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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피는 꽃’ 오용준, 그의 선수 인생은 아직 지지 않았다

[바스켓코리아 = 김준희 기자] “이제 마무리 단계까지 왔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국내 선수 중 최연장자가 됐다. 후배들이 내 모습을 보면서 ‘나도 충분히 할 수 있겠구나’라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2018-2019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한 울산 현대모비스가 달콤했던 우승의 기억을 뒤로한 채 V8을 위해 다시 뛰고 있다.

지난 10일 방문한 수원의 한 재활센터. 국가대표로 소집되어 있는 이대성, 재활 중인 이종현, 스케줄로 인해 자리를 비운 양동근을 제외한 현대모비스 선수단 전원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훈련 중점은 ‘회복’이었다. 전날 고강도의 서킷 트레이닝 훈련을 소화한 선수단은 이날 간단한 요가 동작으로 훈련을 시작한 뒤, 2개 조로 나뉘어 스피닝 및 재활운동을 진행했다.

지난 시즌 프로 데뷔 16년 만에 우승 타이틀을 거머쥔 오용준도 젊은 선수들과 한 데 섞여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막내인 서명진과 나이 차이는 무려 19살. 그러나 몸만 봤을 땐 여느 선수들과 다를 바 없었다. 모든 운동을 끝까지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훈련이 끝난 뒤 만난 오용준은 “휴가 때는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여행도 가고, 아이 학교 보내는 것도 맡아서 했다. 그랬더니 시간이 금방 가더라. 그동안 함께하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했는데, 시간이 금방 가서 아쉬웠다”며 달콤했던 휴가 기간을 떠올렸다.

이어 “6월 24일부터 훈련을 시작해서 이제 3주차가 됐다. 하루도 안 빠지고 참여해서 몸도 조금씩 올라오는 것 같다. 8월에 연습게임이 있는데, 거기에 맞춰서 몸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고 근황에 대해 설명했다.

1980년생인 오용준은 어느덧 한국 나이로 불혹의 나이가 됐다. 리그를 지배할 정도의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매 시즌 알토란같은 활약과 성실한 모습으로 팀에 보탬이 됐다.

오용준은 “나이가 있어서 더욱 절실한 것 같다. 선수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하루하루 뜻깊고 의미 있게 보내려고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 나이에도 힘이 빠지지 않고 이겨낼 수 있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로잉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는 오용준

2003년 데뷔한 오용준은 프로 생활 16년 만에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경험했다. 어쩌면 영영 경험하지 못했을 순간일 수도 있었다. 2016-2017시즌 당시 SK 소속으로 1경기 출전에 그쳤고, 그 다음 해에도 KGC 소속으로 29경기에 출전, 평균 1.9득점이라는 평범한 기록을 남기면서 오용준은 은퇴의 기로에 섰었다.

그런 그에게 손을 뻗은 건 유재학 감독이었다. 유 감독은 오용준의 장점에 주목했다. 긴 시간은 아니더라도 코트 위에서 제 몫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유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오용준은 3점슛과 수비 등 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하며 자신의 강점을 효율적으로 살렸다. 결국 그는 현대모비스의 7번째 우승의 혁혁한 공을 세웠다.

오용준은 “프로 생활 처음으로 우승을 해봤다. 좋은 선수들, 감독님과 함께해서 뜻깊었다. 무엇보다 가족들 앞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그게 제일 행복했던 것 같다”며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덧붙여 “사실 지금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도 신기하다. 후회를 남기지 않고 선수 생활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끝까지 경쟁할 것이다. 자신감도 있다. 충분히 경쟁할 만하다고 생각하고, 지난 시즌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비시즌 각오를 드러냈다.

우승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아 재계약에도 성공했다. 2018-2019시즌을 앞두고 1년 6천만원에 계약을 맺었던 오용준은 올해 보수총액 1억원(연봉 8천만원, 인센티브 2천만원 / 1년)이라는 금액에 사인하며 억대 연봉자가 됐다.

