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과 올 시즌 달라진 제도 중 또 하나가 바로 하프코리안 선수들에 대한 문호의 개방이었다. 그 동안 SK의 김민수가 정식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한국 무대에 데뷔한 적은 있었지만, 프로 출범 이후 하프코리언이 드래프트를 통해 지명된 적은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다른 리그에서 이미 실력을 검증 받은 하프코리언들이 한국 무대에 정식으로 입성한다는 것 만으로도 팬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이었다.
시즌의 3/4가 넘어선 상황에서 ‘첫 하프코리언 드래프트’를 통해서 한국 무대를 밟은 다섯 선수들의 활약상은 과연 어땠을까?
하프코리언 최고 히트상품은 문태영
하프코리언 중 단연 으뜸은 LG의 문태영이다. 드래트프 당시만 해도 전태풍-이승준에 밀려 3순위로 꼽히며 덜 주목을 받았으나 정작 시즌에 접어들자 가장 돋보인 선수는 문태영이었다.
무엇보다도 문태영이 가장 돋보인 것은 공격력이었다. 평균 21.8점으로 제스퍼 존슨과 허버트 힐(이상 19.88점) 두 외국인 선수보다도 많은 득점으로 이 부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터운 국내 선수층과 수비형 센터인 알렉산더의 분전도 있지만, LG가 시즌 전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문태영 효과’가 빚은 산물이다.
특히 문태영 입장에서는 LG에서 스몰포워드 포지션을 맡기 때문에 상대 국내선수와 매치업을 이룬다는 것 역시 이득을 본 대목이다. 파워포워드 자리에 백인선이나 이현준이 있는 LG 입장에서는 문태영이 스몰포워드를 보면서 더욱더 그의 개인기를 살려준 것이 주요한 결과였다.
그러나 그의 활약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부분도 있다. 바로 LG 팀 전체의 경기력이 문태영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국내 선수들의 양과 질이 분명 두터운 LG의 취약점은 해결사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이 부분을 문태영이 해결했지만 역으로 다른 선수들이 문태영만 바라보는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문태영이 있었기 때문에 LG의 중위권 도약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물론, ‘문코비’라는 호칭을 얻은 그의 활약에 팬들이 즐거워했음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름값은 한 전태풍과 이승준
이미 토니 애킨스와 에릭 산드린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었던 전태풍과 이승준의 경우는 개인 기록에 있어서는 분명 주전급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속내를 살펴보면, 문태영에 비해서는 다소 아쉬운 활약을 보였다.
우선 전태풍을 보자. 평균 13.4점 3점슛 1.57개 4.6어시스트로 외형상의 기록은 분명 포인트가드 치고는 뛰어난 성적이지만, 시즌 초반만 해도 유독 지역 방어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전술이 다양한 한국 농구에 힘겨워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타고난 개인기는 오히려 팀 플레이를 깨는 악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하지만, 고무적인 대목은 시즌 초반의 덜 다듬어진 모습에 비하면 분명 시즌이 경과하면서 더욱 더 다듬어 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 말이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배우려 하고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는 것은 그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코트 외적으로도 터프한 인상과 달리 순수한 모습을 자주 보이면서 관중몰이에 한 몫을 해준다는 것 역시 전태풍의 활약을 꼭 코트 안에서만 평가하기 힘든 이유다.
반면, 이미 모비스에서 외국인 선수로까지 뛴 경험이 있는 이승준의 경우는 문태영-전태풍에 비해서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이다.
34경기에 나와 13.8점 6.6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삼성의 파워포워드 자리를 꿰찼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기록에 대한 가중치를 부여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당장 지난 두 시즌 연속 팀의 중심이었던 테런스 레더와 활동 반경이 겹치는데다 팀이 중심이 자신이라는 신경전까지 겹치면서 좀처럼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태업이나 다름없는 플레이를 병행하던 레더는 KCC로 트레이드 되기에 이른다.
