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감독에서 야인으로 추락한 이후 무너져가는 명가 부활을 위한 구원투수로 SK에 복귀한 신선우 감독.
신의 계산을 뜻하는 ‘신산’이라는 수식어처럼 상대의 수를 넘어서는 전술로 상대를 무력화 시키는 능력만큼은 단연 최고였던 신선우 감독에게 실패를 안긴 구단이 바로 창원 LG였다.
현대-KCC의 색깔이 강했던 신선우 감독
사실 신선우 감독은 선수생활도 현대에서 했었고, 첫 지휘봉도 현대 다이넷으로 시작한 ‘현대맨’이었다. 물론, IMF등의 여파로 전통의 현대가 KCC로 넘어가면서 유니폼을 갈아입기는 했지만, 큰 물줄기는 현대-KCC로 이어지는 명문가의 이미지가 강한 사람이었다.
그 와중에 그는 정규리그 417경기에서 247승170패-PO 59경기에서 37승22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남기고 LG로 이적하기에 이른다. 세 번의 챔프전 우승과 세 번의 정규리그 우승을 안기면서 팀을 명가의 반열에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이렇듯 신선우 감독이 현대와 삼성을 거치면서 팀을 탄탄하게 다진 이유는 역시 뛰어난 국내 선수인 이상민-조성원-추승균 콤비를 발굴해냈기 때문이다. 프로 원년이었던 1997시즌 팀이 7위(7승14패)에 그친 것도 이들이 군에서 복귀하는 다음 시즌을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선발 역시 신선우 감독은 ‘한 수’ 앞선 행보를 보였다. 파워가 돋보이는 조니 맥도웰을 뽑아 팀을 우승권으로 이끌더니, 이후 맥도웰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선수인 찰스 민렌드라는 새로운 유형의 외국인 선수로 또 한 번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용인술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현대와 KCC로 이러지는 프로 무대에서 아홉 시즌을 보낸 신선우 감독은 이러한 업적을 바탕으로 2005~2006시즌을 앞두고, 유도훈 코치와 함께 창원 LG의 지휘봉을 잡게 된다.
2004~2005시즌 9위(17승37패)였던 팀의 성적을 8위(26승28패)로 비록 한 계단만 상승시켰으나 승수로 보면, 무려 9승이나 더 올린 시즌이었다. 6강 PO에는 진출하지 못했으나 분명, 희망을 보게 끔 해준 시즌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에게 ‘우승의 기회’는 바로 다음 시즌이었던 2006~2007시즌 찾아왔다. 시즌 초반부터 모비스와 함께 선두권을 형성하더니 32승22패로 정규리그 2위에 올라선 것. 비록 모비스에게 정규리그 선두는 내줬지만, 민렌드-파스코로 이어지는 외국인 조합에 이현민-조상현-현주엽 등을 축으로 한 국내 선수진은 충분히 우승을 노려보기에 충분한 전력이었다.
하지만, 신선우 감독의 우승에 대한 야망은 4강에서 사그라들고야 만다. 바로 당시 정규리그 3위였던 KTF에게 1승3패로 발목이 잡힌 것, 개관적 전력은 분명 앞섰지만, LG에 맞춤형 전략을 들고 나온 KTF에게 홈에서 열린 1-2차전을 모두 내주는 등 시종 일관 끌려 다닌 끝에 힘 없이 패한 것이었다. 특히 3차전에서 외국인 센터 퍼비스 파스코가 선수와 심판을 연이어 폭행해 퇴장을 구단에서 퇴출당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결국 2007~2008시즌에도 29승25패 성적으로 6위를 기록했지만, 그 당시 3위 삼성과 2위 KCC로 구성된 시드가 4위 KT&G와 5위 SK, 그리고 1위 동부로 구성된 시드보다 챔프전 진출의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6위를 선택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결과는 6강 PO에서 삼성에게 2전 전패를 당하는 비극으로 마감되고야 말았다.
결국 우승을 위해 영입된 ‘우승 청부사’ 신선우 감독은 세 시즌 중 두 시즌을 6강 PO에 진출 시키는 등 분명 눈에 띄는 성과물을 만들어 냈지만, 재계약은 이루어 내지 못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신선우 감독 체제하의 3년은 실패 쪽으로 결론이 난 것이었다.
결국, 신선우 감독의 뒤를 이른 강을준 감독은 첫 시즌 프로경험을 한 뒤, 올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선수단에 변화를 가했다.
‘포인트 포워드’로 불린 현주엽을 은퇴시켰고, 가드 박지현을 필두로 석명준-박광재 등을 이적시켰다. 그러면서 강대협-백인선-이현준 등을 영입해 팀 구성원을 상당부분 새 얼굴로 교체해다. 신선우 감독 시절 이현민-박지현으로 이어지는 투 가드를 중용하고, 슈터 조상현-파워포워드 현주엽을 중용한 신 감독의 스타일이 많이 탈바꿈 한 셈이었다.
그러한 친정팀 LG를 상대로 한 신선우 감독의 각오 역시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이날 맞대결 전까지도 LG를 상대는 2승 후 2연패로 2승2패의 호각세를 보인다는 것 역시 LG와의 경기는 ‘해 볼 만 하다’는 생각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물론, 신선우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4R 맞대결에서는 67-86으로 대패한 것이 꺼림직한 대목이긴 했지만 말이다.
주희정-박성운 투 가드에 문태영의 전담 수비수로 이병석을 투입, 파울을 아끼지 않은 거친 수비와 스피드로 LG와의 초반 경기 주도권 싸움에 나선 SK는 전체적으로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 특히 SK는 파워포워드 김민수가 매치업에서 우위를 보이는 대목을 시종일관 파고 들었다.
물론 LG도 알렉산더-문태영은 물론이고 ‘이기는 날’의 필수 공식인 조상현의 득점이 호조를 보였으나 다른 국내 선수들의 득점이 너무 침묵했다. 반면, SK는 김민수-방셩윤-가넷은 물론이고 주희정-김우겸까지 득점에 가세, 3쿼터까지 접전 양상을 이어갔고 4쿼터 3분여가 경과한 상황에서는 63-61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문경은-주희정으로 이어지는 3점포와 방성윤이 좀처럼 보기 힘든 4점 플레이를 작렬시킨 SK는 4쿼터 종료 3분 54초를 남기고 77-65 12점차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좀처럼 연패의 과정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SK의 투지있는 플레이였다. 물론 아직까지 완벽하게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문경은-주희정-방성윤 등 스타 플레이어의 징검다리 3점포로 4쿼터 중반 승기를 잡은 것 역시 상당히 인상적인 대목이었다.
물론, 신선우 감독 입장에서는 자신과 결코 아름답게 헤어지지 못한 친정팀의 홈 경기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보여 준 것만으로도 1승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경기였음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었지만 말이다.
바스켓코리아 서민석 / 사진 KBL 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