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훈의 NCAA] 2000년대 최고의 명승부 Top 5.

지난 연말, 미국의 각 스포츠 관련 언론사들은 지난 10년을 마무리하면서 각종 순위 선정에 여념이 없었다. 그 중 ESPN 선정 지난 10년 최고의 명승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ESPN의 경우 NCAA 토너먼트 경기와 NCAA 토너먼트가 아닌 경기로 나눠서 5경기씩을 선정했다. 이번 순서에는NCAA 토너먼트에서 나온 지난 10년간의 최고의 명승부 5선을 소개한다.

[공동 5위] UCLA 73 – 71 곤자가 (2006년 16강전)

이 경기는 나도 직접 시청했다. 정말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역전승이었다. 곤자가는 이 경기 내내 UCLA를 압도했다. NCA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애덤 모리슨(Adam Morrison)이라는 최고의 명 포워드가 버티고 있었다. 곤자가는 전반에는 17점차로 리드하고 있었고 후반에도 3:27를 남겨 놓고 모리슨의 자유투 두 개 성공으로 9점차로 앞서나갔다. 모리슨은 이 때 자유투를 쏘면서 웃고 있었다. 그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때 이 상황에서 이 웃음이 나중에 울음으로 변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여기서부터 곤자가를 자멸시킨 것은 막판 경기 운영의 미숙이었다. 대학 농구 경기에서 앞서고 있는 팀이 경기 막판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파울이다. 경기 시간을 멈춘 채로 상대편이 득점을 쌓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득점을 주더라도 시간을 보내면서 줘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간은 앞서나가고 있는 팀의 편이기 때문이다.

모리슨의 자유투 득점 이후 9점차로 앞서나가고 있는 곤자가는 곧장 이어진 수비에서 파울을 범하고 말았다. 그것도 공격 제한 시간이 20초 이상 남은 상황에서 말이다. 이때야 곤자가는 여유가 있었다고 생각했겠지만 UCLA처럼 자유투가 괜찮음 팀한테 경기 막판 파울은 자멸의 길이다. UCLA는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켜 7점차로 줄였고 경기 시간이 3분 남짓한 상황에서 이어진 곤자가의 공격, UCLA의 전면 강압 수비에 허둥대다가 패스 미스를 범하고 말았다.

UCLA의 3점슛이 불발로 끝나고 곤자가는 다시 공격권을 얻어왔다. 여기서 모리슨의 실수들이 시작된다. 모리슨은 공격 제한 시간을 다 쓰면서 쉬운 득점을 노리거나 파울을 유도하는 대신 제한 시간 14초를 남기고 자유투 라인 뒤쪽에서 긴 점프슛을 시도했다. 그것도 수비수를 앞에 놓고 말이다.

당연히 불발했고 야투가 튕겨나온 공을 이 날 UCLA의 영웅이 된 룩 리처드 음바무테(Luc Richard Mbah a Moute)가 공격리바운드로 득점하면서 5점차 차이. 남은 시간은 2:09. 2분이면 4번의 공격권이 있다. 5점차이면 곤자가가 남은 두 번 정도의 공격을 최대한 시간을 써버리면 UCLA를 압박할 수 있었다.

곤자가는 공격 진행 중 1:48를 남기고 작전 시간을 불렀다. 마크 퓨(Mark Few) 곤자가 감독은 무엇을 지시했을까? 뭘 지시했든 간에 공격 제한 시간 9초를 남기고 곤자가는 3점을 날렸고 불발한 것을 곤자가의 파워포워드 J.P. 파티스타(Batista)가 리바운드를 잡아냈지만 쉬운 골 밑 슛을 놓치면서 UCLA의 속공이 이어졌다. 여기서 UCLA의 신입생 가드 대런 콜리슨(Darren Collison)이 파울을 유도하며 자유투 2개를 얻어냈다. 그런데 82%의 자유투 성공률을 자랑하던 콜리슨이 자유투 원앤드원의 첫 번째를 놓쳐버렸다. 그리고 곤자가가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곤자가는 여기에서 승기를 잡았어야 했다. 그러나 모리슨은 또다시 자신이 혼자 공격을 하면서 공격 제한 시간을 10초 이내로 쓰지 않은 채 무리한 돌파에 이은 골 밑 슛을 시도했다. 역시 불발되었고 UCLA가 공격권을 가졌다. 정확히 1분 남기고 UCLA가 5점 뒤져 있는 상황. UCLA의 포인트 가드 조던 파마(Jordan Farmar)가 빠르게 공격을 가져가면서 러닝 점프슛을 성공시켰다. 3점차의 점수, 40.8초가 남은 상황에서 곤자가가 작전 시간을 불렀다.

그 뒤가 어떻게 되었을까. 동영상을 참조하시라.

