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09-10 KCC 프로농구.
지난 시즌동안 가장 많은 언론의 관심과 팬들의 사랑을 받은 선수는 누가 뭐라해도 전주 KCC의 전태풍일 것이다.
아직은 유창하지 않은 어눌한 말투에도 불구하고 전태풍은 통역을 대동하지 않고 모든 인터뷰를 혼자 해결해냈고, 그러한 가운데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많이 만들어냈다. 예를 들면 여과없이 “감독님이 저보고 XX같다고 했어요”라고 언론을 상대로 공개석상에서 과감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비록 한국인 국적을 취득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하프코리언’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이방인 취급하던 농구팬들은, 이러한 전태풍의 한국어 인터뷰를 들으며 ‘진정 한국인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구나’라는 따뜻한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를 한국인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이방인은 싫다
몇 해 전, 미국 NFL 수퍼볼에서 MVP를 타내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한국계 미국인 하인즈 워드는 당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어린 시절, 나는 철저한 이방인이었다. 한국인이라고 하기엔 너무 흑인이었고, 흑인이라고 하기엔 너무 동양인이었다. 어느 집단에서도 날 받아주지 않았다.”
전태풍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머니가 한국인이고 아버지가 흑인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혼혈아인 것이다. 미국이라는 인종의 용광로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 같지만, 하인즈 워드가 밝혔듯 미국 내에서도 인종간의 벽은 여전히 너무나도 큰 장애물이다. 미국에서 영어 잘 하면 다 통할 것 같지만 실상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흑인들은 자신들만의 세계가 있고 백인, 스패니쉬, 아시안 등 각 민족은 자신들만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 흑인과 한국인 사이에 끼어있던 전태풍은, 여기에 외동아들이어서 그 외로움은 남들보다 더욱 크고 상처는 더욱 컸다.
“너무 힘들었어요. 힘들어요. 왜냐면 흑인친구 있으면 같이 놀면 100% 다 이해 못해요. 말하는 건 이해하는데 문화, 어떻게 하고 싶은데 100% 이해 못해요. 한국친구들 같이 놀면 (피부)색깔 때문에 “왜 얘랑 같이 놀아?” 이런 느낌 때문에 한국사람한테 가면 너무 힘들었고, 흑인한테 가면 힘들었고 그래서 혼자 놀았어요. 형제도 없어서 힘들었어요. 그래서 미나(여자친구) 만날 때 너무 좋았어요. (미나 역시 한국계 혼혈이라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태극마크 달고 싶다
전태풍이 한국행을 선택하고 미국 국적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서였다. 국가대표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기 위한 그의 목표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고,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지고 있는 유일한 목표이기도 하다.
전태풍은 “미국에서 친구들이 왜 미국국적을 포기하느냐고 의아해하기도 했지만, 농구를 했던 친구들은 내 결정을 다 이해했다”고 밝히며, 이번 아시안게임에 반드시 대표팀에 선발돼 금메달을 따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전태풍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더 이상 ‘흑인과 황인의 중간’인 이방인도 아니고, ‘하프코리언’이란 요상한 단어로 표현되는 사람도 아닌, 그저 ‘대한민국 국민 전태풍’일 뿐이다. 전태풍은 인터뷰 도중 ‘이제는 많은 팬들이 전태풍을 순수하게 한국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라는 말에 뛸 듯이 기뻐했다. 태어나서부터 평생을 이방인의 삶을 살았던 그가, 한국사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기뻐하고 있었고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5월 29일 미국 LA에서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출국을 앞둔 4월 어느 날, 전태풍과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눠봤다. 2부에 걸쳐 연재될 전태풍의 인터뷰를 통해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거듭나고 있는 전태풍에 대해 좀 더 깊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태풍과의 인터뷰 느낌을 살리기 위해 될 수 있으면 전태풍의 인터뷰 그대로 옮겼습니다. 편집자 주.>
- 첫 시즌을 끝낸 기분?
아 기분은 조금 편해요. 시즌 앞에는 조금 힘들었어요. 한국 문화 배워야했고, 한국 KBL농구스타일 잘 몰랐어요. 그것 때문에 조금 힘들었어요. 두달 세달 뒤에는 많이 나아졌어요. 지금은 편해졌어요. 지금은 마음 편해요.
- 준우승한 소감?
안 좋았어요. 경기 끝날 때 너무 짜증났어요. 너무너무 짜증났어요. 우리는 이렇게 만큼 다 왔는데 못 뛰고 짜증났어요. 하지만 할 수 없어요. 끝났어요. 까먹고 싶은데 안 까먹어요. 내년에는 더 열심히 뛰어야해요. 더 열심히 연습해야돼요. 꼭 이겨야돼요.
- 한국에서 첫시즌 뛰었는데 어떤게 제일 좋았는지?
