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중간점검] 돋보이는 ‘저비용 고효율’의 선수는?

2010/02/5 by   ·   No Comments

흔히들 ‘알토란 같다’는 말을 많이 쓴다.

국어 사전에서 알토란을 찾아보면, ‘털은 다듬은 토란’을 지칭한다. 그러나 그 의미는 세월이 지나면서 ‘모든 것이 다 쓸모 있는 버릴 것이 없는 것’으로 의미가 확대되었다. 흔히들 프로 스포츠에서도 알토란 같은 활약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바로 알짜배기 활약을 하는 선수를 지칭하는 것으로 변한 셈이다.

올 시즌 프로농구판에도 이렇듯 적은 연봉을 받고, 연봉 이상의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이는 선수들이 눈에 띈다. 특히 상위권 팀 선수들 중에서 유독 이런 알짜 선수들이 많이 눈에 띈다.

올 시즌 기량 발전상(MIP)과도 직결될 프로농구 판의 알토란 같은 선수는 과연 누가 있을까?

모비스에서 완벽하게 자리 잡은 박종천 [연봉: 6,500만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알토란 맨’은 바로 울산 모비스의 박종천이다. 모비스로 이적한 이후 단단히 선두 유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2003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뽑힐 만큼 기대를 받은 그였지만, 삼성에서 그의 역할은 주로 벤치워머였다. 그나마 신인시절 평균 11분 38초를 나와 평균 4득점 3점슛 0.6개를 기록한 이후 세 시즌 동안은 평균 2점 내외의 득점을 올린 것이 고작이었다.

서서히 잊혀진 선수가 되어가던 그에게 모비스로의 트레이드는 천재일우의 기회로 다가왔다. 스몰포워드 자리에서 김동우-천대현 등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덩달아 기량까지 향상된 박종천은 전반기 42경기에 나와 평균 22분 57초를 뛰면서 8.3점 3점슛 1.3개의 활약으로 웬만한 주전급 못지 않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그가 프로 다섯 시즌 동안 총 기록이 평균 3.6점에 10분 46초 출장임을 감안하면 올 시즌 두 배 이상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박종천의 활약에는 유재학 모비스 감독의 조련도 그의 활약에 한 몫 했다. 사실 박종천이 삼성에서 출전 기회를 곧잘 얻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슛만 잘하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슛 이외의 부분에서 그다지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 그의 장점을 최대한 팀 내에서 살려줬기 때문이다.

물론, 박종천의 노력은 두 말 할 필요가 없겠지만 말이다.

파워 포워드로 팀 내 입지 다진 백인선 [연봉: 8천만원]

박종천 못지않게 올 시즌 저비용 고효율의 상징이 된 선수가 있다. 바로 올 시즌 오리온스에서 LG로 이적한 백인선이다.

백인선 역시 2004~05시즌 오리온스에 데뷔해 평균 14분 35초를 뛰면서 3.9점 2리바운드로 그저 그런 성적을 기록했다. 그나마 빅맨 임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던지는 3점슛이 정확하다는 것과 골밑에서 힘을 앞세운 플레이가 돋보였지만, 좀처럼 그에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2005~06 시즌을 끝으로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2008~09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평균 11분 14초를 뛰면서 4.6점 1.7리바운드를 올린 것이 전부였다.

결국 백인선은 이현준과 함께 에어컨 리그 동안 LG 유니폼을 입게 된다. 석명준과 박광재를 받아오는 조건이었지만, 농구 팬들의 시선에서는 다소 멀어진 트레이드였던 것이 사실. 한마디로 말해 그저 그런 선수들 간의 트레이드였던 셈이다.

그러나 백인선은 올 시즌 39경기에 나와 평균 16분 49초를 뛰면서 7.5점 2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물론 국내 선수층의 양과 질이 풍부한 LG에서 완벽한 주전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지만, 분명 파워포워드 자리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백인선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백인선은 경기 외적으로도 얼마 전까지 간암으로 투병 중이던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었다. 하지만 한 때 경기장을 찾아서까지 아들을 응원하던 부친이 2일 오전 사망하면서, 백인선 입장에서는 올 시즌 아버지에게 자신의 활약을 다 보여주지 못하게 됐다.

좀처럼 단 기간에 실력이 늘기 힘든 농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상, 백인선의 올 시즌 활약은 분명 ‘아버지의 힘’이 일정 부분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그러한 발전의 최대 수혜자는 백인선 자신이었겠지만 말이다.

KCC의 저격수로 거듭난 이동준 [연봉: 5,500만원]

박종천이나 백인선이 트레이드를 통해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면, 소속팀에서 좀처럼 빛을 못 보다가 올 시즌 기어이 빛을 본 선수도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KCC의 이동준.

경희대를 졸업하고 2003~04시즌 원주 TG삼보에 입단한 이동준은, 그 시즌 고작 11경기에 나와 5분 10초를 뛰면서 2.3점을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이후에도 군 복무와 기량 부족 등으로 04~05부터 06~07까지 세 시즌 동안 1군 기록이 없었던 이동준은 2007~2008시즌 KCC에서 평균 3.3점을 기록하면서 자리를 잡는 듯 했다. 그러나 다시 2008~2009시즌 평균 1.1점이라는 미비한 성적을 거두면서 은퇴위기까지 몰리게 된다.

하지만 주축 선수인 신명호-이중원의 군 입대로 이동준에게는 기회가 왔다. 특히 멤버 구성은 화려하지만 확실한 외곽 슈터가 추승균 이외에는 눈에 띄질 않고, 그나마 추승균도 노쇠화가 두드러진 팀 상황이 그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셈.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이동준은 놓치지 않았다. 올 시즌 기록만 봐도 35경기에 나와 평균 16분 1초를 뒤면서 5.3점 3점슛 1.3개를 기록하고 있는 것, 특히 35경기라는 수치는 자신이 세 시즌 동안 뛴 (39경기)에 육박하는 것이다. 그만큼 이동준의 올 시즌 진가는 팀 내에서 톡톡히 인정받고 있다.

특히 팀 내에 비록 노쇠했다고는 하지만 이름값이 있는 조우현-신동한은 물론이고, 가드이면서도 외곽슛이 좋은 정선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중용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상대의 골밑 수비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코트에 투입되어 3점슛을 꽂아 넣는 능력을 확실히 인정받은 것이다.

올 시즌 KCC의 저격수로 새롭게 급부상한 이동준. 그 역시 박종천-백인선과 더불어 ‘저비용 고효율 선수’로 뽑히기에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렇듯 올 시즌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박종천-백인선-이동준이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얼마나 팀에 상승세에 기여할지 주목해보자.

바스켓코리아 서민석 / 사진 KBL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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