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았습니다] WKBL 심판 전지훈련지, 속리산 말티재를 뛰어보았습니다

손동환 기자 / 기사승인 : 2020-07-13 10: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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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은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충북 보은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10일 중 5일을 함께 한 곳이 있었다. 속리산 말티재 꼬부랑길이다.

WKBL에 소속된 13명의 심판은 속리산 말티재 꼬부랑길을 뛰었다. 일명, 크로스 컨트리. 다들 속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큰 무리 없이 크로스 컨트리를 소화했다.

기자는 8일 보은을 찾았다. 저녁 식사 시간에 WKBL 관계자에게 “9일 오전에 말티재 꼬부랑길을 뛰어보고 싶다”고 요청했다. 평소 선수나 심판들의 훈련 강도가 어땠는지 궁금했기에, 꺼낸 말이었다. 정말 겁 없는 요청이었다.

그리고 9일 오전. 씁쓸한 마음을 안고, 말티재 꼬부랑길을 찾았다. 점점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한 번 뱉은 말은 돌이킬 수 없었다. 그게 ‘해보았습니다’라는 카테고리의 시작점이었다.
 

AM 09:10 ~ 09:40

숙소에서 출발. 심판들과 함께 버스로 올라탔다. 온갖 생각이 든다. ‘왜 그렇게 호기롭게 말했을까?’, ‘남들이 말릴 때, 왜 말려들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하지 말자고 말할까’ 등등.
그러는 사이에, 도착했다. 숙소에서 말티재 꼬부랑길이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내렸다. 이제 돌이킬 수 없었다. 심판들과 함께 트레이너의 지시를 들으러 갔다.
스트레칭부터 했다. 햄스트링과 아킬레스건, 고관절 등 주요 부위를 먼저 풀었다. 간단히 뛰는 동작으로 땀을 냈다. 그 사이, 먼저 출발한 심판진이 있다. 몸이 좋지 않은 사람들로, 걷기 겸 뛰기로 훈련을 대체하기로 했다. 같이 가고 싶었지만, 거기는 내 자리가 아니라고 한다.
스트레칭이 끝난 후, 심판진과 함께 임영석 WKBL 심판교육관한테 갔다. 임영석 교육관은 “힘든 시기인 거 안다. 많이 지쳐있을 거다.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너무 아픈데 참고 하면 더 큰 병이 된다. 안 되겠다 싶으면 중간에 내려와라”고 말을 건넸다.
3개의 조가 나뉘었다. 가장 느린 속도를 지닌 심판들이 가장 먼저 뛰고, 가장 빠른 속도를 지닌 심판들이 가장 마지막에 뛰는 방식. 기자는 가장 먼저 뛰는 조에 포함됐다. 임영석 교육관을 포함한 WKBL 관계자는 “도저히 못 하겠으면 왔던 방향 그대로 돌아오면 된다. 무리하지 마라”고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가 기자의 마음을 오히려 자극했다.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완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출발길에 섰다.

0~1km


사실 뛰기 전에 사전 조사를 했다. 어떤 코스인지 말이다. 다행히, 오르막내리막의 정도가 크지 않았다. 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뛰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시작점에 서보니 다르다. 시작부터 오르막이다. 아차 싶다. 어쩔 수 없었다. 선두 그룹과 함께 출발선에 섰고,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뛰었다.
처음부터 500m 정도는 심판들과 함께 뛰었다. 그런데 일부러 속도를 맞춰준다는 느낌이 강했다. 너무 느렸다. 그래서 일단 치고 나가기로 했다. 그렇게 하는 게 가장 처지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 생각한 목표는 먼저 출발한 심판들을 따라잡는 것이었다. 길도 평탄했다. 해볼 만했다. 길을 몰라 속도도 크게 낼 수 없었기에, 숨도 차지 않았다. 그렇게 뛰기 시작했다.

1~4km


뛸 만하다. 바람이 불어 시원했고, 거의 트랙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앞서 간 심판들이 보이지 않는다. 시간과 거리, 이동 지점을 알 수 있는 휴대폰 앱으로만 내 상황을 알 수 있었고, 그렇게 속절없이 뛰었다.
한참을 뛰다 보니, 심판들이 보인다. 심판들을 독려할 보조 트레이너도 보였다. 모두 나에게 파이팅을 외쳤다. 나 역시 파이팅을 말했다.
3명의 심판들이 뛰다 걷다한 것 같았다. 각자가 허리나 무릎, 종아리 등 통증이 있기 때문에, 전력을 다해 뛸 수 없었다. 8일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했기에, 힘을 내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아픈 곳을 붙잡으며 뛰는 게 마음 아팠다.


