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간단한 퀴즈 하나. 2005~2006시즌 이후 지난 시즌까지 네 시즌 동안 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을 가장 많이 한 팀이 어느 팀일까?
전통의 명문으로 불리는 서울 삼성이나 전주 KCC? 아니면, 김주성의 힘이 돋보이는 원주 동부? 아니다. 정답은 바로 울산 모비스다. 최근 네 시즌 중 2007~2008시즌 9위에 그친 것을 제외하면, 세 시즌 동안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는 모비스 선수들의 손에 돌아갔다. 뛰어난 스타 플레이어 없이도 정규리그 우승을 자주 일군 모비스는 기적을 선수들의 땀과 노력으로 일궈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도 자칫 잘못하면 올 시즌은 못 볼 위기에 처했다. 바로 정규리그 막판 2위 KT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모비스는 정규리그 우승에 ‘매직넘버 2’를 남겨놓고 있다. 즉, 자력으로 우승을 결정 지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5위 동부, 4위 LG와의 주말 2연전을 남겨 놓은 모비스에게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KT와 순위를 바꾼데다 LG의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려운 상황을 맞이한 모비스가 과연 정규리그 우승을 일궈낼 수 있을까? 그리고 모비스가 정규리그 우승을 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열심히 뛴 보상과 PO를 앞두고 자신감 충만
모비스가 정규리그 우승을 갈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정규리그를 가장 열심히 뛴 데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비스를 맹렬하게 추격중인 2위 KT를 비롯한 몇몇 팀들도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여러모로 모비스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성적으로 보자. 모비스는 1R에서만 5승4패의 성적을 기록했을 뿐, 2R에서 무려 8승1패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서 매 라운드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그 과정에서 원정 14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여기에 시즌 8연승을 기록했고, 연패는 1월 8일 LG(75:76)-1월 10일 KCC(71:87)전 단 한 번뿐이었다. 그만큼 모비스는 시즌 내내 꾸준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여기에 모비스가 정규리그 우승을 원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젊은 선수 위주로 구성된 특성상 큰 경기를 앞두고 ‘자신감’을 충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효범(28세)-함지훈(27세)-김종근(25세)-천대현(27세) 등 20대 중-후반의 선수들이 팀을 구성하고 있다. 심지어 모비스는 외국인 선수인 애런 헤인즈(30세)는 베테랑이지만, 브라이언 던스톤(25세)까지 대학 졸업이 얼마 안된 ‘젊은 피’이다. 그나마 박종천(32세)-김동우(31세)-양동근(30세)등이 모비스에서 노장에 속하지만, 다른 팀이라면 중고참 정도의 선수들이다.
이렇듯 젊은 선수 위주로 구성된 팀 컬러 덕에 모비스는 빠른 공-수 전환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성실함은 돋보이지만, 큰 경기에서의 경험이나 자신감은 떨어진다. 지난 시즌 4강전에서 삼성에게 1승3패로 패한 것도 결국 노련미와 완급조절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삼성의 노련한 플레이에 평정심을 잃은 것도 아쉬운 장면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훈장은 반드시 젊은 선수들의 자신감 배양에 필요하다.
한 시즌을 성실히 치른 것에 따른 보상, 그리고 PO을 앞두고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계기 때문이라도 모비스가 정규리그 우승을 포기할 수 없는 셈이다.
껄끄러운 대진을 피하기 위한 ‘현실적 이유 ‘
그러나 모비스가 정규리그 우승에 집착하는 것은 상징적인 이유보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더 크다. 바로 PO에서 받을 대진이다. 만약 정규리그 우승을 못하게 된다면, 최악의 대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3위 LG와 6위 삼성과 함께 같은 시드를 받게 된다.
모비스가 LG와 정규리그 최종전을 펼치는 7일 KT는 사실상 승리가 유력한 KT&G와의 경기를 치른다. 따라서 모비스의 LG전 승패가 정규리그 우승의 향방을 정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LG의 3위 수성이 6일 SK와의 경기를 치르는 KCC의 승패에 영향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KCC가 6일 지고 LG가 7일 이긴다면, 모비스는 3위 LG와 6위 삼성의 6강전에 승자와 4강을 치뤄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다. LG나 삼성 모두 모비스가 가지지 못한 ‘높이’와 ‘경험’을 각각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6위를 확정한 삼성의 경우 이미 모비스와의 악연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2005~2006 챔피언 결정전에서 당시 정규리그 우승을 거두고도 2위 삼성에게 4전 전패를 당한 것은 악연의 시작이었다. 게다가 지난 시즌 역시 정규리그 우승을 거두고도 4강전에서 삼성에 1승3패로 패한 것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올 시즌 역시 상대전적에서 3승3패로 동률을 이루고 있지만, 1R 맞대결이었던 홈 개막전과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중요했던 6R 맞대결에서 패하는 등 모비스는 ‘삼성 징크스’에 치를 떨고 있다.
지난 시즌 5승1패로 ‘절대 우세’를 보였던 LG와의 맞대결 역시 올 시즌은 껄끄러운 상대로 급부상했다. 5R 맞대결까지 2승3패로 밀렸기 때문이다 물론, 3패를 당한 경기 역시 근소한 점수차의 차이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박빙 상황에서 LG에게 번번히 패했다는 것이다. 문태영에게 공격에서 많은 점수를 내줬고, 골밑에서 던스톤이 알렉산더에게 밀린 것이 뼈아픈 대목이었다. 게다가 조상현-기승호 등 국내 선수들 역시 모비스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LG 역시 모비스 입장에서 지난 시즌만큼 편하게 맞이할 수 없는 셈이다.
최소한 정규리그 우승은 해야 6위 삼성이라도 피할 수 있는 모비스. 정규리그 우승을 노리는 팀이 하위권 팀을 가리는 것 자체가 역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야 하는 법. 챔프전 우승을 위해서라도, 또 껄끄러운 상대를 피하는 위해서라도 정규리그 우승이 절박한 셈이다.
이제 모비스에게 남은 매직넘버는 2. 다른 팀의 눈치 볼 것 없이 두 경기 모두 승리한다면, 대망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짓게 된다. 과연 모비스가 또 한 번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 지, 아니면 우승 직전에서 좌절할 지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유심히 주목해 보자.
바스켓코리아 서민석 / 사진제공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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