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매니아들이여! 모두 모여라 – 스포케인 훕페스트(Hoopfest)

2010/07/13 by   ·   6 Comments

여러분들은 길거리 농구대회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나이키와 같은 스포츠용품사가 후원하는 배 3대3 농구대회? 아니면 게토레이나 포카리스웨트와 같은 스포츠음료업체가 후원하는 길거리 농구대회? 그것도 아니면 한강시민공원?

농구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이라면 ‘And 1’ 과 같은 미국 본토 ‘Street (basket)ball’을 이끄는 길거리 농구팀이 생각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매년 6월 말에 워싱턴주에 있는 스포케인 시에서 열리는 훕페스트를 경험한다면, 그 이후로는 길거리 농구대회 혹은 3대 3 농구대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나처럼 말이다.

2009년 무더위가 한창이던 6월 27일 토요일 오후 무렵, 나는 가족들과 함께 스포케인 강을 따라 곤자가(Gonzaga)대학에서 다운타운까지 한가롭게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다운타운에 다다를 수록 밀려드는 사람들과 주차할 곳을 찾아 하염없이 헤매고 있는 수 많은 차량들, 유모차를 밀며 이리 저리 그늘을 찾고 있는 젊은 부모들, 음료수를 들고 이리 저리 걸어다니는 젊은이들 등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야 말로 평화롭게만 느껴지던 조금 전까지의 풍경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광경을 연출되고 있는 것이었다. 난 어느새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야~! 세상에. 완전 농구로 뒤덮인 세상이구만…”

훕페스트(Hoopfest)의 기원

세계에서 가장 큰 3대 3 농구대회는 무엇일까? 가장 쉬운 방법은 물론 구글이나 네이버와 같은 웹사이트에서 그 답을 찾는 것이지만, 난 그 해답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 아주 행운있는 사람이다. 바로 훕페스트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3대3 길거리 농구대회이다.

스포케인 아마추어농구 조직위원회는 ‘미드나잇 농구협회’를 모두 관리하는데, 그 안에 스포케인 훕페스트 조직위원회가 포함돼있다. 1990년 처음으로 선을 보인 훕페스트는 총 512개 팀으로 구성된 2009명의 선수들이 스포케인 다운타운 주차장에 설치된 428 개의 농구코트에서 시합을 벌였다. 그로부터 21년째를 맞이한 스포케인 Hoopfest는 지난 6월 말 대략 6,700개의 팀으로 구성된 2만 7천명이 넘는 선수들이 428개의 농구 코트에서 경기를 벌였다.

총 3,0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한 이 대회는 시장의 협조를 받아 40개가 넘는 다운타운 지역이 모두 농구 코트로 변신했다. 이 대회를 더욱 인상적으로 만드는 것은 스포케인의 도시와 지원을 받아 6월 26 (토요일)과 27일 (일요일)에 다운타운의 모든 거리가 농구코트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차량은 통제되고, 수만명이 넘는 선수들과 관중들로 둘러싼 스포케인은 인산인해로 몸살을 겪기도 하지만, $35 million (약 400억원)이 넘는 경제적 효과를 생각하면 참으로 건전한 스포츠 행사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효과

2010년 훕페스트의 경제적 분석 자료가 아직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2009년 훕페스트의 경제적 효과 분석 자료를 보면 왜 스포케인 시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훕페스트대회에 정성을 들이는 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매년 6월 말 주말 이틀 동안의 스포츠 경기에, 인구 50만 명의 도시에 약 400억이 넘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이벤트는 그리 많지 않다.

도시 인구의 약 40%에 가까운 20만 명이 선수로, 팬으로, 그리고 자원 봉사자로 참여하는 훕페스트는 스포케인 주민들이 가장 열광하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아래 그림 참조).

 

훕페스트의 성공 요인

그렇다면 훕페스트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물론 필자가 보는 관점과 대회 관련 실무자들이 생각하는 관점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겠지만, 대회 운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제 3자인 내 입장에서 훕페스트 대회의 성공 요인을 말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더 객관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도시의 협조

스포케인은 미국 북서부에서 시애틀, 포틀랜드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로 이 부근 4개 주 (아이다호, 몬타나, 노스다코다, 사우스다코다, 오레곤)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미국 북부 내륙지역에서 사람들이 대규모로 모일 수 있는 지역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스포케인은 그 입지적 혜택을 최대한 이용해 훕페스트라는 대회를 선점할 수 있었다.

