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2019~2020 KBL 올스타전, 9,704명과 함께 한 7가지의 장면

손동환 기자 / 기사승인 : 2020-03-20 10: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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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Intro


2019년 11월 25일. 전주 KCC와 안양 KGC인삼공사의 경기가 열리던 전주실내체육관. 평범한 경기였다. 적어도 그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KCC는 이날 KGC인삼공사에 64-90으로 대패했다. 선수단의 분위기는 축 처졌다. KCC 선수들은 힘없이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문제는 그때 발생했다. KCC 유니폼을 입은 어린 아이가 KCC 선수단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이파이브를 위해서였다. 그런데 어린 아이와 손바닥을 마주친 KCC 선수가 거의 없었다. 팬들은 KCC 선수단을 질타했다.
물론, 사정이 있다. KCC 체육관에서 라커룸으로 가는 통로 특성상, 관중의 시선이 선수를 아래로 향하게 된다. 선수가 고개를 들지 않으면, 선수가 관중을 쳐다볼 수 없다는 뜻이다.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갔기에, 어린아이의 손을 쳐다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변명이다. 팬의 손길을 외면하는 건, 어떤 경우라도 있을 수 없다. KCC는 급하게 대책을 마련했다. 당시 KCC 관계자는 “해당 어린이 팬과 그 팬의 보호자와 연락을 취했습니다. 다음 홈 경기(2019.12.08. vs 인천 전자랜드)에 어린이 팬을 초청해,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함께 보낼 예정입니다”고 말했다. 어린 팬의 마음을 뒤늦게라도 풀려고 했다.
모든 구단이 경각심을 가졌다. 선수의 팬 서비스에 더욱 신경을 기울였다. 그 사건 이후, 선수와 팬이 코트에서 친밀하게 보내는 장면이 많아졌다. 팬의 셀카 요청에 미소 짓는 선수, 팬의 사인 요청에 자연스러운 손동작, 어린 팬과의 보기 좋은 교감 등이 그랬다. 요청에 응하지 못하는 경우, 팬에게 상황 설명을 하는 장면도 많아졌다.
사실, 그 장면이 아니었어도, 구단 관계자와 코칭스태프, 선수 모두 위기의식을 가졌다. KBL을 응원하는 팬이 줄어든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모두가 이전보다 팬에게 다가가고자 했다. 승패와 상관없는 경기 종료 후 팬 사인회, 경기 종료 후 선수와 팬의 하이파이브 등이 그렇다.
2020년 1월 19일.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올스타전도 마찬가지였다. 다가가려는 마음가짐은 남다른 결과물을 만들었다.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 9,704명의 관중이 들어섰다.(입석 : 1,904명) 이번 시즌 최다 관중이었다. 전자랜드 역대 통산 최다 관중이기도 했다.


Scene No.1 : 팬에게 다가가고 싶었던 남자, 그의 셀프 디스


2019년 10월 31일. 원주 DB와 창원 LG의 경기가 열린 원주종합체육관.
Intro에 언급된 경기처럼, 두 팀의 경기도 큰 변수 없이 흘러갔다.
하지만 연장전에 문제가 발생했다. 연장전 종료 1분 45초 전. 김종규(DB)와 정희재(LG)가 몸싸움을 펼쳤다. 정희재가 페인트 존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가운데, 김종규가 일부러 정희재의 몸과 충돌했다. 정희재는 그걸 알고 김종규의 몸싸움을 살짝 피했다.
그런데 김종규가 파울을 당한 것처럼 크게 넘어졌다. 심판은 김종규의 파울 자유투 2개 선언. 정희재는 알 수 없는 웃음을 보였고, 김종규는 자유투 2개를 성공했다. 89-83, DB의 승리였다.
김종규의 자유투는 팀에 승리를 안겼다. 그러나 김종규는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KBL도 김종규의 행동을 두고 보지 않았다. 김종규에게 ‘페이크 파울(과도한 몸동작으로 심판과 관중을 속이는 행위)’을 선언했다. 김종규는 한동안 ‘감전규’라는 별명을 안고 살았다.
김종규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했다. 그러나 증명할 방법은 없었다. 그러다가 한 영상을 통해 팀 동료인 허웅과 ‘올스타전 출전 공약’을 걸었다. 김종규는 “제가 올스타전에 선발되면, ‘피카츄’ 의상을 입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피카츄’는 ‘만화 포켓몬스터’의 주인공. ‘전기’라는 무기로 상대와 맞서는 캐릭터다. ‘감전규’라는 별명이 생긴 김종규와 찰떡궁합의 캐릭터였다.
김종규는 올스타에 선발됐다. 자신의 공약을 실현했다. 피카츄 옷을 입고, 팬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메인 게임에서 31점을 넣는 활약으로 올스타전 MVP를 차지했다.
김종규는 올스타전 종료 후 “’감전규’라는 별명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팬분들께서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하셔서, 이왕이면 제대로 하자는 생각으로 기분 좋게 했습니다. 팬들을 즐겁게 해드리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부끄러운 기억이다. 반성해야 할 기억이기도 하다. 김종규도 “앞으로 나오면 안 되는 행동이에요. 반성을 많이 했죠. 그래도 입장 퍼포먼스를 기분 좋게 즐겁게 했어요. 어떻게든 팬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라고 동의했다. 이유가 어쨌든, 김종규의 진심은 하나였다. ‘팬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Scene No.2 : 허웅-허훈 형제, 그들이 제안한 이벤트는