팬, 미디어 이런거 좋았어요. 특히 열정 좋았어요. 너무 좋았어요.
-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요?
조금 알아봐요 싸인도 조금 했어요. 사람 이런 거 좋았고 너무 편해요.
- 본인이 한국사회 안에서 유명인이란 느낌이 있나?
아직 멀었어요 아직 조금 아니에요. 아직 잘 못알아봐요.
- 평소에 뭐하고 지내는지?
시즌 끝날 때 나는 계속 집에 있어요. 비디오게임, 카툰, 만화 사랑해요. 나 술 먹으면 우리동네 분당 용인에서 가요. 여자친구랑 같이. 혼자서 가면 재미없어요.
- 결혼은 언제하나?
5월 29일 LA에서 우리가족 친척 많이 있어요. 여기 한국에서 하면 너무 힘들어요. 비행기표도 그렇고 너무 비싸요.
- 작년 여름에 봤을 때보다 한국말 더 잘하는 것 같은데?
KCC숙소에서 한국말만 하기 때문에 많이 늘었어요.
- 미국국적포기하고 한국국적 취득하고 나서 엄청 기뻐했었는데, 후회했던 적 없나?
시즌 시작할 때 조금 어려웠어요. 기분도 안 좋았고 우리 감독님 원하는걸 잘 몰랐어요. 한국말 너무 느려요. 그래서 헷갈렸어요. KBL잘 몰랐어요. 심판 잘 몰랐어요. 수비하는거 몰라서 짜증났어요. 그래서 잠시… ‘아 내가 왜… 그냥 미국사람 할 걸…’ 그랬어요. 근데 시즌 중간부터 마니 좋아졌어요. 한국말도 많이 나아졌고 KBL도 많이 알았어요. 지금은 너무 좋아요 편해요.
- 대표팀 하고 싶어서 귀화한다고 했지 않나?
하고 싶어요. 꿈이에요.
- 미국에서 같이 농구하던 친구들한테 미국국적 포기하고 한국사람 된다고 했는지?
다른 농구선수 친구들은 다 이해했어요. 대표팀 때문에 귀화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데 미국친구 중에서 농구 안 하는 친구는 이해 못해요. “왜 미국사람 안하냐?”고. 근데 나는 생각 안했어요.
- 하인즈 워드가 혼혈아로서 미국에서 힘들었다고 이야기했었다. 미국에서 혼혈이라서 힘든점 없었나?
너무 힘들었어요. 힘들어요. 왜냐면 흑인친구 있으면 같이 놀면 100% 다 이해 못해요. 말하는 건 이해하는데 문화, 어떻게 하고 싶은데 100% 이해 못해요. 한국친구들 같이 놀면 (피부)색깔 때문에 “왜 얘랑 같이 놀아?” 이런 느낌 때문에 한국사람한테 가면 너무 힘들었고, 흑인한테 가면 힘들었고 그래서 혼자 놀았어요. 형제도 없어서 힘들었어요. 그래서 미나(여자친구) 만날 때 너무 좋았어요. (미나 역시 한국계 혼혈이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이 둘은, 혼혈아로서 미국에서 살아오며 과거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었고 그 상처를 서로 치유해주고 있었다.)
- 미나가 느낀 미국 내에서 혼혈인에 대한 차별?
미국에서는 많이 힘든 것 같아요. 왜냐면 저는 아버지는 흑인이고 어머니는 한국사람이라서 미국친구 흑인친구랑 놀 땐 재밌게 놀지만 100% 이해 못해요. 저를 안받아줘요. 너는 머리도 다르고 피부색도 다르니까 너는 흑인 아니라고 해서 놀지도 못하고.
어릴 때는 한국교회 많이 갔어요. 근데 거기서는 저를 한국사람처럼 안 받아줬어요. 어디 가든지 맨날 달랐어요. 이제 둘이 같이 있으니까 너무 편하고 좋아요.
- 앞으로 한국에서 계속 살 것인지?
네. 계속 살 거에요. 한국말도 잘 하고 싶어요.
- 한국에 친척이 누가 있는지?
인천에 외가집있어요(외가라는 말을 몰랐음). 맨날 나한테 전화해요. “태풍아 여기 인천 와. 저녁 먹으러 와라” 근데 너무 멀어서 못 가요. 나 멀리 운전하는 거 싫어요.
- 형제는?
혼자 있어요. 애들 낳을 때 두 명, 세 명 낳고 싶어요. 혼자는 심심해요. 큰 가족 만들고 싶어요.
- 한국어로 인터뷰를 했는데 설명하기 제일 답답한 게 무엇인가?