  

결국 모리슨은 또다시 자멸의 길을 걸었다. 물론 이 상황에서 곤자가의 해결사(Go-To Guy)는 분명 모리슨이었다. 그러나 파마와 미스매치가 되는 상황이더라도 그 정도 거리에서 중거리 슛을 시도하기보다는, 드라이브 인을 시도하면서 파울을 유도하거나 더 쉬운 슛을 시도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모리슨의 슛이 불발이 된 상황에서 곤자가의 바티스타는 절대로, 절대로, 파울을 해서는 안되었다. 앉아서 두 점을 헌납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이어진 곤자가의 공격에서 바티스타는 우물쭈물하다가 결정적인 스틸을 당하고 말았다. 이 역시 곤자가에게는 뼈아픈 실책이었다.

결국 모리슨은 코트 위에서 펑펑 울면서 자신의 대학 시절을 마무리했다. 3학년이었던 모리슨은 NBA행을 택했고 화려했던 대학 생활과는 달리 평범한 NBA 선수로 남아 있다.

[공동 5위] 시라큐스 81 – 78 캔사스 (2003년 결승전)

2003년NCAA 결승에 오른 시라큐스와 캔사스. 시라큐스에는 신입생 카멜로 앤서니(Carmelo Anthony)와 시라큐스 역사상 최고의 순수슈터로 평가받는 역시 신입생 제리 맥나마라(Georry McNamara)가 활약하고 있었다. 캔사스는 커크 하인리히(Kirk Hinrich)와 닉 콜리슨(Nick Collison)이 분전했다. 

경기 내내 시라큐스가 우세해 손쉬운 승리를 따낼 것처럼 보였지만 막판 캔사스가 무서운 뒷심을 보이며 추격해 접전 상황을 만들었다. 결국 시라큐스 하킨 워릭(Hakim Warrick)의 회심의 블록슛이 동점을 만들 수도 있었던 캔사스의 3점슛을 막으며, 시라큐스의 짐 베이하임(Jim Boeheim) 감독에게 시라큐스 역사상 첫 우승 트로피를 안겨줬다.

 

[4위] 미시건 주립 94 – 88 켄터키 (2차 연장) (2005년 8강전)

당시 시드 5번이었던 미시건 주립은 16강전에서 시드 1위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듀크를 물리치고 올라왔다. 켄터키는 시드 2번으로 이 경기에서 듀크를 만나지 않은 것을 내심 행운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시건 주립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이 경기는 명감독 탐 이조(Tom Izzo)와 터비 스미스(Tubby Smith)의 맞대결이기도 했다. 경기 초반부터 두 팀은 엎치락뒤치락 최고의 명승부를 보여줬다.

두 번의 연장을 치러야 했던 이 경기. 미시건은 2학년 섀년 브라운(Shannon Brown)이 이끌었고 켄터키에는 4학년 척 헤이스(Chuck Hayes)와 신입생 레이쟌 란도(Rajan Rando)가 있었다. 켄터키의 에이스 슈터 패트릭 스팍스(Patrick Sparks)는 정규 시간 말미 1점차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중요한 원앤드원 자유투의 첫 시구를 놓쳤지만 경기 막판 버저비터 3점슛을 쓰리 쿠션으로 넣으면서 경기를 극적인 연장으로 끌고 갔다. 이는 3점 라인을 밟았느냐 밟지 않았느냐 하는 비디오 판독까지 간 결과 3점으로 인정이 되었다. 켄터키는 1차 연장 마지막 동점 상황에서 공격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슛도 쏘아보질 못하고 2차 연장으로 들어가야 했다.

2차 연장에서 미시건 주립이 앞서는 가운데 란도는 번개 같은 속공으로 있는 힘껏 켄터키의 추격을 도왔지만 역부족이었다. 끝내 미시건 주립이 승리를 거두면서 파이널포에 진출했다. 켄터키의 터비 스미스 감독은 켄터키 감독 생활 세 번째로 8강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책임을 지고 결국 감독직을 내놓게 되었다. 그러나 미시건 주립 역시 4강에서 우승팀 UNC에게 패하면서 훗날을 기약하게 되었다.

[3위] 일리노이 90 – 89 애리조나 (1차 연장) (2005년 8강전)

2005년 8강전에서는 또 다른 명승부가 연출되었다. 시즌 내내 랭킹 1위를 독차지하면서 1번 시드를 받고 올라온 일리노이가 시드 3번의 애리조나를 맞아 경기 내내 고전했다. 그러나 이 경기가 명승부로 꼽히는 이유는 일리노이의 말도 안 되는 추격전 덕분이었다. 후반전 4분을 남기고 일리노이는 무려 15점차로 뒤지고 있었다. 믿기지 않을만한 추격적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일단 동영상부터 보시라.