허웅(DB)과 허훈(kt)은 KBL을 대표하는 형제 선수다. 아버지인 허재 전 KCC 감독을 포함하면, KBL을 대표하는 농구인 가족이다.
허웅과 허훈은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 선수다. 허웅은 2015~2016 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 올스타 투표 1위를 차지했고, 허훈은 데뷔 후 최초로 올스타 투표 1위를 차지했다. KBL 최초로 올스타 투표 1위를 차지한 형제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올스타 투표 1위를 차지한 허훈은 선수 선발권을 가지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형인 허웅과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반대편에 있던 아버지의 방해(?)로, 형제가 한 팀에서 뛰는 광경은 볼 수 없었다.
그런데 더 재미난 풍경이 생겼다. 허웅과 허훈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보인 것. 허웅은 “(허)훈이 정도는 가볍게 막아낼 수 있죠”라며 차분하게 도발했고, 허훈은 “올스타 투표 순위가 모든 걸 말해주지 않나요라며 형보다는 강한 수위로 맞받아쳤다.
두 형제는 그렇게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그리고 올스타전이 됐다. 1쿼터 종료 30초 전. 허웅이 볼을 잡았다. 허훈은 형을 수비.
그런데 평소와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갑자기 암전됐다. 그리고 조명 하나가 두 형제를 비췄다. 조명은 두 형제의 대결이 끝날 때까지 꺼지지 않았다. 허웅의 득점 성공. 허웅은 포효했다.
허훈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빠른 스피드와 힘, 크로스오버를 이용한 돌파 동작으로 형을 제쳤다. 그러나 허훈의 돌파 시도는 무위로 끝났다. 허훈은 심판에게 어필했다. 형이 팔을 쳤다고 말이다. 하지만 심판은 웃으며 허훈을 위로했다. 허웅 역시 동생을 향해 웃었다. 물론, 심판의 웃음과는 의미가 달랐다.
많은 팬들이 두 형제의 대결에 환호했다. 어느 올스타에서도 볼 수 없었던 집중 조명.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사정을 알고 있던 KBL 관계자는 “올스타전에 선발된 선수들 모두 허웅-허훈의 대결 구도를 만들고 싶어 했어요. 아이디어를 짜다가, 두 선수(허웅-허훈)가 조명을 비춰보면 어떠냐고 제안했죠.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고요”라고 설명했다. KBL 관계자들이 두 선수의 아이디어에 감탄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Scene No.3 : 공 대신 휘슬을 잡은 남자들


