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와 KT전의 승부를 가른 ‘숨은 변수’

2010/02/25 by   ·   No Comments

2월 24일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3위 KCC와 2위 KT의 맞대결은 양 팀이 5경기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사실상 2위를 가리는 빅매치로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객관적인 전망은 상대전적이나 공방률에서 앞선데다 하승진까지 빠진 터라 KT의 우세였다. 그러나 전통의 강호인 KCC 역시 홈에서 호락호락하게 2위 자리를 내줄 수는 없었다.

양 팀의 팽팽한 승부가 예상되는 빅매치에서는 기본적으로 해주는 선수보다도 의외로 숨은 변수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소위 ‘미쳐주는 선수’가 있는 팀이 큰 경기에서는 승리를 거둔다는 것이다.

4강 직행 티켓을 놓고 혈투를 펼칠 ‘전주 대첩’의 숨은 변수는 과연 어떤 선수였을까?

딕슨의 골밑 장악과 김영환의 득점력

우선 KT는 하승진이 빠지면서 ‘괴물 센터’ 나이젤 딕슨의 활용폭이 상당히 넓어지게 됐다. 특히 4R 승리(88-85) 당시에도 딕슨과 하승진을 겹치지 않게 출전시켜 재미를 본 전창진 감독은 아예 이날은 딕슨을 중용하고, 승부처에서 제스퍼 존슨의 ‘슛’을 극대화 시키는 작전도 노릴만 했다.

센터라고 해도 딕슨은 개인기량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탄탄한 체구는 골밑에서 돋보이지만, 역으로 무게 중심이 높다 보니 바운드 패스를 받기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골밑에서도 피벗보다는 힘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확실한 장점도 있지만 약점도 확실한 선수가 바로 딕슨이었다.

딕슨 못지 않게 이날 경기의 변수는 김영환이었다. 슈팅가드인 조성민이 최근 절정의 슛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스몰 포워드인 김영환까지 포스트에서 상대를 괴롭힌다면, 더욱더 손 쉽게 승리를 따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KCC의 포워드 자원이 많질 않은데다 추승균-강병현 등이 수비로 나서면 김영환에게 많은 파울을 그 동안 경기에서 했다는 것 역시 김영환의 활약이 중요한 대목이었다. 특히 김도수가 부상으로 빠진 KT의 팀 사정을 감안하면, 김영환의 활약은 더욱 더 필요했다.

강병현의 외곽포와 강은식의 골밑 활약

분명, KT쪽으로 분위기가 많이 쏠리는 경기였다. 그러나 KCC 역시 홈에서 손 놓고 당할 수 만은 없었다. 정규리그 2위가 걸린 경기였기에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일단, 아이반 존슨-테렌스 레더로 이어지는 외국인 조합은, 스스로 흥분하지만 않는다면 기본은 해줄 선수들이다. 전태풍 역시 승부처에서 해결사 본능을 가진 선수다. 따라서 KCC는 슈팅가드인 강병현의 외곽 지원 사격과 하승진의 대역인 강은식의 활약이 중요했다.

슈팅 가드인 강병현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KCC에서 비중이 큰 선수였다. 장신 가드라는 이점을 가지고 있는 강병현이 얼마나 해주냐에 따라서 KCC가 강한 골밑이 빛을 발하느냐가 갈렸기 때문이다. 이미 시즌 전부터 허 재 감독이 군 입대한 신명호의 빈 자리를 메울 선수로 지목 받을 만큼 팀이 거는 기대도 컸다.

올 시즌 9.6점 3점슛 1.28개를 기록중인 강병현은 유독 KT 전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수비 과정에서의 파울 관리 역시 지적을 받았다. 수비에서 KT 포워드 들과 매치업을 이루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였다.

강은식은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KT의 송영진-박상오 두 파워포워드의 수비가 중요한 선수였다. 올 시즌 평균 1.5점 0.9리바운드라는 기록이 말해 주듯 공격보다는 수비형의 선수였고, 하승진이 있다면 그리 뛰는 시간이 긴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하승진이 빠진 상황에서 포워드 층이 탄탄한 KT를 상대로 강은식이 해줘야 할 몫은 분명 적지 않았다.

팽팽했던 숨은 변수들 간의 공방

KCC 입장에서는 24일 맞대결에서 하승진의 공백은 좀처럼 느낄 수 없었다. 바로 이날 ‘최고의 히트 상품’이었던 강은식의 활약 때문이었다. 33분 25초를 뛰면서 13점(3점슛 3개) 5리바운드라는 기록은 하승진이 뛰었다 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성적이었다. 그만큼 강은식의 활약은 발군이었다.

강병현 역시 전반 3점포 두 방 포함 10점을 몰아치면서 팀의 전반 12점차 리드를 이끌었다. 게다가 승부처였던 4쿼터에서도 60-60 동점 상황에서 골밑 슛을 성공시킨데 이어, 67-60으로 달아나는 3점포까지 성공시키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결국 강은식과 강병현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에 KCC가 앞선 것이나 다름 없었다.

반면 KT는 전반 딕슨이나 김영환의 활약이 미비했다.

딕슨은 제스퍼 존슨의 컨디션도 썩 좋지 않았던 터라 전반 자주 코트에 투입됐다. 하지만 전반 딕슨은 파울 이외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려주지 못했다. 김영환 역시 전반 단 2점에 그치는 등 전체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몫을 해주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상황은 뒤바뀌기 시작했다. 강병현과 강은식의 활약도 분명 좋았지만, KT 역시 3쿼터 들어 김영환의 활약이 돋보였다. 포스트업에 이은 골밑 득점과 3점포로 7점을 몰아 넣으면서 3쿼터에서만 25-15로 팀이 앞서는데 기여를 한 것이었다.

결국 4쿼터 들어서 딕슨의 동점골이 터진 KT는 김영환이 득점과 어시스트에서 맹활약하면서 KCC와의 점수차를 좁혔다. 게다가 4쿼터 종료 1분 12초를 남겨놓고 제스퍼 존슨의 파울 아웃으로 코트에 다시 투입된 딕슨은 경기 종료 4.2를 남기고 결정적인 자유투 두 개를 성공 시켰다. 이미 전반 자유투 두 개를 모두 놓친 전과(?)가 있었던 딕슨 이었기에 그 감동은 배가 됐다.

13점(3점슛 3개) 5리바운드를 넣은 강은식이나 17점(3점슛 3개) 5리바운드를 기록한 강병현은 분명 제 몫 이상의 활약을 선보였다. 그러나 후반 맹활약을 펼친 김영환(13점 3점슛 1개 3리바운드 7어시스트)이나 결승 자유투를 성공시킨 딕슨(8점 3리바운드)의 활약은 승리의 여신이 KT 쪽으로 미소 짓게 했다.

적어도 ‘전주 대첩’이 펼쳐진 이날은 이들이 주인공 이었던 셈이다.

바스켓코리아 서민석 / 사진 KBL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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