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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해진 저변 :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바스켓코리아 = 김우석 기자] 사상 최고의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주말, 죽전에 위치한 단국대학교 체육관에서 제12회 WKBL유소녀클럽 최강전이 진행되었다. WKBL이 저변 확대를 키워드로 12년 째 진행하고 있는 이벤트다.

4개 종별(초등 1-2학년, 3-4학년, 5-6학년, 중등부) 400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나와 축제를 즐겼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인원들은 농구 시합 뿐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주말 동안 펼쳐진 대회를 통해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대상은 ‘엘리트’ 선수들이 아닌 생활체육으로 농구를 즐기는 학생 선수들이었다. 이들에게 농구는 ‘건전한 여가 선용’의 일종이다. 하지만 게임에 패한 선수들은 울음으로 분을 삭이는 모습들을 연출하기도 했고, 응원을 온 학부모들은 목이 쉬도록 코트를 누비는 딸들의 열정을 응원했다. 열기와 열정 만큼은 엘리트에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엘리트에 앞서는 느낌을 받았다. 일찌감치 진로를 농구를 선택한 엘리트 선수들 경기는 다소 경직된 모습으로 경기를 치르는 반면, 부담없이 농구를 즐기는 모습에서 스포츠 본연의 즐거움을 찾는 듯 했다.

이틀 동안 대회를 취재하며 문득 종별 선수권 대회가 펼쳐지는 영광에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한 동영상 기사가 떠올랐다. 여고부 시합 장면이었다. 부상 선수가 발생하며 두 명의 선수는 수비를, 나머지 3명의 선수는 공격을 하고 있는 영상이었다.

현재 여자 고등부에서 겪고 있는 선수 난이 여실히 드러난 장면이었다. 현재 여고 농구 팀은 자체 5대5 연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초,중학교도 많이 다르지 않다. 몇몇 팀을 제외하곤 10명 이하로 팀을 꾸리고 있다.

최근 농구계는 선수 수급과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아니 위에 언급한 대로 여자농구는 저변과 관련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많은 일선 지도자들은 ‘선수 확보가 너무 힘들다’라는 어려움을 토로하곤 한다.

4,000 VS 600 

2007년부터 저변 확대를 키워드로 시작된 유소녀 클럽은 2018년 기준으로 경기도 권을 중심으로 24개 클럽 2,300~400명 정도 활동하고 있다. 구단에서도 운영 중이다. 6개 구단에서도 많게는 10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으며, 총 600명 정도가 가입되어 있다고 한다.  

적어도 3,000여명의 학생이 ‘즐기는 농구’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서 대학 진학 등으로 인해 생활체육 농구인으로 경력 단절(?)이 발생하는 여고부 인원과 대학 동아리, 일반부 인원을 포함하면 적어도 4,000명에 가까운 인원들이 ‘참여 스포츠’로서 농구와 상관 관계를 지니고 있을 듯 하다. 물론 추산 인원이다.  

대학생의 경우를 살펴보자. 2000년 대까지 동아리 대회에서 여자 팀 모습을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2010년대 들어 많은 여대생들이 농구를 즐기고 있다. 대

학생 대회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국민대 총장배의 경우 10팀에 가까운 여자 대학 동아리 팀이 참가해 자웅을 겨룬다. 또, 스포츠총장협의회에서 운영하는 KUSF 리그에서도 적지 않은 여대생들이 참여한 대회가 운영 중이다. 또, 일반인 팀 수도 꽤 존재한다. 그만큼 참여 스포츠로서 농구는 예전에 비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여자농구가 인기를 끌던 시절에는 관람 스포츠로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현재는 관람 스포츠로서 콘텐츠보다 참여 스포츠로서 인기가 더 높은 실정으로 여겨진다. 농구가 갖고 있는 운동으로서 장점들이 참여 스포츠로 여학생들에게 잘 녹아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엘리트도 같은 참여 스포츠다. 현실을 살펴보자. 23개 초등학교, 20개 중학교, 19개 고등학교, 9개 대학 선수를 모두 합쳐 약 500명 정도가 존재한다. 실업 팀 6개과 프로 6개 구단을 합쳐도 600명이 채 안 되는 숫자다.

WKBL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실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2014년 아시안 게임 우승이나 각급 국제대회서 선전하는 것이 기적과도 같은 저변이다. 물론 최근 일본에게 따라 잡혔다는 평가가 나오는 등 예전에 비해 실력이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선방을 해내고 있는 엘리트 여자농구다.

건전한 신체 활동 vs 직업으로서 농구 

1990년대 후반 IMF가 터지지 전 여자농구는 전성기를 이뤘다. 한 때는 남자농구의 인기보다 더 높은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10개가 넘는 실업 팀과 여러 사학 명문대에서 농구 팀을 운영했으며, 각급 국제대회에서도 상위권 성적을 내면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1984년 LA올림픽 은메달과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거둔 4강이라는 성적은 적지 않은 외침을 겪었던 국민들에게 ‘대리만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자존감을 높여주기에 충분했다. 당시 한 공중파 채널에서는 고정적으로 여자농구를 중계할 만큼 위상이 꽤 높았던 시절도 있다. 정치권에서도 3S 정책을 실시하며 스포츠를 장려한 한 가지 이유였다.