허웅-허훈 형제가 올스타전 1쿼터를 장식했다. 긴장감과 웃음 동시에 줬다.
그리고 시작된 올스타전 2쿼터. 그런데 심판진 중 1명이었던 이지연 심판이 보이지 않았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몰랐다.
그런데 전혀 보지 못했던 심판 1명이 코트에 들어왔다. 유니폼 반바지에 심판복 상의를 입고 말이다.
김시래 심판(?)이었다. 문제가 또 하나 있었다. 김시래 심판은 김시래 팀의 주장. 갈비뼈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한을 심판으로 풀고 있었다. 어떤 판정을 할지, 팬들은 다 알고 있었다.
예측 그대로였다. 어찌나 그대로인지 모르겠다. 2쿼터 시작 후 42초. 허훈 팀의 라건아가 스크린 파울을 했다. 수비를 하던 허훈 팀 선수의 팔을 대놓고 잡아당긴 것. 김시래 심판의 반응을 보려고 했다.
김시래 심판은 가차 없이 휘슬을 불었다. 무슨 동작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펜스 파울이었다. 동료 심판이 동작을 바로 잡아준 다음에야, 기자는 김시래 심판의 판정 의도를 알 수 있었다.
허훈 팀의 이정현(KCC)이 김시래 심판에게 항의하자, 김시래 심판은 바로 테크니컬 파울을 불었다. 그 시그널은 아주 정확했다. 김시래 팀은 김시래 심판에게 환호했다. 허훈 팀은 어이없는 웃음만 짓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심판이 김시래 심판을 끌어냈다. 이번엔 허훈 심판(?)이었다. 허훈 심판은 허훈 팀의 주장. 김시래 심판과 같은 잣대로 판정할 것이라 예측됐다. 그 예측은 현실로 드러났다.
윤호영 심판이 허훈 팀에게 파울을 판정했다. 허훈 심판은 판정을 납득하지 못했다. 심판의 자격(?)으로 비디오를 보자고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파울은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었다. 허훈 심판은 윤호영 심판의 판정에 수긍해야 했다.
허훈 심판은 올바른 판정(?)을 위해 무언가를 계속 꾸몄다. 이정현에게 다가갔다. 뭔가 말했다. 그리고 이정현은 3점 라인 밖에서 김선형(SK)과 마주했다. 김선형 앞에서 파울 당하는 동작을 취했다. 소리도 강하게 냈다. 허훈 심판은 이정현의 소리를 듣자마자 파울 판정. 자유투 3개였다. 이정현은 자유투 3개 모두 유유히 성공했다. 허훈 팀이 40-38로 역전했다.
허훈 심판의 바른 판정은 계속됐다. 허훈 팀 김종규가 3점 라인 밖에서 슈팅 동작을 했다. 대놓고 파울 자유투를 달라는 동작도 취했다. 허훈 심판은 대쪽 같았다. 파울 자유투 3개.
김시래 팀 벤치에 있던 최준용(SK)이 소리쳤다. 허훈 심판은 바로 벤치 테크니컬 파울 경고를 선언했다. 김종규는 그사이 자유투를 넣었다. 허훈 팀의 45-42 리드. 2쿼터 시작 후 3분 41초 만의 일이었다.
소임을 다한 허훈 심판은 이지연 심판과 교체됐다. 김시래 심판처럼 본연의 직업(선수)으로 돌아갔다. 벤치에서 동료의 사기를 고취시키거나, 코트에서 열정을 보였다.
심판 체험을 한 두 선수는 경기 종료 후 “팬분들께서 즐거워하셨으면 하는 마음이 컸어요. 휘슬을 분다는 게 얼마나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지도 알았죠”라며 체험기를 설명했다. 결론은 어쨌든 하나였다. 팬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이벤트였다.


Scene No.4 : 한국산 조커, 덩크 컨테스트에 등장하다


오전 11시 정도였던 것 같다. 이벤트 대행사가 올스타전 최종 리허설을 했다. 박종민 장내 아나운서와 올스타전 담당 치어리더, 음향 팀과 조명 팀 등 이벤트 관계자가 마지막을 꼼꼼히 점검했다. 최고의 합을 내기 위함이었다.
조명이 꺼졌다. 점검을 위함인 줄 알았다. 그런데 김진용(KCC)이 등장했다. 마이크까지 들고 있었다. 뭔가 말을 하며, 이벤트 팀과 소통하고 있었다. 김진용이 특별한 걸 준비했을 거라 생각했다. 국내 선수가 먼저 나섰다. 9명의 선수가 점수를 받고, 예선 결과를 기다렸다.
그리고 10번째. 대부분의 조명이 꺼졌다. 코트 방향으로 하이라이트 조명이 비출 뿐이었다.
일반인 3명이 공을 갖고 놀고 있었다. 왠 조커가 등장했다. 그 조커는 일반인 3명에게 다가갔다. 일반인 3명이 조커의 동작에 넘어졌고, 조커는 유유히 덩크를 작렬했다.
덩크를 성공한 후, 5명의 심사위원에게 다가갔다. “Why so serious?”라는 시그니처 멘트를 날렸다. 심사위원은 조커에게 45점을 줬다. 조커는 최준용-김철욱(KGC인삼공사)-김현민(kt)에 밀려, 결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조커는 김진용이었다. 김진용은 조커 퍼포먼스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분장에만 1시간 30분 소요. 하지만 아무 결실이 없었다. 김진용의 노력은 그렇게 끝이 나는 듯했다.
경기 종료 후, 반전이 일어났다. 덩크슛 컨테스트를 심판했던 한기범 심사위원이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발표하겠다고 한 것. 한기범 위원은 김진용에게 그 상을 수여했다. 김진용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김진용은 올스타전 종료 후 “예선부터 결선까지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어가려고 했어요. 결선 1차 때는 영화 엔딩과 내용을 일부 다르게 해서, 팬분들한테 예선과 결선의 차이를 비교해보는 재미를 안기고 싶었죠”라고 말했다.
그리고 “많은 팬분들이 경기장에 와주셨는데, 그분들께 추억을 안겨드리고 싶었어요. 선수라면 경기력으로 먼저 보여드리는 게 맞지만, 다양한 부문에서도 재미를 드리고 싶었어요. 내년 덩크슛 컨테스트에도 꼭 나가고 싶어요”는 소망을 표현했다. 소망의 핵심은 ‘팬들에게 다가가는 것’이었다.