4~6km


이제 슬슬 남 생각할 입장이 아니다. 내 체력을 챙겨야 한다. 그런데 앞에 있던 3명의 심판 중 1명이 치고 나왔다. 처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분 덕분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게 됐다. 대~~~단히 감사했다.
아직까지는 버틸 만하다.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임철환 체력 트레이너를 만났다. “오르막이 얼마나 있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마지막이 빡셀 거다”였다. 기자는 자연스럽게 힘을 빼고 있었고, 오르막이 오기 전까지 두려움을 안고 뛰게 됐다.


6~8.5km(종점)


마의 구간이다. 갑자기 언덕이 나온다. 계속 언덕이다. 뛰는 동작을 할 뿐, 사실상 걷고 있었다. 그마저도 오래 유지하지 못했다. 오르막을 견디고 나서 한동안 뛰지 못했다. 숨을 고르는데 시간이 걸렸다.
숨을 고르고 나서, 내리막이 보인다. 뛰고 싶지 않은데 뛰게 된다. 다리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였다. 계속 내려가다 보니, 시작점이자 종점이 보인다. 그 때서야 열심히 뛰는 척했다. 종점에서 1등으로 들어오는 마라토너처럼 환희를 표출했다.
기자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장 먼저 들어왔다. 기록 역시 가장 좋았다. 임영석 교육관은 ‘47분 59초’라고 했다.(핸드폰 앱에는 48분 35초로 되어있다) 가장 빠른 기록이 보통 54분이라고 하기에, 꽤나 뿌듯했다.
그리고 심판들이 들어온다. 한 바퀴를 돌아서 오는 심판도 있었지만, 뛰었던 코스를 그대로 내려오는 심판도 있었다. 오후 트랙 훈련도 해야 하기에, 무리해서 크로스 컨트리를 소화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8일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기에, 기자가 세운 기록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료 후 그리고


기자가 그랬던 것처럼, 크로스 컨트리를 마친 심판들 모두 고개를 들지 못한다. 그리고 일제히 얼음박스로 달려갔다. 능숙한 솜씨로 아이싱을 한다. 기자 역시 트레이너와 심판진의 도움을 받아 아이싱을 했다.
처음 해봤다. 신기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아픈 곳은 다 붙였다. 시원하다. 심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후 버스에 올랐다.
트레이너와 심판은 “오후 훈련은 트랙 훈련이다. 순발력과 인터벌 위주로 한다. 아마 그게 더 힘들 거다”며 트랙 훈련의 강도를 이야기했고, 기자에게 “3시 30분에 출발할 예정이다. 그 때까지 운동복 입고 로비로 나오시면 된다”고 말했다. 은근슬쩍 권유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오후 일정이 있었다. 부산 BNK 썸과 청주 KB스타즈의 연습 경기 취재. 보은에서 2시간 30분 정도 운전해서 가야했다. 그걸 트레이너에게 적극 어필했다.
사실 오후 일정이 없었어도, 트랙 훈련은 굳이 하고 싶지 않았다. 크로스 컨트리 훈련을 하며, 힘든 걸 굳이 하고 싶다고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크로스 컨트리를 하며, 심판들의 노고를 알 수 있었다. 심판들도 시즌을 위해 몸 만들기에 노력한다는 사실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베테랑 심판은 “노력은 노력이고, 평가는 평가다. 심판이라는 직업은 더욱 철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언론에서는 우리가 잘못하는 걸 그대로 써주시면 된다. 우리는 잘못에 관한 비판을 받아들이고, 잘못을 최소화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라며 냉정한 평가를 언론과 농구 팬들에게 바랐다.
그 말이 기자의 머리에 계속 맴돌았다. 심판들이 전지훈련 동안 힘들게 흘린 땀을 생각한다면, 기자는 잘못된 심판 판정을 더욱 날카롭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심판들의 땀을 대하는 진정한 방법이라고 여겼다.

사진 = 손동환 기자, 트랭글 앱 캡쳐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sdh2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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