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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역대 MVP] 묵묵히 버틴 이승현, 홈 코트에서 MVP가 되다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KBL이 지난 1일부터 4주 동안 일시 중단을 선언했다. 그리고 24일 이사회를 통해 2019~2020 조기 종료를 선언했다.

일시 중단 기간 동안, KBL 역대 MVP 및 역대 최우수 외국선수를 다뤘다. 시즌 재개를 기다렸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 않았고, KBL은 시즌 조기 종료를 선택했다.

이미 너무 많은 선수들이 다뤄졌다. 남은 선수들을 다루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번 시리즈를 끝까지 진행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사실 얼마 남지도 않았다) 이번에 이야기할 선수는 2015~2016 시즌 이승현(고양 오리온)이다.

[이승현, 2015~2016 시즌 기록]
1. 정규리그 : 45경기 평균 35분 4초, 11.2점 5.5리바운드 2.2어시스트 1.2스틸
 - 2점슛 성공률 : 약 58.3% (경기당 약 4.1/7.0)
 - 3점슛 성공률 : 약 24.2% (경기당 약 0.5/2/2)
2. 플레이오프(6강+4강) : 6경기 평균 34분 55초, 11.8점 3.8리바운드 1.2어시스트

 - 2점슛 성공률 : 약 46.9% (경기당 약 2.5/5.3)
 - 3점슛 성공률 : 약 35.7% (경기당 약 1.7/4.7)
3. 챔피언 결정전 : 6경기 평균 32분 31초, 14.2점 8.5리바운드 1.8어시스트 1.3블록슛

 - 2점슛 성공률 : 약 60.5% (경기당 약 3.8/6.3)
 - 3점슛 성공률 : 약 41.7% (경기당 약 1.7/4.0)

  * 챔피언 결정전 출전 국내 선수 중 득점 1위
  * 챔피언 결정전 출전 국내 선수 중 리바운드 2위

이승현은 2014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고양 오리온에 입단했다. 이승현을 선발한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당시 “1순위를 뽑아서 기쁜 게 아니라, 우리 팀이 원하는 선수를 뽑아서 기쁘다”며 선발 소감을 말했다.

이승현의 강점은 골밑 수비와 박스 아웃, 스크린 등 궂은 일이다. 게다가 슈팅 능력이 좋다. 최대 강점은 승부 근성.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없는 옵션이었던 3점슛까지 던질 정도로 노력했다.

이승현은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아니다. 남들 눈에 띠는 선수도 아니다. 하지만 이승현의 공헌도는 기록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데뷔 시즌 10.9점 5.1리바운드 2.0어시스트 1.0스틸을 기록했다. 오리온을 6강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이승현은 신인왕을 차지했다.

그리고 두 번째 시즌. 오리온은 조 잭슨과 애런 헤인즈(서울 SK)를 외국선수로 지명했다. 정통 센터 유형의 외국선수가 없었다. 이승현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승현이 상대 외국선수를 온몸으로 버텨야 했기 때문.

이승현은 골밑 수비와 박스 아웃, 스크린에 더욱 집중했다. 리바운드 후 속공 가담도 열심이었다. 팀이 필요로 할 때, 자유투 라인 부근이나 베이스 라인에서 점퍼를 시도하기도 했다.

오리온은 정규리그 3위(32승 22패)를 차지했다. 들쭉날쭉했지만, 시즌 후반부터 오리온만의 색깔을 보여줬다. 빠르고 공격적이며, 넓은 공간을 이용하는 농구. 기분 좋은 예감을 안고, 6강 플레이오프에 나서게 된다.

[이승현, 2015~2016 챔피언 결정전 일자별 기록]
 - 1차전 : 37분 37초, 11점 8리바운드(공격 4) 3스틸 2어시스트 -> 오리온 패
 - 2차전 : 23분 12초, 19점 3어시스트 1리바운드(공격) 1블록슛 -> 오리온 승
 - 3차전 : 29분 30초, 9점 6리바운드(공격 4) 2어시스트 2스틸 -> 오리온 승
 - 4차전 : 29분 29초, 9점 5리바운드(공격 1) 1스틸 -> 오리온 승
 - 5차전 : 38분 43초, 23점(3점 : 5/8) 6리바운드(공격 1) 5어시스트 1스틸 -> 오리온 패
 - 6차전 : 36분 37초, 14점(2점 : 4/5, 3점 : 2/2) 7리바운드(공격 1) 1어시스트 1스틸 1블록슛 -> 오리온 승

오리온의 6강 플레이오프 상대는 원주 동부. 김주성(원주 DB 코치)-로드 벤슨-웬델 맥키네스 등 다양한 빅맨이 포진한 동부. 오리온은 제공권 싸움을 중요하게 여겼다. 제공권 싸움의 핵심으로 이승현을 지목했다.

