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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코 인사이드] 외국 선수들의 든든한 조력자, ‘채팔계’ LG 채성우 통역

[바스켓코리아 = 김준희 기자] 범상치 않다. 분명 직함은 ‘통역’인데, 풍채는 ‘보스’급이다. 운동선수 못지않은 기초대사량을 자랑하고, 허벅지 씨름에서 현역 선수들을 차례로 제압한다.

그러나 코트 위에 서면 그는 누구보다 바쁜 사람이 된다. 짧은 작전시간 안에 감독의 지시를 외국 선수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하고, 경기가 끝나도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겨야 한다.

그럼에도 그는 이 일이 너무 행복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농구와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해 ‘채팔계’라는 애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LG 채성우 통역의 이야기다. <바스켓코리아>에서 채 통역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12월호 웹진에 게재된 글입니다. 인터뷰 시점은 2019년 11월 19일입니다.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웃음). 먼저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이하 사당귀)>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래도 ‘사당귀’ 출연을 통해 구단도 알릴 수 있게 됐잖아요. 사랑해주셔서 감사할 뿐이죠.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엄청 많아졌죠. 감사할 뿐이에요. 예전엔 정말 아무것도 없었는데(웃음), 요즘은 알아보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사진은 안 찍더라도, 인사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이렇게 인기가 많아질 줄 아셨나요?
전혀 몰랐죠. 어쩌다 촬영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됐어요. 자연스럽게 나왔는데, 예상외로 화제가 돼서 당황스럽기도 했죠.

‘채팔계’라는 애칭까지 생겼습니다. 맘에 드시나요?
부인하고 싶어도 부인할 수가 없네요(웃음). 아무래도 제가 덩치가 있으니까요. 어릴 적 재밌게 봤던 만화영화 캐릭터인데, 그게 제 별명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선글라스만 안 쓰면 될 것 같아요.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처음엔 먹는 걸로만 나와서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나중엔 좋아하시더라고요. 그 외에 대학교 선후배나 중·고등학교 동창들, 10년 동안 연락 없던 친구들한테도 연락이 오고요. 신기했죠.

방송 출연 후 가장 크게 변화된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개인적인 변화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지나가다 가끔 알아봐 주시는 정도? 식당 가면 서비스로 음료수를 주시기도 하고요. 제 개인적인 것보다는, 선수들이나 팀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게 제일 큰 변화인 것 같아요.

방송에 나온 모습이 통역님의 평소 모습 그대로인가요?
그대로 나온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원래대로 하면 된다고, 리드를 잘해주셨어요. 워낙 잘 받아주셔서 (감독님과) 케미스트리가 잘 나온 것 같아요.

이제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처음 통역 업무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뭔가요?
제가 어릴 때 미국에서 공부를 했어요. 스포츠 과학을 전공했고요. 스포츠 쪽으로 업무 종사를 하고 싶었어요. 대학원을 1년 하고,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부산 KT에서 통역 업무 공고가 났어요. 그걸 보고 바로 지원했죠. 면접을 봤고, 구단에서 좋게 봐주셔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게 2016년이에요. 2년 동안 KT에서 일했고, 이후 LG로 팀을 옮기게 됐죠.

영어를 따로 전공하신 건 아니고요?
따로 전공하진 않았어요. 대신 미국에서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해서, 그게 도움이 많이 됐죠.

LG로 팀을 옮기게 된 계기는 어떤 게 있을까요?
KT에서 일할 때, 현주엽 감독님께서 지나가시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너 계약 끝나면 넘어와라’는 말을 자주 하셨었어요. 그 후, 여러 가지 상황이 맞으면서 운 좋게 LG로 오게 된 것 같아요.

감독님과 원래 친분이 있으셨나요?
전혀 없었어요. 지나가다 ‘덩치 좋다’면서 인사해주시는 정도였죠(웃음).

