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코리아=김천) 오경진 기자 = “신체조건이나 힘이 엄청 좋더라구요. 하지만 우리가 절대로 넘지 못할 산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65회 종별선수권대회가 펼쳐지고 있는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는, 제1회 FIBA 17세이하 세계남자농구선수권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광신정산고의 이동엽(이하 2학년)과 김형준을 비롯, 대구 계성고의 최창진, 송도고의 한상혁 등이 그들이다. 그리고 대회에 참가하고 있지는 않지만 경복고의 이종현(1학년), 동아고의 최승욱(2학년) 장문호(1학년) 등도 경기장을 찾아, 지난 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대회 성적만을 놓고 보면 전패-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실제로 경기를 뛴 선수들과 현지에서 경기를 참관하고 온 농구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한민국 대표팀이 대단히 선전했음을 알 수 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의 주축선수들이 모두 부상으로 제대로 된 전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주전 포인트가드 최창진은 대회 전 발가락 부상을 당해 체력적인 준비가 부족했는데, 워낙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는 선수이기에 조커로서라도 사용하기 위해 대표팀에 승선시킬 수 밖에 없었다.
주전포인트가드의 부상과 더불어 대회 직전 주전포워드 최승욱이 허벅지 근육손상으로 전혀 뛸 수 없었고, 대회 두 번째 경기에서는 팀의 기둥인 이종현이 발목부상을 당해 대회 내내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
여기에 그나마 제 몫을 다 해주던 이동엽마저 예선 3번째 경기에서 발목부상을 당하며, 5명의 주축선수 중 4명이 없는 최악의 조건 속에서 대표팀은 대회를 치를 수 밖에 없었다.
세계선수들의 신체조건, 넘어서기 어려웠다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은 “외국 선수들이 엄청나게 신장과 체격이 커서 도저히 몸싸움으로 버티기가 힘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신장과 기량이 출중한 이종현이 골밑에서 버텨봤지만 힘에서 밀리다 보니 자꾸 바깥으로 겉돌 수 밖에 없었고, 우리 팀은 전 경기에서 리바운드 숫자가 상대팀보다 현격히 적은 경기를 펼칠 수 밖에 없었다.
가드나 포워드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빠른 스피드와 탄력 등이 우리 선수들보다 앞서 있었기에 플레이하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며 신체조건의 열악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해 볼만 하다는 자신감 생겼다
하지만 이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이야기는, “세계선수권에서 비록 최하위로 마쳤지만 이길 수 있는 경기들이 많았고, 부상 없이 준비만 잘 된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자신 있다”라는 것이었다.
이종현은 “첫 경기에서 스페인과도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두 번째 경기였던 폴란드와 경기에서도 1쿼터에 정말 잘 했어요. 부상만 안 당했더라면 충분히 해볼만한 경기였는데, 폴란드와의 경기가 가장 아쉬워요”라며,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폴란드와의 경기도 충분히 이길 수도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대회 2위를 차지한 폴란드를 비롯, 3위의 캐나다, 유럽선수권 우승팀인 스페인 등과의 대결에서 3쿼터까지는 대등한 경기를 펼치다, 가용선수 부족으로 인한 4쿼터 체력저하와 심판의 편파판정으로 인해 패한 경기가 많았기에 선수들은 다음에 준비만 잘 된다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최창진은 “오히려 기술적인 면이나 조직력은 우리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역시 부상만 아니었으면 8강에도 충분히 갈 수 있었을 거에요”라고 답할 정도였다.
특히나 선수들은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한 것이 향후 자신들의 농구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가장 활약이 좋았던 선수로 평가받는 장문호(동아고1 198cm)는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2m가 훨씬 넘는 상대방을 상대로 적극적인 몸싸움은 물론 빼어난 수비력을 선보여, 함께 참가했던 동료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장문호는 “체격조건에서 밀린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기 때문에, 향후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해야함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저의 신체조건으로 앞으로 어떤 방향의 농구를 펼쳐야 할 지를 많이 생각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어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 선수들이 향후 나이를 먹어가며 성인대표로 세계대회에 출전한다면, 이번에 취득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경기 전부터 미리 주눅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가 중요
여기에 이종현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겼다. “독일 현지에 갔는데 호텔도 너무 비좁고 에어컨도 안 나오고… 컨디션조절하기가 쉽지가 않았어요. 대회 이틀 전에 도착하다 보니 시차적응도 쉽지가 않았구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컨디션 조절만 잘 됐어도 더 좋지 않았을까요?”
대회 참가팀 12개국 중 대회 전 독일이나 유럽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오지 않거나, 미리 유럽에 도착하지 않은 팀은 우리 대표팀이 유일했다. 우리 대표팀은 대회 이틀 전이 돼서야 독일에 입국했고, 전지훈련은 고사하고 국내 연습도 대통령배대회 참가로 인해 제대로 실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록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현지 언론의 반응은 ‘대한민국 농구팀이 매우 매력적인 농구를 구사하며 선전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듯 협회차원의 무성의한 지원으로는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매력적인 팀’으로만 머무를 것이다.
우리 어린 선수들이 세계대회의 참가를 통해 우리 농구의 수준을 절감함과 동시에 자신감을 얻어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결국 이들이 자라 성인국가대표가 될 것이고 우리 농구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오는 9월에는 18세이하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가 펼쳐질 예정이다. 조만간 대표팀 코칭스탭과 선수단 구성을 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전과는 다른 대표팀 운영과 관리를 기대해본다.
바스켓코리아 / 사진 박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