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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 Basket Inside] 위력적이었던 슬로베니아 우승 주역 4인방!

[바스켓코리아 = 이재승 기자]  유로바스켓 2017이 슬로베니아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8월 31일(이하 한국시간) 늦은 밤부터 시작한 유로바스켓은 19일 간의 장정 끝에 슬로베니아가 우승을 차지했다. 세르비아가 아쉽게 준우승, 스페인이 3위에 올랐다. 당초 예상과 달리 강호들이 본선부터 힘겨운 경기를 펼쳤고, 급기야 결선에서 주저앉으면서 다소 김이 빠진 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일어난 지각변동을 통해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 중심에는 단연 슬로베니아가 있었다. 슬로베니아는 이번 대회에서 단 1패도 당하지 않는 깔끔한 경기력을 펼치며 이번 대회의 주인공이 됐고,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조 편성 당시만 하더라도 슬로베니아는 이전처럼 평범한 팀으로 남을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대회가 시작하자 슬로베니아는 달랐다. 본선에서 프랑스와 그리스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슬로베니아의 불씨는 금세 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슬로베니아는 '진짜'였다. 결선에서 라트비아는 물론 확고부동한 우승후보로 분류됐고, 지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까지 꺾는 기염을 토해냈다. 심지어 스페인을 무려 20점차로 따돌렸고, 슬로베니아 역사상 처음으로 유로바스켓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는 접전 끝에 세르비아까지 따돌리면서 감격적인 첫 우승을 맛봤다.

에이스! 고란 드라기치

슬로베니아가 우승을 차지하는데 가히 절대적인 역할을 차지한 선수가 있다. 바로 고란 드라기치(마이애미)다. 드라기치는 이번 대회에서 9경기 모두 주전으로 나서 경기당 27.8분을 소화하며 22.6점(.482 .385 .844) 4.4리바운드 5.1어시스트 1.6스틸을 기록했다. 드라기치는 이번 대회 들어 팀에서 득점, 어시스트, 스틸, 효율성 1위에 올랐으며, 리바운드 4위에 오르면서 자신이 왜 NBA 리거인지를 여실히 입증했다. 드라기치가 있어 슬로베니아는 이번 대회 내내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고, 이를 토대로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았다. 특히나 본선부터 5점차 안팎의 승부가 적잖았음에도 불구하고 슬로베니아가 살아남았던 이유는 바로 드라기치의 존재가 실로 결정적이었다.

드라기치는 이번 대회에서 단 한 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렸으며, 모두 15점 이상씩 뽑아냈다. 한 자리 수 득점에 그친 경기는 우크라이나전이 전부였다. 본선에서는 5경기 모두 20점 이상씩 올렸는가 하면 중요했던 폴란드와의 첫 경기에서는 30점을 뽑아내면서 팀이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다. 드라기치는 지난 2012년, 2015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조국의 부름에 응했다. 2012년에는 올림픽에 나서지 못한 탓이고, 지난 대회에서는 FA 계약을 앞두고 있었던 만큼,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유로바스켓 예선서부터 뛰면서 조국의 부름에 응했다.

# 드라기치의 유로바스켓 성적

2007 5.4점 3.8리바운드 2.1어시스트

2009 9.2점 2.8리바운드 1.2어시스트

2011 11.7점 3.6리바운드 2.7어시스트

2013 15.8점 3.5리바운드 4.5어시스트

2017 22.6점 4.4리바운드 5.1어시스트

드라기치의 가치는 기록 그 이상이다. 드라기치가 슬로베니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크다. 주득점원으로서 공격을 끌어주는 역할과 함께 경기운영까지 도맡고 있다. 슬로베니아의 주전 포인트가드인 그에 대한 의존도는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상당했다. 돌파를 통해 상대 수비를 끌어 모은 뒤 외곽에 있는 동료들에게 양질의 패스를 뿌렸고, 이를 통해 슬로베니아 선수들은 드라기치와 함께 뛸 때 좀 더 손쉽게 득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여기에 드라기치가 코트에 있을 때의 안정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다. 필요할 때 득점을 올리면서도 패스를 통해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 그만큼 비중이 컸고, 그의 역할이 중요했다. 드라기치가 올린 기록도 대단하지만, 그 이면의 존재감까지 고려한다면 드라기치는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최고 유망주! 루카 돈치치

