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받을 수 있는 여러 상 중에 일생에서 단 한 번 받을 수 있는 상이 있다. 아마 알만한 사람이라면 금방 눈치를 챌 수 있을 것이다. 무슨 상일까? 그렇다. 그 해답은 바로 신인왕이다.
신인왕은 말 그대로 신인인 시절에만 받을 수 있는 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인들에게는 MVP나 여느 다른 상 보다 더욱더 소중하게 다가오는 상이다.
쌍두마차를 형성한 박성진과 허일영
2009~2010 시즌 역시 17명의 신인이 2009 신인 드래프트 1~3R를 통해 프로 구단의 부름을 받았고, 각 소속팀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신인왕 레이스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는 선수가 두 선수 있다. 바로 전자랜드의 박성진과 오리온스의 허일영이 그 주인공이다. 2009 신인 드래프트 1순위와 2순위로 선발된 박성진과 허일영은 팀의 포인트가드와 스몰포워드 자리를 꿰차면서 신인왕 레이스에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우선 박성진을 보자. 43경기에 나와 평균 26분 56초를 소화하면서 8.2점 3점슛 1.5개 3.3어시스틑 기록 중이다. 중앙대 시절부터 그 잠재력을 인정받은 박성진은 가드가 약한 전자랜드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포인트가드다운 소양과 수비력에 있어서는 그의 활약에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아마 시절 주로 슈팅가드를 본 터라 프로에서 포인트가드로 전향한 첫 시즌 치고는 괜찮은 성적이지만, 상대 선수에게 너무 손쉬운 득점을 곧잘 허용해 자신이 올린 득점을 까먹는 경우가 잦다. 여기에 아직까지 포스트의 빅맨에게 꽂아주는 패스나 위기 상황이나 속공 상황에서 경기를 조절하는 능력 역시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분명 기록만 놓고 보면, 올 시즌 신인왕에 도전할 만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음에 틀림 없다.
여기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선수가 바로 오리온스의 허일영이다. 38경기에 나와 평균 28분 28초를 소화하면서 10.2점 3점슛 1.5개를 기록 중인 허일영 역시 기록만 놓고 보면 결코 박성진에 뒤지지 않는다.
포인트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득점에 치중할 수 있는 슈터라는 이점을 감안하더라도 분명 프로 첫 해 그가 보여주고 있는 활약은 신인왕에 도전하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오리온스에서 잔뼈가 굵은 미남 슈터 오용준과의 경쟁에서 이긴 것이기에 더욱 그의 활약은 빛난다.
그러나 허일영 역시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아쉬움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195cm라는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큰 키를 수비에서 좀처럼 활용을 못한다는 것 역시 아쉬운 대목. 여기에 공격 옵션이 외곽슛 이외에는 그리 다양하지 않다는 것 역시 허일영에게는 약점이다. 자신이 경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포인트 가드 박성진에 비해 ‘받아먹는 슈터’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팀 성적 역시 전자랜드가 6강의 꿈이 아직 살아있는 반면, 오리온스는 당장 최하위를 벗어나야 하는 처지라는 것 역시 그의 기록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대목이다.
하지만 분명 확실한 것은, 지금까지의 기록만 놓고 보면 박성진이나 허일영이 신인왕 경쟁 구도에서 앞서있다는 것이다.
신인왕 경쟁에서 한 발 밀린 변현수와 김강선
이렇듯 박성진과 허일영이 최근 페이스나 기량에서 앞서가고 있는 가운데 남은 경기에서 뒤집기를 노리는 선수들이 있다. 바로 슈팅가드 포지션을 맡고 있는 SK의 변현수와 오리온스의 김강선이다.
사실 시즌 초반 기세만 놓고 보면, 오히려 변현수와 김강선이 더욱더 신인왕에 근접했었다. 변현수의 경우 확실한 슈팅가드가 없었던 SK의 고민을 덜어줄 해결사로 기대를 모았고, 김강선은 대 선배 김병철을 제치고 주전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선수는 신인왕 레이스의 주도권을 허일영과 박성진에게 넘겨주고야 말았다. 변현수의 경우는 허리 부상이 결정적이었다. 시즌 초반 의욕적으로 공-수에서 힘을 보태던 변현수는 허리 부상으로 11경기 정도를 결장하면서 상승세에 탄력을 붙이지 못했다. 물론, 올 시즌 30경기에 나와 평균 25분 16초 출장에 8.1점 3.4리아분드 2.7어시스트라는 성적은 준수하지만, 부상 공백이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인 셈이다.
김강선의 경우는 시즌 중반 이후 체력과 상대의 집중 견제 때문에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오리온스가 치른 전 경기(41경기)에 나와 평균 25분 14초를 소화하면서 7.5점 2.2리바운드 1.9어시스트로 나쁘지 않은 기록을 보여주고 있지만, 시즌 초반 보여준 과감한 플레이와 폭발적인 득점력이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결국 변현수의 경우는 부상이, 김강선의 경우는 으레 신인들이 겪는 체력적인 문제 때문에 박성진과 허일영에게 신인왕 경쟁에서 밀리는 형국인 셈이다.
하위권 일 수록 신인이 더 잘한다?
올 시즌 신인왕 구도의 또 한 가지 주목해볼 점은 하위권 팀들의 신인들이 두각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나마 선두 모비스의 백업 포인트가드로 활약중인 김종근이 돋보일 뿐, 2009 신인 드래프트에서 1R에 지명을 받았던 동부의 김명훈-LG의 박진수(동부 지명 이후 트레이드)-KT 이상일 등은 1R에서 지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팀 내 입지를 다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SK 김우겸이나 전자랜드 송수인이 활약이 돋보이지만, 이들의 소속팀 역시 공동 8위와 7위로 팀 성적이 쳐진 상황이다.
물론, 신인 선수들의 절대적인 기량이 기존 선수들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신인들의 활약이 잠잠한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당장의 성적을 위해서는 신인들보다는 기량이 검증된 선수를 쓰려하는 코칭스태프의 ‘안정 지향주의’역시 한 몫을 하고 있다.
사실 시즌 전 SK의 김 진 감독이나 오리온스 김남기 감독이 신인들을 중용할 때만해도 근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변현수와 김우겸, 그리고 김강선과 허일영은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팀 내에서 당당히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어느 조직이든 고여있는 물 보다는 흐르는 물이 건강하고 발전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팀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신인들의 분전이 절실히 요구되는 셈이다.
여하튼 얼마 남지 않은 시즌에서 어떤 신인이 좋은 활약으로 팀 내 입지를 다지고 더 나아가 신인왕 자리를 따낼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바스켓코리아 서민석 / 사진 KBL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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