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대표팀 김승환 감독, “어른들이 더 노력할 시기”

2010/08/11 by   ·   No Comments

(바스켓코리아=박찬기 기자) 17세이하 남자농구 대표팀을 이끌고 세계 대회에 참가하고 돌아온 김승환 감독(현 무룡고 코치)이 귀국 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김승환 코치는 17세이하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고 지난 7월 2일부터 독일에서 열린 17세이하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당초 첫 세계대회 8강을 노리던 대표팀은 조별 예선을 포함해 순위 결정전에도 전패를 당하며 참가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번 17세이하 대표팀은 세계 무대에 진출한 과정도 드라마틱 했고, 이종현, 최창진 등 뛰어난 실력을 갖춘 유망주들이 대거 대표팀에 발탁되며 기대감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김승환 코치는 “세계 무대의 높은 벽을 절감했고, 우리가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하지만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정말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줬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상대할 나라들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고, 잘못된 정보도 많았다. 당초 캐나다와 폴란드를 1승 상대로 예상했지만 현지에서 직접 본 이 팀들의 전력은 알고 있었던 부분을 훨씬 더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실제로 1승 목표였던 폴란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사전 전력 분석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김승환 코치의 말은 우리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세계 대회를 앞두고 코칭 스태프 조차 상대할 나라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점은 협회 차원에서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승환 코치는 협회의 지원에 대한 아쉬움도 살짝 내비쳤다. 김 코치는 “물론 협회가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시아권 대회도 아니고 세계 대회에 진출하는데 전지 훈련을 한 번도 가지 못했던 것은 감독의 입장에서 너무나 아쉬운 대목”이라면서,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전지 훈련을 다녀오지 않은 팀은 우리가 유일했다. 가까운 예로 중국도 50일간 미국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그래서 인지 이번 대회에서 중국은 미국식 농구를 구사했고, 키가 큰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도 준비가 잘 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첫 경기부터 선수들이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대회 중에도 각 나라의 전폭적인 투자가 인상적이었다. 독일과의 경기 중 우리가 앞선 채 전반을 마쳤는데, 락커룸으로 돌아가는 도중 독일팀 락커 앞을 지나는데 독일팀 스태프들이 락커룸에 티비를 설치하는 모습을 봤다. 무엇을 하는가 했더니 그 짧은 시간동안 독일팀 전력 분석원들이 우리 팀의 전반전 경기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해 선수들에게 보여주면서 후반전을 대비하는 모습을 봤다. 우리는 성인 대표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그 나라들은 17세 대표팀 대회에서도 변함없이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괜히 강국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위화감이 들었다. 너무 부러운 모습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근 남자농구 성인 대표팀은 11월에 열리는 아시안 게임 우승을 위해 미국 전지훈련 등 적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인 대표팀의 바탕이 되는 어린 선수들에 대한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사실 이번 대표팀은 그 출발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대회를 50여일 앞두고 부산에서 처음 소집돼 손발을 맞춘 후, 수원으로 옮겨 본격적인 전술 훈련에 돌입했다. 하지만 소집 훈련 기간 동안 대통령배 대회가 서울에서 열렸고, 협회는 대표팀 선수들이 소속팀의 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허용했다.

김승환 코치가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김 코치는 “이번 대표팀은 나쁜 선례를 남겼다”면서 “짧은 기간 조직력을 가다듬을 시간도 부족한데 주력 선수들이 대통령배 대회에 참가하면서 혼란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어린 선수들이다 보니 대표팀과 학교를 오가면서 훈련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었다. 훈련 스케쥴에도 차질이 생겼고, 설상가상으로 핵심 전력 중 한 명인 최승욱이 부상을 당해 정작 세계대회에서는 제 기량을 선보이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17세이하 대표팀에 이어 오는 9월에는 예멘에서 열리는 제21회 FIBA ASIA 18세이하 남자농구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김승환 코치는 “독일에서 만난 외국의 관계자들은 실제로 대한민국 농구가 빠르고 다이나믹한 면이 있다면서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분명 한국 농구도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있고,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역설했다. “17세 대표팀은 내가 부족한 탓에 선수들이 100%의 기량을 펼치게 해주지 못했다. 어린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지도자들과 협회의 어른들이 더 열심히 뛰어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한국 농구는 최근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17세이하 남자농구 대표팀은 참가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고, 18세이하 여자농구 대표팀 역시 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4위에 그쳤다. 농구의 인기를 다시 살리기 위해 세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어른들은 많다. 하지만 그 말을 뒷받침 해 줄 행동은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다. 17세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세계 무대의 높은 벽을 경험하고 돌아온 김승환 코치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봐야할 시점이다.

바스켓코리아 / 사진 바스켓코리아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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