Scene No.5 : 세레머니왕, 팬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다


2018~2019 SKT 5GX 올스타전. KBL은 ‘베스트 엔터테이너상’을 신설했다. 올스타전에서 특출난 끼를 선보인 선수를 투표로 뽑기로 한 것. 초대 수상자는 창원 LG 소속이었던 김종규였다.
그리고 1년 후. KBL은 ‘베스트 엔터테이너상’을 구체화했다. ‘베스트 세레머니상’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올스타전에서 최고의 세레머니를 보여준 선수에게 상을 주기로 한 것.
사실상 최준용(SK)을 위한 상이었다. 최준용은 시즌 내내 많은 세레머니로 팬의 집중을 모은 선수. 올스타전 입장 때도 본인의 세레머니 중 하나인 ‘달러 뿌리기’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메인 게임에 돌입한 올스타전. 최준용도 세레머니 모드로 전환했다. 슈팅 기회가 올 때마다, 어깨를 흔들어댔다. 자신 있다는 뜻이었다.
3점슛 컨테스트 장면이 압권이었다. 최준용은 3점슛 컨테스트 결승전에서 8점을 넣는데 그쳤다. 크리스 맥컬러(KGC인삼공사)에게 “Congratulations”라는 말을 남길 정도였다. 그런데 맥컬러가 부진했다. 맥컬러도 8점. 두 선수는 승부 던지기(?)에 돌입했다.
최준용이 선공했다. 성공. 맥컬러가 후발 주자였다. 맥컬러는 실패. 최준용은 감격했다. 최준용은 엔드 라인 쪽에 있던 관중석으로 뛰어갔다. 빈 좌석에 빠르게 앉았다. 팬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기쁨을 누렸다.
여러 세레머니를 보여준 최준용은 ‘베스트 세레머니상’의 주인공이 됐다. 올스타전 종료 후 “세레머니를 위해 개인적으로 준비한 건 없었어요. 다만, 팬들을 즐겁게 하는 게 가장 먼저라고 생각했죠. 올스타전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웃음) 선수로서 즐겼고, 팬들도 즐겨주신 것 같아 감사해요”라며 올스타전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제 세레머니를) 좋아하는 분도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어떻게 보면, 안 좋게 보일 수도 있어요. 다들 좋게 봐주셨기에, 내가 베스트 세레머니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며 낮은 자세를 보였다.
최준용이 낮은 자세를 보인 이유. ‘팬’이다. 최준용이 가장 많이 말한 어구는 ‘팬들이 즐겨주셨다면’이었다. 팬들을 생각하고, 팬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먼저였다. 팬이 없었다면, 상은 꿈도 못 꿨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게 최준용의 생각이었다.


Scene No.6 : 전태풍, 그의 마지막은 아름다웠다


전태풍(SK)은 이번 시즌을 선수로서 마지막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든 경기가 전태풍에게 특별하다.
올스타전도 그랬다. 본인 스스로 “이번이 내게 마지막 올스타전이야”라고 말했다. 마지막임을 알기에,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다.
입장 퍼포먼스부터 달랐다. 전태풍은 자신의 공약을 실천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입장했다. 오토바이가 내는 굉음만큼, 팬들한테 큰 환호를 받았다. 전태풍은 어느 때보다 신이 난 것 같았다. 그리고 팬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정말 고맙고, 10년 동안 나한테 좋게 응원해줘서 마음이 너무 따뜻했어. 팬들 좋은 응원 아니면, 나 일찍 포기했어. 일찍 은퇴했을 거야. 너무 많이 도움 됐어”라고.
메인 경기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발산했다. 화려한 드리블과 패스, 장신 선수 앞에서의 장거리 3점포까지. 13분 46초 동안, 11점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3점슛도 3개를 작렬.(성공률 : 33%). 비록 올스타전이었다고는 하나, 전태풍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증명했다.


