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원주 치악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동부와 전주 KCC의 올 시즌 마지막 맞대결은 1.5경기차 3-4위 팀 간의 경기였다. 게다가 동부는 김주성이 발목 부상으로, KCC는 하승진이 종아리 부상으로 빠진 동병상련의 팀 사정이 맞물려 더욱더 맞대결의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이날 경기 결과는 박지현(21점 3점슛 4개)을 축으로 마퀸 챈들러(17점)-조나단 존스(14점)-윤호영(15점 10리바운드)-표명일(13점 3점슛 2개 7어시스트)등 주전 선수들의 고른 활약을 앞세워 KCC에 86-84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4위 동부(33승18패)는 3위 KCC(34승18패)와의 승차를 반 경기 차로 좁히는데 성공했다.
특히 이날 대결은 양 팀의 젊은 포인트가드인 동부 이광재와 KCC 강병현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경기였다. 각각 프로 3년차와 2년차로 젊은 선수들이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눈에 띄게 기량이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2007 신인 드래프트 1R 8순위로 동부에 입단할 때만해도 이광재의 활약을 점치는 전문가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개인기는 돋보였지만 전체적인 능력이 가다듬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전통적으로 동부는 ‘신인들의 무덤’으로 불릴 만큼 신인들이 활약하기에는 힘든 환경의 팀이었다.
그러나 2007~2008시즌 이광재는 51경기에서 평균 18분19초를 나와 5.7점 3점슛 0.7개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특히 4강 PO에서 평균 4.5점 3점슛 0.3개를 올린 이광재는 2007~2008 챔프전에서는 5경기에 나와 평균 28분 48초를 뛰면서 9.4점 3점슛 1.4개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었다. 명가 삼성을 상대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인 이광재는 단연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렇듯 신인 시절 가능성을 보인 이광재는 2008~2009시즌에도 전 경기에 나와 24분43초를 뛰면서 8.5점 3점슛 0.8개로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는 팀 선배인 강대협의 LG 이적으로 확실히 슈팅가드 자리를 꿰찼다. 50경기에서 평균 31분 12초를 출장에 10.8점 3점슛 1개라는 기록이 그의 뛰어난 활약을 증명해준다.
사실 강동희 감독이 포인트가드 박지현 영입을 위해 과감하게 강대협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이광재에 대한 신뢰가 컸기 때문에 가능한 트레이드였던 것이다. 이렇듯 동부에서 이광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게다가 동부의 3점 공격이 약하기 때문에 이광재는 공격에서 슈터 역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젊은 선수지만 짊어져야 하는 짐이 많은 것이다.
이번 시즌 이광재는 이미 국군 상무 체육부대에 2010년 2/4분기 입대를 지원한 터라 지난 시즌 못 이룬 우승의 꿈을 올 시즌 이루길 원한다. 물론 모비스-KT-KCC에 밀린 4위지만, 큰 경기에서 강한 동부라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불가능한 꿈도 아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그의 맹활약이 필요함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광재가 동부에서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자랐다면, 강병현은 신인 시절부터 적지 않은 시련을 맛 봤다. 주전 탈락은 물론이고 트레이드까지 당했기 때문이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전자랜드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팀 선배인 정영삼과의 포지션 중복으로 인해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덩달아 팀 성적 역시 나지 않다 보니 강병현의 심적인 부담도 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전자랜드에서 뛴 19경기에서 평균 26분 38초를 뛰면서 6.5점 2.7어시스트 3점슛 0.6개를 기록하던 강병현은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바로 팀 선배인 정선규, 조우현과 함께 KCC로 전격 이적하기에 이른다. 당시 전자랜드의 감독이었던 최희암 감독의 말처럼 ‘현금’과도 같은 서장훈을 영입하기 위해 ‘어음’의 성격이 강한 강병현을 KCC로 넘겨준 것이었다.
그러나 KCC로 이적한 이후 강병현은 어음이 아닌 ‘고액의 현금’과도 같은 활약으로 팀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24경기를 뛰면서 평균 출전시간은 33분 44초나 됐고, 개인 기록 역시 11.4점 3.3리바운드 2.9어시스트 3점슛 1.2개로, 전자랜드 시절보다 기록이 두 배 가까이 향상됐다. KCC에는 확실한 슈팅가드가 없어 출전할 기회가 많았다는 것 역시 그에게는 행운이었다.
올 시즌 역시 강병현은 ‘프로 2년차 징크스’를 비웃는 활약으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48경기에 나와 평균 30분 11초 출전에 9.9점 3.2리바운드 2.2어시스트 3점슛 1.3개라는 성적은 어느 팀 슈팅가드와 비교해봐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 성적이다. 특히 193cm라는 장신 가드라는 것 역시 강병현이 다른 슈팅가드에 비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다.
지난 시즌 이적 후 팀의 우승에 기여한 강병현이 올 시즌도 팀의 챔프전 2연패에 한 몫을 단단히 할 수 있을 지 주목해 보자.
이광재의 결장으로 무산된 맞대결
현대 프로농구에서 슈팅가드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모비스의 김효범, KT의 조성민 등 성적이 좋은 팀에는 공-수에서 뛰어난 슈팅가드가 존재한다. 비록 전성기는 지났다고 하지만, 30대인 강 혁과 황진원 역시 슈팅가드로는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던 선수다.
슈터라는 개념과는 달리 슈팅가드는 외곽슛은 물론이고, 스피드와 속공 능력까지 보유해야 한다. 여기에 수비에서는 상대 득점원을 막아야 하는 임무까지 부여된다. 그만큼 현대 프로농구에서 뛰어난 슈팅가드가 있는 팀과 없는 팀의 차이는 크다.
그렇기에 2월 28일 동부와 KCC의 맞대결은 팀 간의 맞대결 못지 않게 슈팅가드 간의 맞대결도 팬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광재가 이날 발바닥 통증으로 결장하면서 맞대결은 무산됐다.
그래서였을까? 이날 강병현은 동부를 상대로 맹활약을 선보였다. 전반에는 달아나는 3점포도 곧잘 적중시키는 등 이날 18점(3점슛 3개)3어시스트으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그러나 정작 84-86으로 뒤진 마지막 공격에서 회심의 3점슛을 좌측 사이드에서 시도했지만, 슛은 에어볼로 그치고 말았다. 그러면서 승리는 동부의 것으로 돌아갔다.
결국 동부는 토종 빅맨 김주성은 물론이고, 똘똘한 슈팅가드 이광재까지 빠진 상황에서도 KCC에게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팀의 극적인 승리로 이광재는 갑작스러운 발바닥 통증으로 올 시즌 첫 결장을 한 것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반면 강병현은 1쿼터에서만 13점을 몰아치는 등 전반 15점을 올렸지만, 후반에는 고작 3점에 그쳤다는 것이 아쉬웠다. 후반 동부와 한 골 차 공방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강병현의 득점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강병현의 지원 사격이 침묵하다 보니 베테랑 추승균의 고군 분투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여러모로 KCC에서 강병현이 해줘야 하는 역할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준 경기였던 셈이다.
바스켓코리아 서민석 / 사진 KBL 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