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일 창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 부산 KT의 맞대결은 사실상 5위가 유력한 LG와 정규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는 KT간에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었다.
결국 경기는 5위 LG의 72-70 승리로 끝났다. 게다가 상대 전적에서 1승4패로 밀리던 LG는 다시 한 번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천적으로 불리던 KT를 상대로 자신감을 찾는데 성공했다.
특히 이날은 유독 KT전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 문태영이 과연 어떤 플레이를 펼치느냐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코비’로 불리는 문태영은 과연 KT를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문태영은 LG뿐만이 아닌 KBL 전체의 MVP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선수다. 기록만 봐도 그가 올 시즌 MVP 후보로 불리는 이유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득점은 평균 22점이고, 8.3리바운드 1.9스틸 3.2어시스트로 공격 전 부분에서 문태영은 발군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간간히 던지는 3점포(평균 0.53개 성공률 34.7%)도 그리 나쁘지 않기 때문에 상대 수비가 애를 먹게 한다.
문태영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송영진 역시 올 시즌 팀의 ‘숨은 MVP’라는 칭호를 얻을 만큼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47경기에 나와 평균 8.1점 2.9리바운드로 제 몫을 충분히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두 시즌 팀이 8-10위를 기록하는 동안 37경기만 소화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 시즌 부상 없이 매 경기 코트에 나선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활약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묘한 것은 KTF가 준우승을 거둔 2006~2006시즌에도 송영진은 평균 31분 5초를 소화하면서 13.7점 3.6리바운드로 맹활약을 펼쳤다는 것이다. 신인 시절이었던 2001~2002시즌 LG에서도 8.9점 2.5리바운드로 팀의 6강 PO 진출을 이끈 바 있다.
“송영진이 잘하면, 팀도 덩달아 살아난다.”는 속설이 나온 것도 장신 포워드로 공-수에서 해줘야 할 몫이 많은 그의 활약이 곧 팀 성적과 직결된다는 것을 올 시즌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각 소속팀의 올 시즌 최고의 선수로 불리기에 충분한 문태영과 송영진이지만, 묘하게도 문태영은 KT만 만나면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그나마 5R 76-74로 이길 때는 문태영 역시 맹활약을 펼쳤지만, 나머지 네 번의 맞대결에서는 승부처에서 문태영의 존재감을 찾기 힘들었다. 적어도 KT 입장에서는 ‘문태영은 없다’를 외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역시 가장 큰 요인은 장신 포워드인 송영진을 축으로 한 KT 수비에 고전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팀은 더블팀을 하더라도 좀처럼 잘 막지 못하는 문태영을 송영진 혼자 막는 것을 보면 대견하다”고 구단 관계자가 말할 만큼 이상하리만큼 송영진은 문태영 수비에 일가견이 있었다.
이렇듯 송영진이 문태영 수비에 정통한 것은 기술적인 우위보다도 열심히 문태영을 따라 붙기 때문이다. 여기에 송영진이 잔 부상 없이 정상적인 몸 상태로 경기에 임하다 보니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는 것 역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KT에는 송영진 못지 않은 높이에 힘까지 겸비한 박상오가 언제든지 출전할 수 있다는 것도 문태영에게는 고민이었다. 송영진과 40분을 거의 나눠서 뛰는 박상오는 공격에서도 7.7점 2.4리바운드로 좋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지만, 탄탄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한 수비력 역시 수준급 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태영이 유독 힘을 앞세운 피지컬한 수비에 힘들어 한다는 것도 송영진-박상오에게 고전하는 대목이다.
문태영 입장에서는 송영진이라는 산을 넘으면 박상오라는 산을 또 만나야 하는 상황이고, KT 입장에서는 송영진-박상오 ‘양수겸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LG전에서 힘을 내는 것이다.
시즌 마지막 맞대결 수성이냐? 설욕이냐?
이러한 상황에서 올 시즌 6R LG와 KT의 맞대결은 흥미로울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문태영과 송영진의 매치업이 이번에는 누구의 승리로 돌아갈 지도 관심사였다.
일단 송영진이 1쿼터 팀의 첫 공격을 어려운 레이업 득점으로 성공시키면서 상큼한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1쿼터 종료 3분33초를 남기고 송영진-박상오를 함께 투입 시키면서 기선 제압에 나섰다. 2쿼터 들어서는 송영진보다 박상오가 주로 문태영 마크에 나섰다. 좀처럼 두 선수의 수비에 고전하던 문태영은 2쿼터 무득점 포함, 전반 17분 14초를 뛰면서 고작 4점에 그쳤다. 송영진과 박상오가 전반 문태영 수비에 확실히 성공한 것이었다.
그러나 3쿼터 들어 문태영이 10점을 몰아치면서 서서히 KT의 수비를 뚫어내기 시작하자 전체적으로 LG의 공격력도 다양화를 이룰 수 있었다. 덩달아 팀 역시 3쿼터가 끝날 즈음 55-50의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4쿼터 들어 LG가 한때 8점차 까지 달아난 상황에서 송영진은 결정적인 3점 플레이로 추격의 불을 붙였다. 여기에 결정적인 순간에서 알렉산더의 공격자 파울을 유도하더니 곧 이은 공격에서 골밑 슛을 성공시키며 팀의 65-63 리드를 이끌었다. 이후 다시 한 번 25.7초를 남기고 레이업 득점으로 70-69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수비에서도 물론이고 이날은 공격에서 맹활약을 펼친 것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은 것은 LG의 문태영이었다. 69-70으로 뒤진 4쿼터 종료 8초를 남기고 송영진을 상대로 깨끗한 3점 플레이를 성공 시키면서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파울 판정 직후 송영진은 단지 손만 들도 있었다고 항의를 했지만, 이미 판정은 내려진 뒤였다. 송영진이나 박상오도 제 몫을 잘했지만, 후반 특히 승부처에서 클러치 능력을 보인 문태영의 활약이 돋보인 경기였다.
문태영이 37분 18초를 뛰면서 23점 11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한 반면 송영진이 30분을 뛰면서 11점 3리바운드-박상오가 14분 21초를 뛰면서 5점 3리바운드로 선전했지만, 마지막에 웃은 것은 팀 승리를 이끈 문태영이었다.
결국, 5-6R 맞대결에서 연이어 이름값을 한 문태영의 맹활약을 앞세워 LG는 KT를 상대로 자신감을 더욱더 높일 수 있었다. 정규리그 우승을 노리던 KT 입장에서는 LG에게 패배를 당하면서 우승이 멀어지는 치명상을 입었음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었고 말이다.
바스켓코리아 서민석 / 사진 KBL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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