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현재 동아고등학교에서 농구를 하는 장문호 학생의 어머니께서 직접 보내주신 수기입니다. 자식을 농구선수로 둔 부모님들과 농구를 시키려고 생각하고 있는 부모님들께 도움이 되길 기원합니다.
2007년 7월 7일. 내 아들은 농구와 인연을 맺으며 해맑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 일은 우리 가정을 환하게 만들었고 기쁨에 넘치게 했다.
아들은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10대가 겪는 사춘기의 열병을 심하게 앓았다. 사춘기 무렵이면 아이들은 흔히 아무것도 아닌 일도 짜증내고 반항하기 일쑤다. 이러한 열병이 내 아이에게는 쉽게 지나갈 줄 알았다. 그런데 아빠하고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학원에서는 유령처럼 사라지곤 했다. 시험기간에도 독서실에 간다는 핑계로 친구들과 어울리며 부모의 눈을 피했다.
어느 날 기말고사 성적표를 내미는데 성적이 엉망이었다. ‘설마 내 아들은 TV에 나오는 학생만큼 최악이 아니겠지’하고 믿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모든 과목이 바닥을 헤매고 있었다. 나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하였다. 실망도 컸지만 그 일로 인하여 아들과의 관계가 악화될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리고는 아들에 대한 의심덩어리가 마음에 꽉 차 올랐다.
컴퓨터를 하는 모습을 보면 ‘공부는 하고 하는 걸까?’, ‘학원에는 갈까?’, 온통 불만 뿐이었다. 언성을 높이며 ‘공부해라’하고 고함치면 ‘방금까지 공부했다’하고 맞고함 치는 반항에 더 이상 질려서 할 말을 없게 만들었다.
엄마인 나로서도 더 이상 사랑으로 아이를 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니,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아이를 불러 대화를 시도할라 치면, ‘엄마는 또 잔소리를 하는구나’하는 생각으로 귀담아 듣지도 않았다. 결국엔 아이가 울면서 하소연하며 “공부가 재미없는데 어떻게 합니까?”라고 내게 이야기했고, 아빠에게 이 성적표를 보여줄 일이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그 즈음, 아이는 학교 체육대회 때 축구로 두각을 나타내며 땀 흘리는 것에 쾌감을 느끼고 있었고, 그때 이미 키가 193cm에 육박 하니 학교 책상과 의자도 제 몸에 맞지 않아 오후까지 앉아있기가 불편하고 힘들어 했었다.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그저 공부에만 전념하도록 잔소리를 해댔으니, 아이도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혹시 ‘운동에서 본인의 재능을 발견하여 더 나아질 수 있겠다’ 싶은 생각과 함께 ‘이왕 방학을 앞두고 있으니 공부를 강요하면서 부모와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 보단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아빠와의 의논도 없이 농구부가 있다는 경남중학교 감독님과 상담을 했다.
감독님께서 아이의 몸 상태를 보시곤 흔쾌히 운동을 권하시고, 그때 마침 동아고등학교 감독께서도 아이의 신체조건은 운동할 몸이라며 아이에게 용기를 주셨다. 유치원부터 태권도, 축구로 다져진 허벅지를 보시면서 감탄하시니, 아이도 은근히 힘이 나는 듯 했다.
아직 아빠랑 의논이 된 것이 아니라 학원에 가는 시간에 학교 수업 마친 후 경남중학교에서 운동을 하기로 결정한 날이 2007년 7월 7일이었다. 운동을 하면서 너무 힘들면 차라리 공부를 하겠다고 할 줄 알았다.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말을 스스로 하길 바랬던 것 이다.
하지만 오후 수업 후 지하철을 타고 가서 경남중학교에서 운동한 후 집에 돌아오면 파김치가 되었어야 되는 아들은 오히려 생기 그 자체였다. 농구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온 가족이 거실에서 듣고 선후배에 대한 얘기를 하며 즐거워하는 아들의 변화가 너무 반가웠다. 아들의 새로운 변화였다.
밥 먹는 아들을 보면서 “힘들지 않냐”고 하면, `전혀` 라는 반응이었다. 아들이 “운동을 하면서 제일 좋았던 게 뭔 줄 아세요?” 라며 엄마한테 질문을 하길래, 엄마는 “당연히 살 빠지는 것 아니니?”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아들은 “아빠랑 눈을 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아들도 역시 우리만큼 힘들었구나, 일방적인 부모의 태도에 꽤나 답답해 했겠구나’ 싶었다. 그저 미안할 뿐이었다.
아이의 심장이 뜨겁게 뛰고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땀의 가치를 아들이 알기 시작하면서, 운동을 좋아하는 아빠랑 드디어 소통이 되는 것이었다. `감사합니다`라는 마음이 절로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운동을 마친 후 땀에 젖은 운동복을 보면서 아이 스스로가 뿌듯해하며, 체육관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일에 대해 조잘조잘 말하는 아들을 보면서 엄마로서도 얼마나 고마웠던지…
‘이 길이 너의 길이고, 운동을 하면서 행복해 한다면 부모로서도 얼마나 감사할 일이겠는가.’

이후 아들은 기량이 빠르게 성장하며 전국소년체전에서 동아중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지난 해는 16세이하 아시아선수권 국가대표에도 선발돼 준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아들이 농구선수라는 것을 말하길 꺼렸는데, 은근히 자랑하고 싶어지게 되었다. 엄마에게 있어서도 놀라운 변화였다.
엊그제 발표된 대표팀 명단에 아들의 이름이 포함되며, 오는 7월 독일에서 펼쳐지는 17세이하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기쁨을 맛보게 됐다. 세계무대에서 빛을 발휘할 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 가는 것, 어떤 일을 하든 목표를 달성하는 데 이보다 뛰어난 방법은 없다`라는 마이클 조던의 말을 늘 새기고 있는 문호가 아닌가?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것’이라며 엄마에게 오히려 자신감을 주는 문호가 아닌가?
즐겁게 농구를 하고 있고 농구를 하면서 행복해 하는 문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가족은 매일매일이 행복하다. 문호의 농구는 계속 진화하고 있고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10년 후 문호의 모습을 흐뭇하게 상상해 본다. 프로농구의 경기를 보면서 언젠가 저 코트에 장문호를 열광하는 사람으로 넘쳐나길…
엄마는 꿈 꾸고 있다. 문호의 땀을 엄마는 믿고 있다.
바스켓코리아 / 사진 바스켓코리아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