일리노이는 데런 윌리엄스(Deron Williams) 등이 3점슛을 터뜨리면서 꾸준히 추격했지만 1분10초를 남기고 여전히 8점차로 뒤지고 있었다. 루터 헤드(Luther Head)의 3점슛과 디 브라운(Dee Brown)의 스틸에 이은 레이업 슛으로 추격에 성공, 데런 윌리엄스의 3점슛으로 51초를 남기고 동점을 만들어버리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에서는 역시 윌리엄스가 영웅이었다. 잇단 3점슛으로 앞서나가면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미 다 이겨 놓은 듯했던 경기를 그르치면서 흐름을 잃어버린 애리조나는 마지막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패했다. 일리노이는 4강전에서도 루이빌(Louisville)을 맞아 승리하면서 결승에 진출했지만 UNC에 패하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위] 조지 메이슨 86 – 84 코네티컷 (1차 연장) (2006년 8강전)

시드 11위 조지 메이슨이 2006년 NCAA 토너먼트 8강전에서 시드 1위이자 강력한 우승후보 유콘을 물리친 경기는 지난 10년을 돌아볼 때 최고의 명승부였다. 그러나 더 나아가 조지 메이슨의 파이널포 진출은 지난 10년 최고의 신데렐라 스토리이기도 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미드 메이저의 무명의 조지 메이슨이 NCAA 무대에서 4강까지 진출했기 때문이다.

유콘은 루디 게이(Rudy Gay)를 비롯해 훗날 대학 농구의 대스타가 된 신입생 제프 에이드리언(Jeff Adrien), 3학년 마커스 윌리엄스(Marcus Williams), 조쉬 분(Josh Boone) 등 2년 전 우승멤버들과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했다. 이런 유콘은 복병 조지 메이슨을 전반 막판 12점차까지 앞서나갔고 후반 들어서도 9점차까지 앞섰다.

조지 메이슨은 홈구장이나 다름없는 워싱턴DC의 버라이즌 센터에서 압도적인 홈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대 추격전을 시작했다. 결국 역전에 성공했지만 정규 시간 종료 직전 유콘의 전광석화 같은 레이업 슛으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결국 연장에서 승리하면서 조지 메이슨은 NCAA 역사 최고의 이변의 주인공으로 기록되었다.

[1위] 캔사스 75 – 68 멤피스 (1차 연장) (2008년 결승전)

시드 1번끼리의 대결이었던 캔사스와 멤피스의 2008년 결승. 빌 셀프(Bill Self) 감독이 이끄는 캔사스와 존 캘리패리(John Calipari) 감독이 이끄는 멤피스는 결승전에서 오랜만에 최고의 명승부를 연출했다. 멤피스는 후반 2:12가 남아 있을 때까지 60-51 무려 9점차로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 막판 접전 상황에서 시즌 내내 겪었던 고질적인 자유투 난조가 멤피스를 괴롭혔다. 한 점 한 점이 너무나도 소중한 상황에서 마지막 1분 12초 동안 멤피스는 무려 5개의 자유투 가운데 4개를 놓쳤다. 이는 캔사스에게 추격의 발판을 열어줬다.

특히 경기 막판 10.8초를 남겨 놓고 62-60 두 점차로 멤피스가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멤피스의 가드 데릭 로즈(Derrick Rose)는 두 개의 자유투를 얻어냈다. 모두 넣으면 Two Possession Game을 만들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로즈는 첫번째 자유투를 놓쳤고 두번째는 넣으면서 점수를 3점차로 벌렸다. 캔사스의 작전 타임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멤피스는 파울로 캔사스의 공격을 끊었어야 했다. 그러나 이 기회를 놓치고 캔사스의 마리오 차머스(Mario Chalmers)에게 지난 10년간 NCAA 팬들에게 기억될 최고의 명장면인 동점 3점포를 맞고야 말았다.

다 이겨 놓은 경기를 경기 종료 10초를 남겨 놓고 눈 앞에서 놓쳐버린 멤피스는 후반에서 리듬을 잃었고 결국 캔사스가 우승 트로피를 안게 되었다. 이 경기는 모든 NCAA 팬들의 기억에 남을 명승부 1위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는 경기였다.

물론 훗날 멤피스의 결승 진출 기록은 로즈의 SAT 대리시험 입학이 드러나면서 NCAA 기록에서 전면 말소되었다. 만일 멤피스가 이 해에 우승을 했다면 그 기록도 말소되었을까? 그랬다면 캔사스는 또 얼마나 억울했을까?

[이 글은 주장훈 씨의 개인 블로그인 <blog.naver.com/labonte>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labonte_profile

바스켓코리아 / 글 사진 주장훈

(Copyright ⓒ 바스켓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글:

Copyright © Basket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