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벌때 농구’앞세워 우승 꿈 이룰까?

2010/02/27 by   ·   No Comments

(부산=서민석) 2월 26일 사직 홈에서 열린 대구 오리온스와의 맞대결을 90-70 대승으로 장식한 KT(37승 14패)는 기어이 선두 모비스(36승13패)와의 승차를 없앴다.

최근 SK-동부를 꺾으면서 상승세를 보이던 오리온스를 상대로 KT는 올 시즌 팀의 트레이드 마크인 ‘벌때 농구’로 쉴 새 없이 오리온스를 몰아쳤다. 그러다 보니 오리온스는 좀처럼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벌때 농구’를 앞세운 KT는 과연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하나는 약하지만, 뭉치면 강한 벌때 농구

올 시즌 KT 선수들의 구성을 살펴보면, 눈에 띄는 선수는 없다. 과거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이름을 날린 신기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 역시 올해 36살로 이제 은퇴를 생각해야 할 만큼 농구 선수로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선수다.

여기에 조성민-조동현-송영진-김영환-박상오 등도 타 팀에 갔더라면 확실한 주전을 보장받기 힘든 선수들이다. 그러다 보니 시즌 전 KT는 전문가들의 평가에서도 ‘유력한 꼴지 후보’였다. 하지만, 49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KT가 손에 든 성적표는 1위 모비스에 반 경기 차 뒤진 2위다. 비록 모비스가 남은 경기를 전승하게 되면 2위를 차지하지만, 분명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역시 선수들의 기량이 고르지만, 편차가 크지 않다 보니 골고루 활약을 펼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포인트가드 신기성(7점 4.5어시스트)을 필두로 조성민(9.4점)-조동현(5.7점)-김영환(8.1점)-송영진(8.1점)-박상오(7.8점)이 고른 활약을 보일 만큼 KT의 선수층은 두텁다.

비록 스타 플레이어는 없지만, 코트에 투입되는 선수 모두가 평균 이상의 성적을 올리다 보니 상대 수비가 분산될 수 밖에 없다. 물론,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고른 공격으로 기복 없는 경기를 펼칠 수 있다. 그만큼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것이다.

특히 지난 1월 27일 KCC전에서 팀이 슈터로 불리던 김도수(9.1점)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 된 이후, KT는 그의 공백을 느끼기 보다는 오히려 공-수에서 한 발 더 뛰는 성실함으로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그 중에서도 2006~2007시즌 김도수와 함께 팀의 준우승을 이끌었던 조성민의 활약이 눈에 띈다. 승리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도 “(김)도수형 보고 있지?”라는 말로 김도수에 부상에 대한 안타까움을 보인 조성민은 코트에서의 플레이로 그의 몫을 완벽하게 메우고 있다.

국내 선수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제스퍼 존슨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단순히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좋아서는 결코 좋은 성적이 날 수 없다. 비록 올 시즌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외국인 선수 농사의 성패가 한 시즌 팀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여전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KT는 올 시즌 새롭게 영입한 제스퍼 존슨이 그야말로 ‘복 덩어리’다.

올 시즌 평균 29분 17초를 뛰면서 19.8점 7.3 리바운드 3.4어시스트 1.7스틸라는 기록만 봐도 존슨이 얼마나 공격 전 부분에서 다재다능한 지를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198.1cm라는 작은 신장과 130kg를 넘나들 만큼 큰 체형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농구 센스는 분명 외국인 MVP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게다가 간간히 던지는 3점슛(평균 1.68개) 역시 상대팀에게는 경계 대상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수비가 약하다는 점이다. KCC전에서도 아이반 존슨과의 매치업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등 상대 센터급 외국인 선수와 매치업을 이루는 경기에서는 고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나이젤 딕슨(26경기 7.4점 4.1리바운드)이 서서히 제 몫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딕슨만 제 몫을 해준다면, 그만큼 존슨이 공-수에서 갖는 부담은 경감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더욱더 존슨이 제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되는 것이다.

끈질긴 추격으로 역전 우승 일굴까?

이렇듯 올 시즌 ‘벌 때 농구’로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KT 입장에서는 내심 정규리그 우승도 노리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날 오리온스전 포함 전자랜드-동부-KT&G전을 모두 이기고, 모비스가 남은 5경기에서 1패 이상 당하는 것을 기대해야 상황이었다. 모비스의 전력을 감안하면, 확률이 높은 것은 아니었다.

KT 벌 때 농구의 진가는 오리온스 전에서도 빛났다. 오리온스전에서 유독 강한 송영진과 조동현이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음에도 불구하고, KT는 1쿼터 박상오-조성민-제스퍼 존슨 등의 득점이 터지면서 한 때 19-2로 앞서는 등 점수차를 벌렸다.

2쿼터 들어 주축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나이젤 딕슨-조동현을, 제스퍼 존슨-조성민을 대신해 투입했으나 오히려 두 선수들이 더욱더 활약을 선보이면서 2쿼터 막판 49-24 25점차까지 점수차는 더 벌어졌다. 벌 때 농구가 가져다 주는 가장 큰 장점, ‘선의의 경쟁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전반이었다.

팀이 전반 올린 47점의 분포를 보면, 조성민 13점-박상오 10점-딕슨 9점-존슨,신기성 6점-조동현 5점등 코트에 나온 대부분의 선수들이 득점에 가세했다.

일찌감치 전반 승부를 가른 KT는 3쿼터 한 때 31점차로 앞서는 등 ‘꼴찌’ 오리온스를 철저하게 농락했다. 이후 벤치 멤버를 고루 기용하면서 선수들의 체력 안배에 나선 KT였지만, 좀처럼 경기력은 나빠지지 않았다. 주전과 비주전의 구분이 없는 KT의 장점을 느낄 수 있었던 셈이다.

이날 딕슨(20점)-조성민(14점)-박상오(14점)-제스퍼 존슨(11점)-신기성(10점) 등 주전 다섯 명이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릴 만큼 KT 선수들은 고른 활약을 펼쳤다. 그러다 보니 오리온스를 상대로 손 쉬운 승리를 따냈다.

특출난 스타 플레이어 없이 오리온스전 승리로 모비스(36승13패)와의 승차를 없앤 KT(37승14패)가 과연 ‘벌때 농구’로 역전 우승을 이룰 수 있을 지 주목해 보자.

바스켓코리아 / 사진 KBL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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