이승현은 로드 벤슨이나 웬델 맥키네스를 막았다. 자신보다 키가 크거나 힘이 좋은 선수를 막았다. 동료 선수들이 함정을 만들 때까지, 이승현은 최대한 힘을 썼다. 동료들의 도움을 얻어 자신의 매치업을 최대한 견제했다. 이는 오리온식 공격 농구의 시작점이 됐다.

이승현이 버텨준 오리온은 동부를 3전 3승으로 제압했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팀은 울산 모비스. 이승현은 아이라 클라크(울산 현대모비스 코치)나 커스버트 빅터와 매치업됐다. 클라크와 빅터 모두 높이와 힘을 겸비한 선수. 이승현이 버티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현은 모비스 외국선수를 어떻게든 막았다. 완전히 막지 못해도, 최대한 귀찮게 했다. 그리고 박스 아웃까지. 이는 오리온이 접전 구도에서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오리온은 또 한 번 3전 전승을 거뒀다. 2002~2003 시즌 이후 13년 만에 챔피언 결정전으로 나섰다.

오리온은 챔피언 결정전에서 전주 KCC를 만났다. 안드레 에밋이 버티는 KCC. 에밋을 막는 게 오리온의 핵심 변수였다. 추일승 감독은 에밋에게 김동욱(서울 삼성)을 붙였고, 애런 헤인즈를 도움수비수로 선정했다.

문제는 하승진이었다. 하승진 역시 1대1로 막기 힘든 선수. 그러나 추일승 감독은 이승현을 믿었다. 이승현에게 하승진을 1대1로 막을 것을 지시했다. 이승현 역시 추일승 감독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이승현은 하승진을 힘으로 버텼다. 하승진의 공격 확률이 떨어지는 곳으로 밀어냈다. 그러면서 김동욱과 헤인즈, 혹은 다른 국내 포워드가 에밋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오리온은 4차전까지 3승 1패를 기록했다.

오리온은 5차전에서 88-94로 패했다. 그리고 고양으로 넘어왔다. 추일승 감독은 당시 “7차전까지 가면, 우리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승현이 체력 문제 때문이다. 승현이가 버텨줘야 우리 농구가 되는데, 승현이가 7차전에도 버텨준다는 보장이 없다”며 6차전에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현의 버티기’를 시리즈의 핵심 옵션으로 생각한 것.

추일승 감독의 말은 기우에 불과했다. 오리온은 6차전 초반부터 빠른 공격과 3점포로 KCC를 흔들었다. 오리온은 6차전에서 120-86으로 완승했다. 4승 2패로 2001~2002 시즌 이후 14년 만에 챔피언 결정전 우승. 고양에서는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플레이오프 MVP는 이승현의 몫이었다. 조 잭슨의 스피드와 김동욱의 에밋 봉쇄도 있었지만, 안에서 묵묵히 버텨준 이승현의 공을 높이 평가했다.

이승현은 “6강 플레이오프부터 외국선수를 막았다. 힘이 너무 좋아서 매 경기 쉽지 않았다. 특히, 모비스의 빅터는 어떻게 버티기도 어려웠다. 그렇게 외국선수를 막다 보니, (하)승진이형한테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웃음)”며 플레이오프부터 챔피언 결정전까지 상황을 간략히 말했다.

이어, “(김)동욱이형과 헤인즈가 에밋을 1대2로 수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하)승진이형을 트랩으로 1대1로 막아야 했다. 공격에서는 승진이형을 최대한 끌어내, 페인트 존에 빈 공간을 만들려고 했다”며 자신의 공수 역할을 덧붙였다.

위에서 말했듯, 오리온의 많은 선수가 플레이오프 우승에 공헌했다. 조 잭슨과 김동욱이 대표적이었다. 그래서 이승현은 플레이오프 MVP에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자신보다 공이 큰 동료들이 MVP의 적임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승현은 “(김)동욱이형과 잭슨한테 미안했다. 파이널 끝나고 뒷풀이 때 동욱이형한테 ‘형이 받으셔야 하는데 죄송하다’라는 말씀을 드린 적 있다. 그 때 동욱이형께서 ‘너가 안에서 잘 버텨줬기에, 우리가 우리 농구를 할 수 있었던 거다’라고 말씀해주셨다. 너무 감사했다”며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승현은 2016~2017 시즌에도 자기 가치를 보여줬다. 오리온의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을 이끌었다. 제대 후 2018~2019 시즌 후반에 합류했고, 플레이오프에 나섰다. 이번 시즌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최하위(13승 30패)를 기록했다. 예전보다 이른 시즌 종료로 아쉬움이 컸지만, 몸과 마음을 재정비할 시간이 길어졌다.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뜻이다.

사진 제공 = KBL

손동환  sdh2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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