드라기치의 존재는 슬로베니아의 강점이었지만, 반대로 그를 보좌할 선수가 없었던 점은 이전까지 크나 큰 약점이었다. 드라기치가 코트 위에 있을 때와 벤치에 있을 때의 경기력 차이는 현격했다. 슬로베니아가 2000년대 들어 결선에 오르고도 줄곧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슬로베니아는 이번에 이를 극복했다. 바로 세계 최고 유망주인 루카 돈치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돈치치는 원래 가드다. 하지만 팀의 사정상 이번에 스몰포워드로 나섰다. 조란 드라기치가 결장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드라기치-프레페리치-돈치치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통해 빠른 농구를 펼치겠다는 슬로베니아 이고르 코코스코프 감독(현 유타 코치)의 의중이었다.

이는 100% 들어맞았다. 돈치치는 드라기치와 뛸 때 프런트코트에서 제 역할을 했다. 득점을 올리면서도 리바운드와 어시스트를 두루 버무렸다. 여기에 보조적인 경기운영까지 도맡았다. 이를 통해 드라기치는 코트 위에 있더라도 부담을 줄일 수 있었고, 이는 곧 슬로베니아 보이지 않는 전력 강화를 뜻했다. 여기에 드라기치가 벤치에 있을 때면, 돈치치가 경기를 진두지휘하면서 슬로베니아가 40분 내내 경기운영에 대한 공백을 지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처음으로 나선 국제 대회에서 돈치치는 자신의 포지션이 아닌 다른 포지션을 소화했지만, 그 역할마저도 잘 이행해 눈길을 끌었다. 기록으로도 드러나는 대목이다.

돈치치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나서는 성인무대가 맞나 싶을 정도의 경기력으로 보는 이들을 놀래게 만들었다. 9경기에 모두 나선 그는 평균 29.1분을 뛰며 14.3점(.406 .311 .848) 8.1리바운드 3.6어시스트를 올렸다. 드라기치에 이어 두 번째로 평균 득점이 높았으며, 평균 리바운드는 가장 많았다. 원래 가드인 점을 감안하면 그가 잡아낸 리바운드가 지니는 의미는 더욱 크다. 이번 대회를 통해 가드부터 포워드까지 두루 소화해낼 수 있는 자원이라는 점이 보다 확실히 드러났다. 다방면에 두루 능통한데다 아직 현지나이로 18세에 불과한 만큼 성장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18세의 선수가 첫 대회에서 이와 같은 성적을 올렸다는 점도 믿기지가 않는다. 오죽했으면 경기 후 『FIBA.com』에서는 돈치치를 두고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유망주"라고 한데 이어 "래리 버드의 뒤를 이을 선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스를 상대로 22점을 퍼부은 것도 모자라 라트비아전에서는 자신의 한 경기 최다인 27점을 폭발시켰다. 외곽슛이 들어가지 않을 때면 반칙을 얻어내 자유투로 득점을 올리는 등 나이대에 맞지 않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도 탁월했다. 돈치치가 드라기치의 어깨를 가볍게 했고, 이는 곧 슬로베니아의 강세로 연결됐다.

확실한 득점원! 클레멘 프레페리치

이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슬로베니아는 이들 못지않은 득점원이 있었다. 바로 클레멘 프레페리치다. 그는 지난 2014 월드컵부터 대표팀에서 뛰었고, 이번 대회 들어서 좀 더 일취월장한 모습으로 슬로베니아의 우승에 당당한 주역이 됐다. 프레페리치는 이번 대회에서 드라기치와 함께 주전 가드로 나섰다. 프레페리치는 슬로베니아가 자랑하는 삼각편대의 한 축으로서 만만치 않은 득점력을 과시했다. 이번 대회 9경기에서 경기당 24.9분 동안 13.8점(.471 .438 .925) 2.3리바운드 2.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비록 드라기치와 돈치치에 가려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프레페리치는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많은 2.3개의 3점슛을 터트리면서 돈치치와 함께 슬로베니아의 외곽공격 선봉에 섰다.