Scene No.7 : 너무 많은 이벤트, 한 꼬마 팬의 질문


기자가 경기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30분. 올스타전 전날 ‘무빙 올스타’를 취재하지 못했기에, 올스타전 관련 상황을 알고 싶었다. 특히, 이벤트 진행과 관련해서 말이다.
박종민 장내 아나운서가 이번에도 올스타전 진행을 맡았다. 올스타전 이벤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리고 2000년부터 KBL 올스타전을 진행한 단골 손님. 그래서 박종민 아나운서에게 많은 걸 물었다.
박종민 아나운서의 말에는 여유가 흘렀다. 미소도 흘렀다. 여러 관계자와 농담할 정도로 긴장감을 찾기 힘들었다. 역시 베테랑이다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걱정거리를 말했다. 사연은 이랬다.
“올스타전 자체가 농구라는 종목의 맥락에 맞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프로그램이 너무 많더라고요.(웃음) 어제 리허설을 하기는 했지만, 정신을 차려야 될 것 같아요. 감독과 선수, 팬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산으로 갈 수 있어요.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가잖아요”
박종민 아나운서의 걱정은 현실로 드러났다. 박종민 아나운서의 진행 능력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상관없었기에, 그의 걱정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시간과 관련한 문제였다. 오후 4시 35분. 경기 시작한 지 1시간 35분이 지났다. 정규리그로 대입했을 때, 3쿼터 후반 혹은 4쿼터가 진행돼야 할 시간이었다. 기자석에 앉은 사람 모두 지쳐가고 있었다. 언제 끝나냐는 말이 조금씩 나왔다. 그때만 해도, 이른 퇴근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체육관에 온 지 7시간이 넘었다. 눈이 감기고 있었다.
기자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다. 기자석 옆에 앉아있던 꼬마도 그랬다. 그 꼬마는 기자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아저씨, 이거 언제 끝나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올스타전이 정규리그와는 너무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였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 꼬마는 실망했다는 듯 관중석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경기는 한동안 이어졌다. 오후 6시가 가까워졌을 때, 경기와 시상식이 모두 끝났다. 옆에 있던 한 선배가
“어우. 야구 포스트시즌 한 것 같아”
라고 진땀을 흘렸다. 그럴 만했다. 경기 시간만 3시간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공식 기록지에 적힌 경기 소요 시간은 2시간 49분이었다)
팬을 즐겁게 해주려고 했던 선수들의 열정은 이해한다. 선수들의 열정이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인정한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이벤트는 독이 된다. 팬을 지루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팬들을 위해 욕심을 부린 면도 있어요. 이전보다 더 많은 이벤트를 준비하다 보니, 경기 시간이 길어졌죠. 시간이 흐르면서 지루해지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 점은 팬들한테 죄송해요. 개인적인 생각인데, 다음에는 짧고 굵게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도 방법인 것 같아요”
‘베스트 세레머니상’을 받은 최준용의 생각이었다. 팬을 생각한 최준용이었기에, 그의 말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내년 올스타전을 생각하면, 더욱 의미 있게 새겨야 할 말이기도 하다.
또한, KBL은 이번 올스타전에 10개 구단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모두 불렀다. 가장 많은 팬이 운집한 자리에, 가장 많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나오길 기대했다. 가장 큰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싶었다.
그러나 자발적인 조치가 아니었다. 10개 구단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불러놓고, 이렇다 할 이벤트를 제시한 것도 아니었다.
“KBL의 조치는 이해가 됩니다. 올스타에 선발되지 않은 선수도 많은 팬 앞에 보일 필요가 있죠. 그러나 어떤 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진행 방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러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도 준비를 하고 올 수 있거든요”
A 구단 코칭스태프의 말이다. 그 코칭스태프는 말을 이었다.
“올스타전에 나갈 선수들을 팬들의 투표로 뽑는 건 맞아요. 그런데 인기로만 뽑다 보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들이 배제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올스타급 경기력을 보유하고도, 올스타전에 못 나갈 수 있죠. 선수 선발과 관련한 보완책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일리 있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100% 맞는 것도 아니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한 코칭스태프와의 대화를 인상 깊은 장면에 포함했다.


별책 부록 1 : 허훈 팀 선수 명단 및 시즌 평균 기록 (2020.01.17 KBL 보도자료 기준)


별책 부록 2 : 김시래 팀 선수 명단 및 시즌 평균 기록 (2020.01.17 KBL 보도자료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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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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