는 게임이었잖아요.
하지만 (전)준범이가 그 사건을 계기로 더 좋은 선수가 됐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국가대표 슈터가 됐고요.
준범이는 집중력이 낮은 선수가 아니에요. 농구 이해도가 떨어지는 선수도 아니고요. 오히려 그 반대의 선수에요. 슛도 좋고, 센스 있는 플레이를 많이 하죠. 패스도 잘 보고요. 센스와 농구 이해도만 놓고 보면, 리그 상위권 선수라고 생각해요.
다만, 12월 17일만 되면 그런 일이 생기더라고요.(웃음) 그런 걸 생각하면 재미있기도 해요.

기승호
밖에서 봤을 때는 그런 캐릭터로 보실 수도 있어요. 저도 현대모비스에 와서 같이 훈련하고 경기를 뛰어보니, 정말 진지하고 좋은 선수에요. 그래서 팀 주전이자 국가대표 슈터로 활약할 수 있지 않을까요? 준범이가 빨리 부상에서 복귀한다면, 저희 팀에 좋은 힘을 실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부록 : 전준범의 ‘전준범 데이’ 기록은?
1. 2014년 12월 17일 vs. SK : 26분 30초, 8점(2점 : 3/3, 3점 : 0/3) 2스틸 1리바운드 1어시스트 (모비스 승)
2. 2015년 12월 17일 vs. 삼성 : 33분 10초, 7점(2점 : 1/3, 3점 : 1/5) 2어시스트 2스틸 1리바운드 1블록슛 (모비스 패)
3. 2016년 12월 17일 vs. kt : 27분 11초, 14점(2점 : 1/2, 3점 : 4/5) 4리바운드 1어시스트 (모비스 승)
4. 2017년 12월 17일 vs. DB : 34분 11초, 7점(3점 : 2/6) 2어시스트 1리바운드 1스틸 (현대모비스 승)
5. 2018년 12월 17일 & 2019년 12월 17일 : 군 복무로 인한 결장
6. 2020년 12월 17일 : 부상으로 인한 결장

사진 제공 = KBL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sdh2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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