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군인농구선수권대회가 열린다

2010/09/8 by   ·   No Comments

[사진> 개막식 직전 운동장에 각국선수단이 집결 개막식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정복을 입고 행사에 참여했다. 당시 IOC위원장 사마란치도 축하연설을 했다.]

세계군인농구선수권대회가 9일부터 잠실학생 체육관에서 열린다고 한다. 군인대회이긴 하지만 참으로 오랜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다. 농구관련단체가 하지 못한 것을 국방부라도 해서 국제대회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어 다행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남자농구의 국제대회는 없었다. 농구인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볼 대목이다.

필자는 과거 상무 팀을 6년 동안 지도한 적이 있어 군인선수권대회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다. 특히 1999년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서 열린 제2회 세계군인종합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던 그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 제2회 세계군인종합선수권대회

종합선수권대회는 올림픽과 같이 많은 종목이 참가하는 4년마다 열리는 대회다. 필자가 당시 맞고 있었던 상무 농구팀 역시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다른 10여 개 참가종목의 팀들과 함께 철저한 대회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시차적응을 위해 낮엔 자고 야간과 새벽 두 차례의 훈련을 하였고 정신력 강화를 위해 특수훈련도 받았다.

국방부에서는 해당 감독들과 몇 차례 사전대비 회의를 하기도 했다. 그것은 4년 전 1995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제1회 대회에서 북한에 종합성적이 뒤지는 치욕을 만회하기 위해 더욱 그러했다.

배구 핸드볼 태권도 복싱 유도. 우리나라가 강세인 종목의 감독들은 느긋하게 준비를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농구는 답이 없었다. 군인대회 특성상 재정이 열악한 나라는 먼 곳에서 열리는 참가가 소극적이지만, 유럽에서 열리는 대회라 농구강국인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출전할게 불 보듯 뻔했다. 주최국 크로아티아. 전통적인 강국 미국 이탈리아 등 생각만해도 가슴이 답답했다.

아무튼 다른 종목에 비해 암울한 현실로 인해 ‘농구부의 목표는 무엇이냐?’는 예상 목표에, ‘페어플레이상’이라고 둘러대기 급급했고, 수시로 열리는 회의 좀 제발 그만 했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참가선수명단을 보면 당시 오리온스에서 활약하다 입대한 박재일이 최장신이었다. 할 수 없이 군인선수권대회 비용을 투자해 명지대를 졸업한 장신의(?) 윤제한과 한양대에 재학 중이던 안종호를 선발했다. 비로소 대한민국 팀의 센터가 192cm가 되었다. 김병철, 김희선, 김태진, 박재일, 정재훈, 신석, 이상영 등이 주축이 된 상무는 다른 종목 선수들과 함께 자그레브에 도착했다.

[사진> 시상식 장면, 3위자리에 오른 상무농구선수단. 1위는 크로아티아, 2위는 미국이 차지했다. 북한은 이탈리아와 함께 몰수패로 대회에서 실격 처리 됐다.]

선수촌은 자그레브의 어느 대학 기숙사를 이용하였고 선수촌을 경비하는 초병들은 김태진이 농구화를 신고 다니는 것을 보고 키가 작다고 놀려댔다. 우리는 다행히 북한과 조 추첨에서 다른 조가 되어 부담을 덜 했지만 여간 신경이 쓰여졌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북한 보다는 나은 성적을 올려야 하는 대한민국의 군인임을 증명해야 했다.

아시아의 작은 반도에서 온 우리와 북한은 서양인들의 눈에는 분간하기 어려운 존재들이었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군 선수단은 태극문양의 모자를 꼭 쓰고 다녔다. 경직된 북한 선수단은 운동할 때나 이동할 때나 식사를 할 때도 한결 같았다. 특히 북한은 경기 중 이탈리아와 집단 난투극을 벌이고 의자로 상대 선수를 가격한 소식이 선수촌 내 퍼지면서 비토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기에, 그들과 차별성을 두려고 어디서나 꼭 ‘KOREA’라는 옷을 입고 다녀야 했다. 이래저래 일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약팀들과의 경기를 순조롭게 이기고 결선진출의 길목에서 라트비아와 맞붙게 되었다.

# 6강의 길목 라트비아

우리의 전략은 이랬다. 전반에는 절대상대방에게 이기려는 의지를 숨기고 후반 일격을 가하는 거였다. 신장이 좋고 기량이 좋은 서너 명의 선수가 있는 라트비아는 예선에서도 많은 점수차로 상대들을 제압해 나갔다. 정면승부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우리들은 전반에 15점차 이내로만 유지하면 후반에 승부를 걸어볼 작정이었다.

우리의 전략이 맞았는지 전반이 끝날 무렵 라트비아는 주전선수들을 거의 빼고 결선에 대비하는 분위기 였다. 하프타임이 시작하는 후반에 아예 유니폼을 갈아입은 선수도 보였다. 후반이 시작하자 우리는 준비한 변칙지역방어를 사용하며 점수를 줄이고 드디어 승부처가 되자 전면 압박 수비로 경기를 뒤집었다. 한번 빼앗긴 경기흐름을 라트비아는 우왕좌왕 당황하여, 결국은 우리가 역전승을 거두며 조1위로 당당히 결선에 진출했다.

선수촌에서 컵라면이라도 먹을라치면 김치냄새에 눈치를 주던 앞방의 캐나다, 벨기에 선수들은 이제 우리 실력을 인정하고 컵라면을 얻으려고 다녔고 김치가 맛있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금메달을 자신하던 핸드볼 배구는 예선에서 좌절이 되고 구기종목 중 유일하게 농구만 결선에 오르는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자신감이 붙은 우리 선수들은 신장은 작지만 빨랐고 조직력은 무서웠다. 결선에서도 선전을 거듭한 우리 팀은 결국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병철은 대회 ‘베스트5’에 뽑혔고 한국선수단은 ‘매직핸드’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우리 선수들이 대회에 기록한 3점 슛은 43%였으니 대단한 기록이었다.

[사진> 유일한 교민은 태권도 사범이(맨 우측) 있었다. 특전단의 패러글라이딩 종목에 참가한 요원들이 응원을 왔다. 임원들과 결선진출을 함께하며... 이 체육관은 2년전 전태풍의 소속팀 시보나 팀의 페트로비치 체육관이다.]

# 남다른 감회

돌이켜보면 군인선수권대회는 개인적으로 농구코치로서 자신감을 갖게 하였고 지도자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한 대회였다. 선수시절 단 한 번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던 나는 지도자로서 메달까지 따는 영광을 누렸고 나의 농구가 통한다는 스스로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나는 농구대잔치 우승, 존스컵 준우승을 할 수 있었다.

이런 군인선수권대회가 이제 9월 9일부터 서울에서 열린다. 이제 나는 직접 이 대회에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후배들이 다시 한 번 주최국으로서 영광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추일승 (MBC Sports Plus 해설위원 / KBL 기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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