특히나 준결승과 결승에서는 도합 7개의 3점슛을 적중시켰다. 이를 위해 시도한 개수는 12개에 불과했다. 결승에서는 필요할 때마다 3점슛을 쏘아 올렸고, 슬로베니아는 세르비아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만 43.8%의 높은 3점슛 성공률을 자랑하면서 드라기치의 백코트 파트너로서 손색이 없는 기량을 펼쳤다. 이번 대회 들어 드라기치의 3점슛이 잘 들어가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프레페리치의 외곽슛은 드라기치의 돌파 공간을 창출케 했고, 이를 통해 슬로베니아가 좀 더 원활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그도 이제 현지나이로 24살에 불과한 만큼 그도 성장할 여력은 충분하다.

마지막 조각! 앤써니 랜돌프

귀화 선수인 앤써니 랜돌프도 있다. 전직 NBA 리거인 랜돌프는 이번 여름에 레알 마드리드와 계약하면서 스페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 2014년을 끝으로 NBA에서 뛰지 않고 있는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체중은 예전에 비해 좀 더 불었고, 외곽슛은 정교함을 더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슬로베니아 국적을 취득하면서 유로바스켓에 나섰고, 슬로베니아는 모처럼 확실한 빅맨을 얻게 되면서 전력을 보다 더 안정적으로 꾸릴 수 있었다. 이전까지 슬로베니아의 약점은 골밑이었다. 이라짐 로벡이 대표팀에서 물러난 이후 슬로베니아의 골밑은 다른 강호들의 놀이터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랜돌프가 가세하면서 인사이드가 탄탄해졌다. 랜돌프가 제공하는 블록은 슬로베니아의 세로 수비를 강화시켰다.

게다가 랜돌프는 공격에서 쏠쏠한 보탬이 됐다. 본선을 치를 때만 하더라도 공격에서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그가 던지는 3점슛 대부분이 림을 외면한 탓이다. 수비에서는 상대 빅맨 수비, 리바운드, 블록을 책임졌지만, 공격에서는 3점슛이 들어가지 않으면서 한계를 보였다. 그러나 랜돌프는 결선 들어서 매서운 슛감을 자랑했다. 결승에 오르기까지 3경기를 치르는 동난 그가 던진 3점슛 대부분이 골망을 갈랐고, 이로써 슬로베니아는 또 다른 공격무기를 장착했다. 셋오펜스에서 픽게임의 옵션이 많아졌고, 이후 외곽에서 여러 차례 패스를 돌리면서 슛 찬스를 만드는 장면을 여러 차례 선보인 바 있다. 본선까지만 하더라도 드라기치의 패스를 받아먹는 것에 불과했지만, 결선 들어서는 3점슛이 터지면서 드라기치와 슬로베니아가 공격에서 보다 많은 선택지를 가진 채 임할 수 있었다.

드라기치도 랜돌프를 두고 랜돌프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능력을 갖춘 선수라고 치켜세우면서 "이전에는 앨리웁을 시도할 선수가 없었지만, 이제는 상대 빅맨도 끌어낼 수 있다"면서 랜돌프의 합류로 슬로베니아의 공격옵션이 다양해졌다. 랜돌프는 앨리웁을 통해 골밑에서 득점을 올리기도 하면서, 외곽에서 3점슛을 던지기도 하는 등 내외곽을 자유자재로 오갔다. 랜돌프의 3점슛이 들어가면서 상대 빅맨을 끌어내는 효과를 가져왔고, 이는 또한 드라기치가 림으로 파고 들 공간을 만들게 했다. 랜돌프가 귀화하면서 슬로베니아가 마지막 조각을 찾았고, 이들 넷은 슬로베니아 우승에 가장 많은 공헌을 했다.

사진_ NBA Mediacentral

이재승  considerate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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