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리그] 빠르고 재미있게, 명지대에서 나는 풍전의 향기

손동환 기자 / 기사승인 : 2019-06-06 06: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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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어쨌든 재미나게들 하고 있다”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 나오는 풍전고는 ‘런 앤 건’을 추구하는 팀이다. 풍전고의 사령탑이었던 노 선생님이 ‘공격 8, 수비 2’라는 농구철학을 지녔고, 빠르고 공격적인 농구로 남훈-강동준-나대룡 등 제자들에게 농구의 재미를 알려주려고 했다.


몇 년 동안 풍전의 팀 컬러를 만든 노 선생님은 전국대회 4강 이상의 성적을 만들지 못했다. 결국 물러났다. 하지만 풍전고 선수들은 빠르고 공격적인 농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전국대회 토너먼트 1차전에서 북산고를 힘들게 했다. 그러나 북산고의 추격에 당황했고, 주장인 남훈은 무리한 플레이로 머리에 부상을 입었다.


남훈이 깨어났고, 그 앞에 노 선생님이 있었다. 남훈은 초등학교 농구부 감독으로 부임한 노 선생님에게 “초등학교에서도 런 앤 건을 가르치십니까?”라고 물었다. 노 감독은 웃으며 “여전히 공격 8에 수비 2로 하고 있다. 런 앤 건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다들 즐겁게 하고 있지”라고 대답했다.


남훈의 집중력은 달라졌다. 풍전고는 패했지만, 스승과 제자의 대화는 기억에 남았다.


서론이 길었다. 서론이 길어진 이유가 있다. 대학리그에 풍전고의 향기가 나는 팀이 있어서다. 명지대학교다.


명지대는 풍전고처럼 상위권 팀(?)은 아니다. 패배가 익숙한 팀이다. 지난 5일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2019 KUSF 대학농구 U-리그에서도 고려대학교에 71-99로 완패했다. 4연패. 10위로 플레이오프 진출 전망도 밝지 않다.


그러나 명지대는 명지대만의 농구를 펼쳤다. 풍전고처럼 빠르고 자신감 넘치는 농구다. 특히, 1쿼터가 그랬다. 195cm 이상 장신이 포진한 고려대를 상대로, 빠른 농구를 펼쳤다. 수비 리바운드 후에도 실점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정의엽(174cm, G)과 이정민(184cm, G)은 볼을 잡으면 빠르게 치고 나갔다.


단순히 드리블만 한 건 아니다. 자신보다 먼저 뛰는 이도헌(187cm, F)과 송기찬(188cm, F)에게 빠르고 강한 패스를 건넸다. 볼을 건네받은 송기찬과 이도헌은 하윤기(204cm, C)나 박민우(197cm, F) 등 고려대 빅맨 앞에서 자신 있게 슈팅을 시도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계속 시도했다.


명지대의 빠르고 저돌적인 공격은 고려대를 잠시 흔들었다. 스피드를 앞세운 명지대는 1쿼터 한때 11-6으로 앞섰다. 그러나 높이와 개인 능력, 조직력을 동시에 앞세운 고려대에 서서히 무너졌다. 명지대의 결과는 결국 패배였다.


하지만 긍정적인 지표가 있다. 속공이다. 명지대는 11개의 속공을 시도해 7개를 성공했다. 고려대의 속공 시도 횟수(3개)와 성공 개수(1개)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3점슛 시도 역시 41-24로 고려대보다 많이 앞섰다.


조성원 감독은 고려대와 경기 전 “빠르고 재미있는 농구를 예전부터 추구했다. 훈련 시간을 뛰는 것에 많이 할애한다. 선수들에게 왜 뛰어야 하고, 왜 빨리 뛰어야 하는 걸 알려준다. 선수들이 이유를 알아야, 뛰는 농구를 납득할 수 있다”며 ‘스피드 농구’를 강조했다. 명지대 선수들이 감독의 강조사항을 잘 이행한 셈이다.


빠른 농구를 추구하는 팀은 많다. 대부분의 팀이 그렇다. 조성원 감독은 “재미있게 농구하는 게 목표다. 중고등학교 때 보면 많이 혼나는데, 그러면 눈치를 보며 농구할 수밖에 없다. 들어갈 때까지 계속 던지라고 한다. 자신감이 중요하다”며 ‘재미’와 ‘자신감’을 이야기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에게 화를 낸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코트에서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아 그랬던 기억이 있다. 화는 안 내려고 한다. 나부터 웃으려고 한다. 처음에 코치 생활할 때는 소리를 많이 질렀는데, 목만 아프더라(웃음)”며 ‘재미’에 더욱 초점을 줬다.


문득, 선수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23점을 기록한 이도헌에게 물었다. 이도헌은 “훈련 방식은 다른 학교와 큰 차이가 없다. 훈련 자체가 재미있는 건 아니다.(웃음) 다만,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분위기가 안 좋아져도 재미있게 끌어주시려고 한다. 우리가 왜 빠른 농구를 해야하는지 잘 설명해주시고, 잘 받아들이게 해주신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잘 심어주신다. 그래서 선수들도 덩달아 즐겁게 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한 가지의 어리석은 질문(?)을 던졌다. 명지대에서 농구하는 게 재미있냐고 말이다. 이도헌은 “이전에는 코트에서 뛰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1분 혹은 1초라도 농구할 수 있는 거에 감사하다. 감독님께서 믿어주시고 코트에 보내주시는 것 자체가 즐겁다. 뛴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감사한 일이다”고 답했다. 현명함, 그 이상의 대답이었다.


명지대의 성적은 하위권이다. 대학리그 플레이오프에 나간 지 오래 됐다. 여러모로 처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조성원 감독과 명지대 선수단은 자신만의 농구를 계속 하고 있다. “어쨌든 즐겁게들 하고 있지”라는 노 감독의 말이 떠오를 정도였다. 그만큼 명지대 농구에서는 풍전고의 향기가 났다.


# 명지대 주요 선수 기록
이도헌 : 26분 21초, 23점(3점슛 : 3/8, 속공 성공 2개) 3어시스트 2리바운드
송기찬 ; 27분 2초, 16점(3점슛 : 3/14, 속공 성공 3개)


사진 제공 = 한국대학농구연맹(KUB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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