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코리아=박찬기 기자) 부산중앙고의 신입생 천기범이 “용산고와 경복고를 꺾고 전국대회 우승을 하고 싶다”는 당찬 목표를 밝히며 중앙고의 부활을 선언했다.
지난 4일 부산대학교 체육관에서 만난 천기범은 코트 위에서의 터프한 골밑 돌파와 적극적인 작전 지시를 내리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뽀얀 피부에 앳된 얼굴을 가진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 소년이었다. 기자의 기나긴 질문에 단답형으로 대답하며 기자를 당혹케 하는 모습에서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의 무뚝뚝함보다는 아직은 앳된 고등학생의 모습을 보인 천기범은 지난 종별선수권 대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1학년생 중 한명이었다.
천기범에게 지난 종별선수권 대회 이야기를 꺼내자 대뜸 “분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마냥 온순하게 보이던 표정에도 승부욕이 불타 올랐다.
중앙고는 지난 7월 경북 김천에서 열린 제65회 전국남녀종별농구선수권대회에 올 시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당초 엔트리 구성 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빈약한 선수층을 가지고 있던 중앙고는 고등부 예선 A조에 배정되었지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중앙고는 예선 첫 경기인 대진고와의 경기에서 80-82로 패하긴 했으나 스코어에서도 알 수 있듯 접전을 펼쳤다. 중앙고는 예선 두 번째 경기인 신림고와의 경기에서 78-52로 대승을 거두며 1승 1패로 균형을 맞췄으나, 예선 마지막 경기가 강호 삼일상고와의 경기라 예선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중앙고는 빠른 속공과 변화무쌍한 수비 로테이션으로 삼일상고의 높이에 맞서 대등한 싸움을 벌였고, 경기 종료 직전 김재중의 극적인 역전 레이업 슛으로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물론 결선 1라운드에서 이동엽이 버티는 광신정산고에 패하며 아쉽게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던 중앙고의 선전은 분명 놀라웠다.
이러한 중앙고의 선전은 1학년생 가드 천기범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번 종별선수권에서 천기범은 190cm이상의 센터가 없는 팀 사정상 전천후 포지션을 소화해야 했다. 하지만 아직 체력적으로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도 4경기에서 경기 당 25.3점 7.8리바운드를 잡아내며 팀의 결선행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냈다. 비록 16강전에서 광신정산고에 패하며 아쉽게 8강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종별 대회에서 보여준 중앙고와 천기범의 플레이는 분명히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김천에서 만난 많은 아마 농구 관계자들 역시 “중앙고 7번 선수가 누구지?”라며 큰 관심을 가질 정도로 천기범의 플레이는 분명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김해동광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농구공을 잡았을 때 천기범의 부모님은 학교에서도 성적이 좋았던 천기범이 힘든 운동선수의 길로 접어드는 것을 소위 ‘도시락 싸들고 따라다니며’ 말렸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승부욕과 고집이 있었던 천기범은 한번 빠져든 농구의 매력을 놓치지 않았다.
동광초등학교를 거쳐 임호 중학교로 진학한 천기범은 팀 내 포인트 가드 역할을 맡아 2학년 재학시절 팀을 소년체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후 숱한 고등학교 팀들의 구애를 뿌리치고 중앙고로 진학했고, 올해 처음 나선 전국대회에서 그 동안 숨겨왔던 진가를 드러냈다. 지금은 부모님도 아들의 든든한 후원자로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천기범의 가장 큰 장점은 184cm의 비교적 큰 키임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때까지 포인트 가드를 보면서 익힌 넓은 시야와 센스가 좋다는 점이다. 여기에 빠른 스피드을 앞세운 골밑 돌파는 물론 어느 정도의 외괏슛 능력도 갖추고 있다. 팀 동료조차 혀를 내두르는 승부 근성은 천기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여러모로 중앙고 선배로 전주 KCC에서 활약하고 있는 강병현과 유사한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천기범은 지도하고 있는 중앙고 강양현 코치는 “중학교 시절부터 눈여겨봤던 선수다. 기본기와 경기를 보는 센스가 좋고, 자체 연습 경기에서도 지면 분해 할 정도로 강한 승부욕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 이정도 실력을 보여주는데, 아직 키도 자라고 있고 힘도 덜 붙은 상태다. 1, 2년 지나면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말 그대로 천기범은 고등학교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 체력적인 면에서는 준비가 덜 된 상태다. 중앙고의 체력 트레이너를 맡고 있는 전승엽 트레이너는 “기범이는 아직 근육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상태다. 지속적인 체력 훈련을 통해 힘과 스피드를 키운다면 장신 가드로서 이상적인 신체 조건을 가진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천기범이 닮고 싶어 하는 선수는 누구일까? 천기범이 재학 중인 중앙고 선배인 강병현이나 최고의 가드인 주희정 등의 이름이 나올 것을 기대한 기자의 예상은 “그런 선수 없는데요”라는 천기범의 대답에 한 순간에 무너졌다. 천기범은 “어느 한 선수를 닮고 싶다고 생각한 선수는 없다”며 “어떤 선수도 단점 없는 선수가 없습니다. 저는 모든 선수들의 장점만을 배우고 싶습니다”는 당찬 대답이 이어졌다.
그러면서도 “최근 바스켓코리아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면서 중앙대 김선형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김선형처럼 다재다능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중앙고는 지난 2000년 추계연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10년 간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지 못했다. 2006년 연맹회장기에서 4강에 진출한 이후에는 전국대회 4강에 올라간 기억도 없다. 하지만 천기범은 “졸업하기 전에 꼭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 특히 용산고와 경복고를 모두 이기고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밝히며 투지를 불태웠다.
“현재는 용산고와 경복고가 가장 강력한 전력을 가진 팀들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이 학교들을 이기고 우승을 차지해야 진짜 우승을 했다고 자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당찬 고등학교 1학년생 천기범.
오랜 암흑기를 거쳐 다시 한번 기지개를 펴는 중앙고의 화려한 부활의 열쇠는 천기범이 쥐고 있다.
바스켓코리아 / 사진 바스켓코리아 미디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