이렇게 나 어떻게 느낌 경기 끝날 때 느낌 나 답답해요. 나 생각 있어요. 머리 안에서 알아요. 근데 한국말 나오면 단어 잘 안맞아요. 인터뷰 끝날 때 락커룸으로 갈 때 ‘아 짜증나 왜 이렇게 했지? 근데 빨리 까먹어야 돼요.
- 플레이오프 때 왜 면도했냐고 물어봤더니 감독님이 시켰다고 했는데?
우리 시즌 시작할 때 감독님이 “수염 좀 깎어 깎어”하면, 나는 “아 감독님. 이거 터프가이 터프가이.” 근데 플레이오프 할 때 감독님이 “태풍아 수염 좀 깎어. 착한사람 처럼 보이게 깎어” 그래서 깎았어요.
- 허재 감독이 무서운가?
처음 볼 때는 무서웠어요. 근데 지금은 하나도 안 무서워요.
- 감독 눈에서 레이저 나온다는데?
눈에서 감독 눈 얼굴 막 봐요. “태풍아. 너 열심히 해” 하면 알았어요 알았어요.
- 감독이 째려보면 피하는데, 일부러 그러나?
일부러 그래요. 감독님 왜 쳐다봐요? 나 아무것도 안해요. 스트레칭 다 하고 열심히 해요. 왜 쳐다봐요 했어요.
- 그래서 전태풍이 감독을 무서워한다고 소문이 났다.
아니에요. 경기 집중 때문이에요. 감독님 신경쓰면 집중 떨어져요.
- 한국선수들하고는 잘 지냈나?
문제없이 너무 잘 지냈어요. 문제 하나도 없어요. 형동생처럼 이렇게 친했어요.
- 형이라고 부르나?
형이라고 불러요. 나한테 “형” 안하면 “너 맞을래? 혼날래? 이거 맞을시간 아니야?” 내가 이렇게 해요.
- 누구랑 제일 친하나?
신동한 형, 하승진 제일 친했어요.
- 전태풍이 하승진한테 부르는 닉네임이 한 동안 화재였는데?
큰사람, 하승진은 나한테 작은사람이라고 불러요. 제일 작은사람. 하승진 너무 웃겨요. 같이 있는 게 재밌어요.
- 다른선수하고 같이 팀을 만든다면 누구랑 하고 싶나? 한국선수 중에서.
하승진, 김주성, 허일영, 슈팅가드는 강병현.
- 전태풍과 한국선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드리블이다. 어린선수들이 가장 많이 연습해야 할 것은?
기본기만 말고… 연습 크게 해. 여러 가지 이렇게 막 연습해야 돼요. 천천히 천천히하면 어빌리티 없어요. 하고 싶어해야 해요. 스트릿볼처럼 연습해야돼요.
(영어) 어린이들이 드리블 연습할 때는 하고 싶은대로 마음대로 해야한다. 본인이 자신에게 편하고 재밌는 방법으로 해야지 너무 기본기에 치중해서 하면 안된다. 왼손 오른손 드리블만 연습하지 말고 아이버슨처럼 크로스오버, 비하인드 같은 다양한 드리블을 마음껏 해봐야 한다. NBA 스테판 마버리나 전태풍 처럼 다른 드리블들을 해봐야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연습을 하다보면 계속해서 좋아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 한국에서 첫 시즌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 큰 이유가 슛이 좋다는 점이다. 어려서 슛연습은 어떻게?
어렸을 때 우리 아버지는 나 너무 많이 밀어줬어요. 열 살부터 다른 아이들 슛 하는게 이렇게 막 점프슛 안 했어요. 근데 우리 아버지 “점프슛 해라” 했어요. 아버지가 대학교 때 농구했었어요. 슛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줬어요. 그래서 슛 괜찮았어요.
- 슛은 타고난 감각이 있어야 하는지 연습으로도 되는지?
근데 슛은 자신감이에요. 연습할 때 하면 ‘이렇게 배울꺼야, 이렇게 원해 할래’하면 경기 뛸 때 자신감 이렇게 나올꺼에요. 자신감 때문에 잘 넣어요. 국내선수보다 슛 더 잘해요.
- 국가대표 뽑힐 것 같나?
잘 몰라요. 아무도 연락 안했어요. 진짜진짜 하고 싶어요
- 우리나라는 지금 문제가 프로선수들이 국가대표에 뽑히면 싫어한다. 시즌과 직결되기 때문에 부상 때문에 안 하려 하는데?
처음 들어봤어요. 저는 정말 하고 싶어요.
- 뽑힌다면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리더처럼 하고 싶어요. 연습 이렇게 열심히 뛰고 경기할 때 더 열심히 해야 돼요. 우리 금메달 따고 싶어요. 나 신날 거에요.
[2부에 이어집니다]
바스켓코리아 오경진 / 촬영 서병원 / 영상편집 박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