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과 전태풍, 최고 포인트 가드는 누구?

2010/02/19 by   ·   No Comments

2월 19일 울산 동천 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모비스와 전주 KCC 양 팀 간의 올 시즌 여섯 번째 맞대결은 1.5경기차인 1위 모비스(34승12패)와 3위 KCC(33승 14패)의 맞대결로 관심을 끈 경기였다. 특히 모비스는 KCC(금)-KT(일)로 이어지는 3-2위 간의 맞대결을 모두 승리한다면, 정규 리그 우승의 팔부능선을 넘어설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듯 중요한 양 팀 간의 경기에서 유독 주목을 끈 매치업은 올 시즌 최고 포인트가드 자리를 놓고 경합 중인 양동근과 전태풍의 매치업이었다. 올 시즌 소속팀의 야전 사령관으로 맹활약 중인 두 선수의 흥미로운 맞대결, 과연 그 결과는 어떻게 났을까?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MVP 가드 양동근

양동근은 프로 입단 이후 꾸준하게 진화하면서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한 선수다.

2004~2005 시즌 프로무대에 데뷔 해 11.5점 6.1어시스트로 당시 입단 동기였던 이정석을 제치고 당당히 신인왕 타이틀을 따낸 양동근은, 이후 2005~2006시즌에도 평균 33분 52초를 소화하면서 12.5점 4.8어시스트로 ‘국보급 센터’ 서장훈과 함께 공동 MVP를 수상하기에 이른다.

특히 2006~2007시즌에는 팀이 통합 챔피언에 오를 당시 양동근은 비록 카타르 도하 아시안 게임 대표팀 차출로 인해 40경기 밖에 뛰질 못했지만, 평균 15.7점 5.9어시스트 3.6리바운드라는 성적으로 정규리그와 PO MVP를 휩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다른 선수는 한 번도 받기 힘든 MVP를 무려 세 번이나 받은 것이었다. 상무 시절이던 2008 KB 국민은행 농구 대잔치에서도 MVP를 따낸 것까지 포함하면, 그에게 ‘MVP 가드’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셈이다.

양동근이 상무에서 군 복무를 두 시즌 동안 치르는 동안 모비스는 정규리그 9위와 우승이라는 ‘극과 극’의 성적을 올렸다. 그나마 모비스는 양동근 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일군 2008~2009 시즌의 경우 김현중-하상윤-박구영 등을 번갈아 가면서 포인트가드 진을 메웠지만, 정작 4강 PO에서 이상민-이정석 두 포인트가드가 맹활약을 펼친 삼성에 1승3패로 패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두 시즌 팀을 떠나 있으면서 모비스에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임을 보여준 양동근은 올 시즌 좋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비록 시즌 초반에는 잔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이름값에 못 미치는 활약을 펼쳤으나 어느 새 평균 11.8점 5.2어시스트라는 기록으로 제 궤도에 올라선 것이다.

타고 난 기량은 물론이고, 성실함과 웨이트 트레이닝 등으로도 유명한 양동근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포인트 가드의 교범이라 불리기에 충분한 선수다. 특히 김승현-주희정 등 기존의 라이벌들이 주춤하고 있는 올 시즌 그의 가치는 더욱 돋보이고 있다.

양동근의 아성에 도전하는 전태풍

“다 이길 꺼에요. 저는 정말 자신 있거든요.”

시즌 전 ‘하프 코리안’으로 관심을 모은 전태풍(당시 토니 애킨스)은 시즌 각오를 묻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돌한 답변으로 자신감을 표출했다.

한국 농구를 너무 쉽게 보는 오만함으로 비쳐질 수도 있었겠지만, 달리보면 낯선 한국 무대에 대한 자신감과 긍정적인 생각의 표현인 셈이다. 이러한 자신감을 앞세운 전태풍은 올 시즌 양동근의 독주를 견제할 가장 유력한 선수로 떠올랐다.

기록상으로도 올 시즌 43경기에 나온 전태풍은 평균 30분 39초를 소화하면서 13.9점 4.5어시스트 2.9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득점에서는 양동근보다 다소 앞서지만, 어시스트에서는 다소 쳐지는 수치다.