스포케인 스포츠 조직위원회는 스포케인 시와의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여 1990년부터 매년 6월 말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다운타운의 거의 모든 구역을 통제하고 400여 개가 넘는 농구코트를 만들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그 동안 이렇다 할 특별히 기억할 만한 이미지가 없는 스포케인 시에게 ‘농구도시’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다.

# 기후 조건

눈이 유난이 많이 내리고 온통 회색빛 하늘로 뒤덮인 미국의 워싱턴 주에 위치한 스포케인 시. 물론 스키와 스노보드와 같은 동계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스포케인의 겨울을 기다릴 테지만, 맑은 하늘아래 내리쬐는 햇살아래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시즌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다. 맑은 태양에 대한 애타는 목마름. 실외 스포츠에 대한 강렬한 기다림. 바로 이들의 조합이 스포케인 훕페스트의 성공요인이 아닌가 싶다.

# 각인 효과를 통한 연계 현상

농구 팬이 되는 방법 혹은 과정은 모두가 다르다. 어떤 이는 농구 캠프에 참가했던 좋은 기억을 통해 팬이 되었을 것이고, 또 다른 이는 농구 선수와의 팬 싸인회와 같은 개인적인 연관이나 친분 관계를 통해 농구 팬이 되었을 것이다.

필자는 좀 특이한 계기로 열혈 농구팬이 되었다. 어릴 적 농구대잔치를 보러 경기장에 갔다가 상품으로 컬러 텔레비전을 받은 계기로 농구장을 계속 찾았는데, 이 기억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농구에 대한 최초의, 그리고 매우 긍정적인 각인 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케인 훕페스트 역시 여타 농구대회와 마찬가지로 첫 대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조직 위원회의 예산 부족으로 인한 부적적할 홍보/마케팅, 그리고 이벤트 운영. 가장 큰 요인으로는 스포케인 시의 무관심의 매우 제한적인 협조. 이러한 경험부족으로 인해 조직위원회는 훕페스트의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려웠고, 이로 인해 향후 훕페스트 대회의 개최가 매우 불투명하였다. 하지만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첫 대회를 경험한 어린 소년/소녀 농구 선수와 팬들은 그들의 첫 경험에 대해 매우 만족하며 대회가 끝나자 마자 다음 대회를 기다렸다.

바로 이러한 긍정적인 기억들이 그들의 농구 인생에 아주 중요한 지침대로 이용됐다. 가족들과 스포케인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것도 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농구대회에 선수로 활약했던 그 기억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 것인가? 한 번 발을 붙이면 그 깊이가 더해지는 각인 효과, 바로 그것이 훕페스트의 성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명사들을 이용한 대회 이미지 홍보

지난 20여 년동안 스포케인 훕페스트 대회는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성장 동력에는 NBA수퍼 스타들과의 긴밀한 협조가 있었다.

순수 아마추어 대회에 NBA급 스타들이 직접 선수로 뛰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들의 기여는 훕페스트 대회의 가치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한 예로, 2009년 훕페스트에는 스포케인 20주년 기념 행사를 위해 ‘스카이훅 슛(skyhook)’으로 유명한 전 NBA선수 출신인 카림 압둘-자바(Kareem Abdul-Jabbar)선수와 크레이그 이로(Craig Ehlo)선수가 훕페스트 조직위원회의 초청을 받아 스포케인을 방문했다. 이러한 명사들을 내세운 스포케인 훕페스트는 이 부근 지역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서 자연스럽게 대회의 위상을 매우 효과적으로 높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바스켓코리아 / 글 사진 박성배 교수 (美 곤자가대학교 교수)

Δ
농구매니아들이여! 모두 모여라 – 스포케인 훕페스트(Hoopfest)
  • annie

    교수님 오랜만에 글 올리셨네요. 사진만 봐도 대회의 규모나 인기가 짐작이 가네요.
    저도 한번 경험해보고 싶은 맘이 듭니다

  • phj220

    우리나라도 이런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대회 하나쯤 가져도 좋을텐데요..쩝

  • sperospera

    말그대로 하나의 거대한 길거리 농구 축제네요. 기회가 된다면 한번 가서 보고 싶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 rhdbwls

    완전히 농구세상이네요.
    사진으로만 봐도 전달되는 느낌이에요.
    오랜만에 좋은글 잘봤습니다.

  • rladudtjs

    길거리농구라…우리나라에서도 한번 느껴보고 싶어지네요.\
    빨리 그런날이 오기를 기다리겠습니다.

  • 하재국

    와…이런농구축제가있었네요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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