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펼쳐진 춘계연맹전 8강전 광신정보고와 배재고와의 경기는 다수의 사람들이 광신정보고의 우세를 생각했다. 17세 이하 대표선수인 이동엽과 김형준이 있는 광신정보고에 비해 이렇다 할 기량을 가진 선수가 없는 배재고가 고전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69-65 배재의 승리였다.
이 경기를 보고 새삼 ‘농구는 개인기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종목 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오늘 광신의 가장 큰 패인은 역시 기량 좋은 두 선수 이동엽과 김형준을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포인트가드 이승환은 볼을 소유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네 명의 선수는 그의 어시스트 패스만 기다리거나 그 자신이 슛 찬스가 나지 않을 때만 볼을 만질 수 있었다. 이승환이라는 선수는 기량은 있어 보였으나 포인트가드로서 동료들의 장점을 활용하는 법을 몰랐다. 그런 면만 눈을 뜬다면 재간 있는 가드 임이 틀림없다.
배재고는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이 참 좋은 팀이다. 중고연맹 규정에 의해 후반부터 지역방어를 서긴 했지만, 다섯 명의 선수가 뛰어주면서 자연스럽게 찬스를 잡는 빠른 농구를 했다.
이렇게 속공에 익숙해 지면 개인플레이가 줄어든다. 앞에 있는 선수가 레이업 슛찬스가 났는데 뭘 망설이겠는가? 바로 바로 패스 해야지…
너도 나도 열심히 뛰면 득점을 하게 되니 신나고 재미있는 농구가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코치의 속공에 대한 철학과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 한 두 번의 연습으로는 절대 이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번 겨울 배재고 김동수코치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와 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상대팀 기량이 뛰어나다고 경기를 하기도 전에 꼬리는 내리는 선수들 탓만 하는 코치들을 가끔 본다. 배재고 김동수 코치만큼은 그런 부류가 아닌 것 같다.
글 추일승 (MBC ESPN 해설/KBL 기술위원) / 사진 오성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