물론, 전태풍의 경우는 아직까지 양동근과 절대적인 비교를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양동근의 경우 한양대 졸업 후 프로에서 신인 시절과 군복무 등을 거친데 반해 하프 코리언인 전태풍은 이미 토니 애킨스라는 이름으로 여러 나라 리그를 거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플레이를 보면, 전태풍이 양동근에게 다소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객관적인 개인의 기량에서는 그렇지 않겠지만, 팀내에서 포인트가드라는 포지션을 놓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전술이나 경기력은 물론이고 언어나 문화 등에서도 배우려는 그의 자세는 분명 높이 살 만 하다. 비록 지금은 양동근을 쫓아가는 형국이지만, 언제든 전태풍이 그 자리를 넘어설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여지는 있는 것이다.

공격형 포인트 가드의 롤 모델

양동근이나 전태풍 모두 예전의 포인트가드와는 다소 다른 스타일의 선수라 볼 수 있다. 경기 조율이나 외국인 선수들의 득점을 돕는 ‘조연’에서 승부처에서는 자신이 해결하는 공격력을 지닌 ‘주연’ 역할도 심심치 않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양동근의 경우는 한양대 시절부터 과감한 돌파와 화끈한 공격력이 돋보였던 선수다. 이정석이 포인트가드라는 포지션에 더욱더 적합한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양동근이 모비스에 1순위로 지명 받은 원동력도 역시 공격력 때문이었다.

다만, 양동근은 프로 입단 직후 ‘만능 외국인 선수’로 불렸던 크리스 윌리엄스와 짝을 이룬 것이 행운이었다. 득점은 물론이고, 패스나 경기 조율에서 포인트가드급 능력을 보였던 윌리엄스의 존재감은 양동근이 공격에 좀 더 치중 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줬기 때문이다. 특히 승부처에서 상대 팀 가드를 상대로 하는 포스트업 공격은 그의 전매특허다. 여기에 과감하게 승부처에서 던지는 3점슛 역시 적중도가 아주 높다.

전태풍 역시 타고난 개인 능력이 아주 뛰어난 선수다. 특히 상대 가드와의 매치업에서 조금의 틈만 있어도 과감하게 치고 들어갈 정도로 개인기도 좋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여전이 한국 농구 스타일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전태풍 혼자 뛰는 경우보다 베테랑 가드 임재현과 함께 뛸 때 더욱 더 원활한 경기 운용이 이루어 진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여기에 너무 자신의 개인기만 믿고 혼자 플레이 하게 되면,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허 재 감독의 불호령과 교체가 이루어 지는 것은 이제 익숙한 광경이 됐다.

포인트 가드 NO.1은 누구?
지난 5R 맞대결에서 하승진의 공백을 넘어서지 못하고 60-82로 완패한 KCC는 이날 단단한 준비를 가지고 모비스전에 임했다. 특히 함지훈-강은식 두 파워포워드 간의 매치업에서 약한 것을 감안해 전태풍의 기습적인 도움 수비를 주문한 것이었다.

여기에 전태풍부터 양동근을 과감히 수비하는 전술로 모비스를 압박했다. 그러나 양동근이나 전태풍 모두 경기 초반 미들슛을 실패하는 등 슛 컨디션은 모두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1쿼터 막판 두 선수는 3점포 한 방씩을 주고 받으면서 감 조절에 나섰다.

2-3쿼터에서도 양동근이 2점과 1점을 전태풍이 4점과 2점을 올리면서 주춤하던 두 가드간의 승부는 양동근이 4쿼터 종료 5분 20초를 남기고 67-60으로 달아나는 결정적인 3점포를 림에 꽂으면서 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결국 37분 54초를 뛰면서 11점 10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한 전태풍이나 35분 46초를 뛰면서 9점 10어시스트 5리바운드를 기록한 양동근 모두 포인트가드 역할은 완벽하게 해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3점포 한 방을 림에 꽂는 등 팀의 81-68 승리로 이끈 양동근의 ‘우세승’으로 마감된 경기였다. 물론, 양동근과 매치업을 이루면 단 한 번의 슛이라도 덜 주기 위해 대인 방어를 고집할 만큼 승부욕이 넘치는 전태풍의 자존심도 상처가 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말이다.

바스켓코리아 오세호 / 사진 KBL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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