하지만 IMF위기와 프로화(1998년)가 진행되며 팀 수가 줄어 들었고, 이화여대, 숙명여대, 성신여대 등 서울권에 위치한 여대부 농구팀이 해체되면서 단단했던 입지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또, 프로에서 외국인 제도를 도입하면서 토종 선수들의 입지는 더욱 줄어 들었다.

특히, 1990년대 중반까지 많은 실업 팀이 금융권이었기 때문에 여자 선수들에게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점이 농구를 선택하는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여자들의 사회 진출이 현재보다 훨씬 쉽지 않았던 시대적 배경이 존재한다. WKBL이 탄생하며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이유는 없어져 버렸다.

프로로 전환하며 부족한 경기력을 보완하기 위해 외국인 제도를 도입했지만, 그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며 농구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폭이 줄어들게 된 또 하나의 이유로 작용했다.

아직도 외국인 선수와 관련해서는 확실한 정답이 없긴 하지만, 줄어든 토종 선수들 입지는 분명히 마이너스 요인이 되었다. 다른 구기 종목과 달리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아주 제한적인 농구라는 종목의 특성이 더해진 현상이다.

여자농구를 통해 해외(미국, 중국 등)에 진출한 사례는 정선민(인천 신한은행 코치-미국, 중국), 김영옥(전 청주 KB스타즈-중국), 박세미(전 부천 KEB하나은행-중국)과 박지수(현 청주 KB스타즈 – 미국) 정도로 압축된다.

결국 줄어든 팀 수는 직업으로서 ‘농구 선수’를 선택하는데 있어 제약을 가했고, 사학 명문 학교의 농구부 해체는 진학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던 이유마저 없애는 계기가 되었다. 외국인 제도마저 도입되며 더욱 설 자리를 잃어 버리게 된 것이다.

게다가 엘리트 제도의 문제점(은퇴 후 진로 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하며 일찌감치 선수로 진로를 정하는 것에 대해 반감이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다.

유소녀클럽 최강전에 응원차 방문한 학부형은 “아이가 농구를 너무도 좋아하지만, 선수를 시키고 싶지는 않다. 일찌감치 한 쪽으로 진로를 정해서 올 인을 했을 경우 이후에 생길 수도 있는 부작용(부상 등)에 대한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자농구 선수가 직업으로서 안정감이 있는 지도 의문이다. 꼭 아이가 선수를 해야겠다고 우기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는 선수는 아닌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많은 학부모들이 비슷한 이유로 인해 직업으로서 농구를 꺼려하는 분위기였다. 다소 특이한 답변도 있었다. 한 학부모는 “농구라는 종목 자체의 분위기가 너무 경직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운동을 시켜볼 생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봤는데, 요즘 분위기와 달리 무거운 환경에서 운동을 하고 있어 보였다. 구기 종목 감독 중 유독 코칭 스텝이 화를 많이 내는 것 같더라.”라는 자세한(?) 이야기도 전해주었다. 인터넷에 한 예능인이 짤(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짧은 영상을 일컫는 말)을 만들며 화제가 된 내용으로 많은 지도자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농구라는 종목 특성 상 발생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결국 좁아진 취업문과 다른 종목에 비해 다소 경직된 느낌의 분위기가 농구 선수를 선택해야 하는 학생 선수들과 학부모들에게 확실한 단점으로 비춰진 듯 하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운동을 하겠다고 하면 개인 종목을 먼저 고려하겠다. 단체 운동은 좀 꺼려진다.”라는 답변이 많았다. 물론 두말 없이 “아이가 하겠다고 하면 시키겠다.”라는 답변도 있었다. 적은 퍼센트였다.

직업 선수와 관련한 많은 부정적인 답변 속에 농구를 시키는 이유가 궁금했다. 많은 답변들이 돌아왔다. 농구 교실의 뛰어난 가성비, 신장 발육에 효과적인 운동, 실내 운동이기 때문에, 단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기 때문에, 참는 법과 예절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어서 등의 다양한 내용들이었다.

가성비는 무얼까? 현재 농구교실의 한달 수강료는 6~70,000원 사이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1시간 이상의시간 동안 농구를 즐긴다. 학부모들은 일주일에 한 번 3시간 정도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삶의 질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이야기다. 그들이 이야기기하는 가성비다.

다른 이유들은 널리 알려진 사실들이다. 계속해서 농구를 즐기는 여학생들이 많아지는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고교 시절 학업을 이유로 단절이 발생하지만, 대학 진학 이후에 다시 여가 활동의 일환으로 농구를 즐기는 이유가 되고 있다.