시즌 전 이승준의 가세는 분명 삼성을 우승 후보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상민-강 혁-이정석으로 이어지는 명품 가드진에 슈터 이규섭, 여기에 레더-토마스로 구축된 라인업에서 2% 부족했던 것이 높이였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서였을까? 안준호 감독은 8연패 과정에서 이승준에 대해 “그 동안 우리가 그(이승준)를 대단한 선수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리기까지 했다.
우승 후보에서 어느덧 6강 PO행까지 위협받게 된 삼성. 이러한 추락의 비난을 분명 이승준 혼자 덮어 쓰기에는 비약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활약이 ‘하프코리언’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분명 아쉬운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기대에 못 미치는 원하준과 박태양
이 세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두 선수, KT&G의 원하준과 KT의 박태양은 기대에 한 참 못 미친다는 평가다. 원하준의 경우 운동을 쉰 공백기가 있었고, 박태양 역시 시즌 개막 직전 한국식 타이트한 훈련을 이겨내지 못해 부상을 당한 것이 원인이라고 해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원하준의 경우 18경기에 나왔지만, 고작 2.9점을 올린 것이 전부고, 박태양의 경우는 2군에서 재활과 훈련을 병행하다 지난 1월 14일 LG전에야 1군 무대에 데뷔해 6경기에서 6.2점을 올린 것이 전부다.
물론, 박태양의 경우는 기회 자체를 백업 포인트가드 최민규의 부상으로 잡았지만, 나온 6경기에서는 나름대로 제 몫을 해줬다. 특히 올해로 36살인 베테랑 신기성의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넘어서 탱크 같은 하드웨어와 미국에서 슈팅가드를 봤던 슛을 앞세워 공격에서는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수비나 전술 이해도에 있어서는 아직 다듬을 것이 많다는 평가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팀의 주전으로 거듭난 문태영-전태풍-이승준에 비해서는 분명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라는 것이다. ‘하프코리언’이라는 드래프트를 통해 팀에 영입 되었을 당시는 주전급 활약을 기대했으나, 지금 두 선수의 활약은 주전은 커녕 주전 선수들을 위협하는 식스맨으로 불리기에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프코리언 드래프트’ 이대로 좋은가?
이렇듯 하프코리언들의 활약이 전체적으로 한국 농구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오고 발전에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이제 이름이 알려진 하프코리언들의 한국 무대 진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월 3일 있을 하프코리언 드래프트에서는 문태영의 형인 문태종(제로드 스티븐슨)이 주목을 받고 있다. 동생 문태영이 득점 1위를 달릴 만큼 한국에서 성공신화를 써내려 가고 있지만, 그보다 한 수 앞선 기량을 가진 선수가 문태종이라는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프코리언이라는 이름으로 뛰어난 기량의 선수들이 한국 무대를 밟는 수가 많아진다는 것은, 곧바로 이어질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을 국내 선수들의 수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하프코리언들이 한국이름을 쓴다고 해서 과연 국내선수로 분류가 되어도 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
하프코리언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되는 선수들의 전제조건은 대한민국 국적으로 귀화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승준이나 전태풍과 같은 특별귀화조건이 아니고서는 이러한 하프코리언 선수들이 3년 안에 귀화를 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이 선수들은 언제라도 자신의 심경에 변화가 생겼을 경우 다시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이름만 한국 이름인 것이지, 실제로 이들은 여전히 외국인이고 ‘귀화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분명, 한국 프로농구에 신선한 바람을 불고 온 하프코리언.
이들이 누리는 혜택만큼이나 이제는 그들이 져야 하는 책임은 물론이고, 첫 드래프트에서 겪은 여러 시행착오를 어느 정도는 다듬어야 할 것이다.
[하프코리언의 현재 성적표]
전태풍 37경기 13.4점 3점슛 1.57개 4.6어시스트 2.8리바운드 1.4스틸
이승준 34경기 13.8점 6.6리바운드 1.7어시스트
문태영 41경기 21.8점 7.9리바운드 3.2어시스트 1.8스틸
원하준 18경기 2.9점
박태양 6경기 6.2점
바스켓코리아 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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