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시즌 모비스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지난시즌 정규리그를 우승하고도 4강에서 힘 한 번 못쓰고 삼성에 주저앉아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도 못한 모비스로서는 상당히 초초함을 느꼈을 것이다.
양동근 김동우가 돌아왔고 전 시즌 보다는 전력상승의 요인만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개막 2연패 그리고 1승 또 패배, 좋지 않는 출발이었다. KBL의 특징 중 하나인 1라운드 성적이 시즌을 좌우하는 구도로서는 앞으로의 험난한 일정이 막막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재학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구단은 그런 감독에게 어떤 부담도 주지 않고 무한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가끔 성적이 좋지 않은 팀에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인 ‘감독 흔들기,’ ‘구단 고위층의 팀 운영 간섭’ 등의 잡음이 모비스에는 없었다.
유재학 감독은 부진한 압둘라이 쿠소를 과감히 퇴출시키고 삼성에서 뛰던 애런 헤인즈를 영입한다. 사실 쿠소는 수준이하의 선수는 아니었다. 처음 트라이아웃 당시 그의 픽 소식을 듣고 상당한 기대를 했던 선수였다. 농구 명문 곤자가 대학을 졸업하고 우크라이나 등에서 건실한 플레이를 했던 선수로, 개인적으로 필자 역시 모비스의 팀 컬러와 잘 맞으리라 예상했었다. KBL의 외국인 선수 적응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무튼 애런 헤인즈의 영입은 던스턴의 공격력의 부족함을 메워 주었고 KBL 경험이 있던 터라 빠르게 팀에 적응하였다. 군에서 전역한 양동근 김동우가 팀 플레이 젖어들면서 모비스는 드디어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모비스는 5번째 경기부터 3연승을 기록했다. 1라운드 성적은 5승4패 리그 공동4위였다.
모비스 농구의 특징 중 하나는 공수의 조직력이다. 게임플랜에 의해 이루어지는 공격과 수비는 아무리 결과가 좋아도 자신들의 세운 원칙에 위배된다면 유재학 감독은 용서치 않았다. 선수를 가차없이 교체하였고 자신의 농구에 맞게 설명하고 따르도록 했다. 공수의 빠른 전환, 선수전원의 리바운드 참가 등 기본적이면서 원칙에 충실한 농구는 말이 쉽지 실제 경기장에서 충실하게 하기란 어려움이 많다. 때문에 그들의 농구는 평소 연습량이 얼마나 많은지를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원칙에 충실한 선수는 네임밸류에 상관없이 과감한 기용을 하는 유재학 감독이다. 모비스 선수층은 그리 두텁지 않다. 예로 양동근이 버티는 포인트가드의 백업은 김종근이다. 신인이면서 대학에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 이 자리에 양동근의 백업으로선 중량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양동근 자리를 훌륭히 대신했다. 이렇듯 모비스 농구에 충실한 선수는 언제나 새롭게 태어나고 가치를 인정 받았다. 특히 박종천은 기량발전상과 식스맨상을 수상했다.
전술적인 면을 살펴보자 모비스의 대인방어는 사이드라인과 베이스라인으로 공격자를 몰아가는 팬 모드 방법을 사용한다. 이 수비는 이렇게 몬 공격자를 빅맨이 도움수비를 나와 골밑에서 꼼짝없이 함정에 걸리게 하는 방법으로, 5명 전체가 한 몸처럼 움직이지 않으면 도리어 구멍이 나고 수비 전체가 흔들린다.
과거 밀워키 벅스의 감독 델 해리스의 수비방법인 이 수비는 볼 반대 쪽 수비자들이 한 순간이라도 늦는다면 실패한다. 그 만큼 5명 전원의 집중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실전에서 사용하는 팀은 거의 보질 못했다. 필자 역시 과거에 부지런히 비시즌 기간에 준비한 이 수비를 시즌에는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경험을 해 보았다.
모비스는 이 수비를 끝까지 몰고 같다. 그리고 자신들의 수비로 만들어 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해지는 모비스 수비는 평균 73.9점을 허용하는 짠물수비로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을 우승으로 만들었다. 이 기록은 최근 몇 년간 프로농구에서 한 시즌 최소 실점 기록이다.
이런 유재학 감독을 구단은 역대 최고 대우로 보답하였다. 유재학 감독 이제는 모비스가 아닌 국가대표팀의 감독으로 한국농구를 살려야 한다.
추일승 (MBC ESPN 해설/KBL 기술위원) / 사진제공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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