결국, 2010년대 여자농구는 직업으로 보다는 건전한 신체 활동으로 더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지난 수 년간 WKBL과 여자농구 관련 단체는 팀 수를 늘리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결과는 없었고, 대학 팀 창단에도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사되지 않은 상태다.

또, 많은 관계자들과 농구인 들이 저변 확대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고, 일선 지도자들 역시 스카우트 등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아쉽게도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점점 암울한 이야기들만 들려올 뿐이다.

결과로 여자 엘리트 농구는 2018년을 지나고 있는 현재 저변이라는 단어와 관련해 앞으로 발생될 문제가 아닌, 이미 발생한 심각한 현실과 부딪쳐 있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결론은 융합(convergence)이다 

‘뭉쳐야 산다’

흔히 듣는 이야기다. 스포츠에서는 더욱 그렇다. 팀 워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구기 종목에서는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말이다. 위에 언급된 이유들을 돌아볼 때 현재의 제도로는 저변 확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남아 있는 건 참여 스포츠로서 확대된 저변을 적절한 형태의 융합 과정을 거쳐 선수와 팬 층으로 흡수시키는 방법이 아닐 까 싶다. 현재로서는 이상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 현재 농구계에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엘리트 의식과 생활체육의 결합이 쉽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

일본의 체육 정책인 부카츠(부활동) 벤치 마킹한 모델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방과 후 활동을 디테일하게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1인 1기가 중심이 되는 체육 정책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이지만, 체육을 대하는 시작점이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건강한 신체 활동을 통한 건강한 정신 함양’이라는 체육 본연의 가치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다시피 한국의 체육 정책은 조금 왜곡되어 있다.

일본 농구 협회에 등록된 여자 고등학교 팀 수는 3,000개가 넘는 수준이다. 단순히 30명씩을 계산해도 90,000명이 훌쩍 넘는다. 일본은 부카츠 활동에 기인해 엘리트와 생활체육을 나누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림픽 등 확실한 목표가 있을 때는 단기적으로 엘리트 시스템을 운영하기도 한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때에 따라, 의사 결정권자가 누구냐에 따라 세부적인 정책에 조금씩 변화가 있다.

그렇게 초,중,고교 시절에 학습과 운동을 병행한 후 선수로서 방향을 잡은 학생들은 대학이나 WJBL 취업을 준비한다. 이른 시점에 선수로 올인 했을 때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을 시스템에 적용하고 있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오랜 기간 동안 넓은 저변 속에서도 한국을 넘어설 수 없었던 이유다.

최근 수 십년 간 한국을 넘어 세계화를 시키기 위해 엘리트 중심의 정책을 펼친 일본은 지난해 아시아컵에서 호주를 넘어서는 등 성과를 보았다. 이제 일본 여자농구의 목표는 확실히 세계 무대다. 여름이면 유럽과 아프리카 대표팀 등과 많은 경기를 갖는다.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이다.

여자농구가 저변이라는 키워드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융합을 통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단어가 아닐까 싶다.

위에 언급한 대로 숫자에서 엘리트는 절대적인 부족을 경험하고 있으며, 확실한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적인 흐름이 분명히 존재한다. 대다수의 여자 농구 전문가들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엘리트 제도로 키워온 기술적인 부분과 생활체육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참여 스포츠의 숫자를 하나로 묶어 낸다면 현재보다는 조금 더 좋은 상황에서 농구를 즐기고 관람할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1,2,3,4부로 종별을 나눠 주말마다 지역에서 예선을 치르게 한 후, 여름과 겨울 방학을 통해 왕중왕전을 갖는 형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주말을 이용해 지역에서 가까운 학교끼리 대항전을 치르고, 조금 더 범위를 넓히는 형식으로 취한 후, 두 번 정도 한 곳에 모여 농구를 기반으로 한 축제 - 이제 농구 단일로는 붐업을 시키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 – 형태의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600명이 아닌 4,000명 그리고 그와 관계되어 있는 인원들까지 과정과 결과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적지 않은 엘리트 대회들이 존재한다. 생활체육 대회도 많이 활성화 되어 있다. 엘리트 대회는 3월부터 9월까지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번씩은 열린다. 하지만 전형적인 ‘그들만의 리그’로 진행된다. 당연히 티켓은 무료이며, 관중의 대부분도 학부모나 관계자들이다.

생활체육 대회는 지원을 받기 보다는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대회가 많기 때문에 엘리트 대회 환경에 비해 열악하다. WKBL에서 진행하는 행사는 그나마 규모가 아주 큰 편이다. 하지만 숫자는 분명히 엘리트에 비해 월등하다. 

분명한 것은 농구라는 키워드 아래 두 가지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하나로 묶는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각각의 약점을 지난 두 행위가 결합된 하나의 객체가 탄생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분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을 적용하던 간에 심각해진 저변을 벗어나야 하는 시점에 도달 혹은 지나치고 있음은 확실한 명제다. 

사진 제공 = WKBL

김우석  basketguy@bask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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