그는 “재계약해주신 팀에 감사하다. 감독님께서 시키시는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있지만, 최대한 단점은 감추고 잘하는 걸 부각시키려고 했는데 잘 된 것 같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은퇴까지 생각했었던 그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건 유재학 감독의 역할이 컸다. 오용준은 “수비가 약하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오)용준아, 너 수비 잘해. 충분히 능력 있어. 전에 했던 건 모르겠지만, 내가 봤을 땐 너 수비 잘하니까 자신감 갖고 하면 돼’라고 말씀하시더라. 그 말을 들으면서 ‘감독님께 내가 갖고 있는 걸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고 유 감독과 얽힌 비화를 밝혔다.

동료들의 도움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팀 내에 워낙 출중한 선수들이 많다. 나는 공간을 벌려주는 역할에 충실하려고 했다. 기회가 왔을 땐 자신 있게 던지려고 했고, 그러면서 성공률도 높아졌다. 수비에서도 내 나이에 맞지 않게 단신 용병 역할도 맡았는데(웃음), 슛은 최대한 커버하되 돌파를 허용할 땐 동료들을 믿었다. 그런 부분에서 잘 맞았던 것 같고, 돌아보면 편하게 농구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웃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시즌 우승에 적지 않은 공을 세운 베테랑 문태종이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그 자리를 FA(자유계약선수) 김상규로 메웠다. 다가오는 시즌 현대모비스의 3번(스몰 포워드) 자리는 김상규, 오용준, 배수용 등이 번갈아가며 메울 예정이다.

어찌 보면 ‘경쟁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용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원 팀’을 강조했다. 그는 “경쟁이라기 보다는, 서로 부족한 걸 채우는 동료라고 생각한다. (김)상규가 장신이고, 어리기 때문에 보여줄 게 많은 선수다. 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김)상규가 잘해야 팀이 우승에 가까워질 수 있다”며 그의 선전을 빌었다.

그러면서도 “나도 (김)상규와는 다르게 나만의 장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3점슛에서 지난 시즌보다도 더 많이 던지고, 성공률도 높여서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 (김)상규도 잘하고, 나도 잘해서 우리 포지션이 제 역할을 한다면 충분히 우승권에 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장밋빛 미래를 내다봤다.

프로 데뷔 후 16번째 시즌. 어쩌면 ‘보너스’라고 느껴질 수도 있는 이 순간에 오용준은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부상만 없다면 나도, 선수들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팀이 2연속 우승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목표를 나타냈다.

덧붙여 “이제 마무리 단계까지 왔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국내 선수 중 최연장자가 됐다. 후배들이 내 모습을 보면서 ‘나도 충분히 할 수 있겠구나’라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그런 생각을 하니 더욱 책임감이 생긴다. 운동할 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한다. 현대모비스가 그런 걸 용납하지 않는 팀이기도 하다. 나이에 상관없이, 다른 선수들과 동일한 선상에서 경쟁을 할 것이다. 벤치에만 있으려고 농구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다시 한 번 경쟁해서 지난 시즌보다 더 나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려는 순간, 오용준은 “잠시만요”라는 말과 함께 기자를 멈춰세웠다. “한 마디만 더 해도 될까요?”라는 질문에 흔쾌히 그에게 녹음 중인 휴대폰을 건넸다. 그가 전하고 싶었던 건 '가족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가족들이 아니었으면 이 자리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가족이 있기 때문에 맘 편하게 농구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두 달 동안 같이 있다가 떨어져 있는 아들도 공부하느라 힘들텐데 힘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뒷바라지하고 있는 아내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운동해서 지난 시즌처럼 좋은 모습 보여주는 게 다인 것 같아요. 마무리 잘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마음잡고 노력하겠습니다.”

사진 = 김준희 기자, KBL 제공 

김준희  kjun0322@bask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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