원래 전공도 아니고, 처음 하는 사회생활이다 보니 고충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없다면 거짓말이죠. 통역이라는 자리가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딱 가운데 있는 자리예요. 중립을 지키면서, 서로 만족할 수 있도록 감정이나 언어 전달을 잘해야 해요.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잘될 땐 잘되지만, 안될 땐 ‘어떻게 잘 전달해야 하나’ 고민이 많죠. 그게 제일 힘든 것 같아요.

통역이 단순히 언어 번역 외에도, 외국 선수를 거의 전담해야 하잖아요? 그런 부분은 어떠셨어요?
그런 부분은 괜찮았어요. 딱히 케어하기 힘든 외국 선수는 없었던 것 같아요. 최대한 맞춰주고, 안되는 건 잘 설명해주려고 했죠. 서로 의견을 맞춰가는 스타일로 업무 진행을 해왔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선 크게 어려운 건 없었던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을까요?
특정 선수를 꼽긴 어려울 것 같아요. 같이 지냈던 선수들과는 지금도 조금씩 연락을 해요. 다들 좋은 기억밖에 없어요.

통역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큰 건 없고, 경기에서 승리할 때마다 보람을 느껴요. 전날 훈련부터 시작해서 경기할 때 작전 지시까지, 작은 것들이 하나가 돼서 결과로 나오는 게 승리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보람이죠. 나중에 우승하게 된다면 정말 큰 보람이 될 것 같아요.

한국에서 쓰는 농구 용어와, 외국에서 쓰는 용어가 다르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오는 고충은 없으신가요.
그래서 연습을 정말 많이 해요. 외국 선수가 합류하기 전 국내 선수들 훈련할 때도, 국내 선수끼리 하는 거지만 저 혼자 속으로 통역 연습을 해요. 애매한 단어는 코치님께 여쭤보거나 직접 찾아보고요. 또, 외국 선수가 쓰는 표현 중에 좋은 게 있으면 기억해뒀다가 사용하기도 해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땐, 유튜브에서 NBA 작전타임이나 인터뷰 영상도 많이 찾아봤어요. 공부를 많이 했죠.

농구는 원래 좋아하셨던 건가요?
어릴 때부터 조금씩 했었어요. 친구들끼리도 하고, 동아리에서도 하고. 실력은 안 되지만, 미국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 선발팀에도 참여했었고요. DB에서 뛰었던 디온테 버튼이 고등학교 후배에요. 친분은 없지만요. 아는 척 안 하더라고요(웃음). 

통역으로서 함양해야 할 자세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제일 필요한 건 희생정신인 것 같아요. 자기 자신보다는 전체를 생각할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해요. 자기 시간 없이 일을 진행해야 하는 게 많아요. 쉬는 날에도 선수가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하고요. 자기 시간을 시즌 스케줄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희생하는 마인드가 없으면 힘들죠.

통역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픈 조언이 있다면?
제가 감히 조언을 해드릴 입장과 커리어는 아니지만(웃음). 제일 큰 건 역시 외국어 능력이고요. 그걸 기본으로 놓고 봤을 때 제일 중요한 건 희생정신인 것 같아요. 그것만 있다면 업무는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수 있을 거예요. 순간순간 적절하게 전달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언어 능력과 해당 종목에 대한 지식은 필수죠.

‘사당귀’를 통해 현주엽 감독님과 ‘환상의 케미’를 보여주셨잖아요. 감독님께 하고픈 말이 있다면?
선수들을 비롯해서, 구단 직원들까지 정말 잘 챙겨주세요. 저도 많이 챙겨주시고요. 감사하죠. 항상 건강 챙기셨으면 좋겠어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세요. 스트레스 덜 받으시면서, 오랫동안 감독으로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농구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떻게 보면 그저 직장인일 뿐인데 알아봐 주시고, 팬이라고 한마디라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제가 승패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건 아니지만, 저희 LG 농구단이 포기하지 않고 승리하는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게 일조하겠습니다. ‘사당귀’를 통해 좋아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으시다면? ☞ 바스켓코리아 12월호 웹진 보기

사진 = 김준희 기자, 창원 LG 세이커스 제공

김준희  kjun0322@bask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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