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중간 점검] 외국인 선수 구관(舊官)이 명관(名官)?

2009~2010 KCC 프로농구가 어느덧 일정의 77%(414/540경기)를 소화해 중반을 넘어 막판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올 시즌 역시 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의 활약은 빛났다. 특히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제도가 ‘2명 보유 1명 출전’으로 바뀌면서 상당한 변화를 예고했다.

역시 이러한 외국인 선수 제도의 변화는 토종 파워포워드들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물론, 대다수의 파워포워드 포지션의 선수가 아마시절에는 센터였지만 프로에 와서 외국인에게 밀린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해도, 그들의 분전은 분명 외국인 선수 제도의 변화가 가져다 준 의미 있는 성과였던 셈이다.

반대로 외국인 선수가 한 명 출전으로 제한되면서 득점력이 떨어지고, 타이트한 경기 일정까지 맞불려 경기의 질이 다소 떨어졌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인 선수들의 비중은 큰 상황, 과연 올 시즌 각 구단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특징은 없을까?

검증된 외국인 선수의 텃새가 유독 강한 올 시즌

올 시즌 외국인 선수의 가장 두드러진 경향은 바로 한 시즌 이상 한국 무대에서 뛴 ‘구관’들이 올 시즌 드래프트를 통해 새롭게 한국 무대를 밟은 외국인 선수보다 득세한다는 것이다. 10개 구단의 20명의 외국인 선수 중 무려 12명이 한국 무대 유 경험자라는 것 역시 이러한 대목을 증명한다.

이러한 경향은 순위별로 살펴보면 더욱 더 두드러진다. 성적이 좋을수록 검증된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돋보인다.

우선 2년 연속 정규리그 챔피언을 노리는 선두 울산 모비스는 센터 브라이언 던스톤과 애런 헤인즈가 짝을 이루고 있다.

물론, 모비스는 시즌 직전 지난 시즌 팀에서 뛰었던 빅터 토마스를 내보내고 압둘라히 쿠소를 던스톤의 짝으로 영입했으나, 정규리그 세 경기만에 지난 시즌 삼성에서 뛴 애런 헤인즈로 교체를 단행했다. 헤인즈의 경우 외곽슛 능력은 없지만, 개인기와 클러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던스턴의 짝으로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면서 모비스의 조직력을 더욱 더 돋보이게 하고 있다.

비록 두 선수의 경우 눈에 띄는 화려함은 떨어지지만, 실속만큼은 10개 구단 외국인 조합 중 단연 최고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선수들이다. 모비스라는 팀 자체가 개개인보다는 팀으로 뭉쳤을 때 빛이 발하는 것이 외국인 조합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2위 전주 KCC 역시 지난 시즌 각각 LG와 삼성에서 뛰었던 아이반 존슨과 테렌스 레더 조합을 시즌 중반 이후 모비스를 위협할 가장 강력한 팀으로 올라섰다.

한 가지 주목해볼 것은 KCC의 경우는 올 시즌 초반에는 마이카 브랜드와 맥 턱 조합으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맥 턱은 정규리그 한 경기도 밟아보지 못한 채 아이반 존슨으로 교체됐고, 브랜드 역시 존슨에게 밀리더니 결국 삼성 레더와의 트레이드를 당하고 만다. 그러면서 지금의 존슨-레더 콤비가 탄생한 것이다.

또한, 두 선수의 활약이 이전 팀에서의 활약에 비하면 결코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아이반 존슨의 경우 비록 올 시즌 KCC에서 평균 21분 4초를 뛰면서 16.4점 6.3리바운드를 기록했지만, 지난 시즌 LG에서도 평균 28분26초를 뛰면서 19점 7.3리바운드를 기록 했었다. 또한, 레더 역시 지난 두 시즌 동안 삼성에서 22.2점 12.5리바운드-27.5점 11.3리바운드를 기록했고, 올 시즌 삼성에서의 32경기에서는 평균 18.8점 7.5리바운드를 기록했으나 KCC에서의 7경기에서는 10점 6리바운드로 다소 주춤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두 선수의 경우 검증된 선수들인데다 하승진이라는 ‘우산 효과’덕분에 센터가 아닌 파워 포워드로도 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기록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하승진이 올스타전 루키챌린지에서 당한 부상으로 정규리그 출장이 불투명해진 터라, 과연 앞으로 두 외국인 선수가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3위 KT의 경우도 2005~2006시즌 전신인 KTF에서 19점 15.9리바운드를 기록했던 나이젤 딕슨이 든든히 센터 포지션을 지키고 있다. 특히 KT는 그레고리 스팀스마-도널드 리틀 등으로 이어지는 센터 선발의 실패 이후 KT&G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딕슨을 영입한 터라 그에 대한 애정이 더욱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순위표를 밑으로 가봐도 더욱 더 그렇다. 4위 원주 동부나 6위 서울 삼성의 경우는 각각 마퀸 챈들러-조나단 존스, 마이카 브랜드-빅터 토마스로 이어진 ‘검증된 조합’을 꾸리고 있다.

이 밖에도 5위 팀인 LG와 8위팀 SK에는 지난 시즌 KTF에서 뛰었던 제임스 피터스와 크리스토퍼 가넷이 뛰고 있고, 9위 안양 KT&G에는 지난 시즌에도 오리온스와 동부 유니폼을 번갈아 입으며 맹활약을 펼쳤던 크리스 다니엘스가 팀의 핵으로 자리잡고 있다.

결국 무려 60%의 외국인 선수가 적어도 한 시즌 이상 한국 무대의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검증’이 된 외국인 선수들을 각 구단이 선호하는 경향이 올 시즌 두드러진 셈이다.

터줏대감들 사이에서 선전하는 페이스들

이렇듯 기존 외국인 선수의 기세가 강한 가운데, 올 시즌 처음 한국 무대를 밟은 외국인 선수들 중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보이는 선수들이 몇몇 눈에 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KT를 상위권으로 도약시키는데 1등 공신으로 불리는 제스퍼 존슨이다.

42경기에 나와 평균 19.9점 3점슛 1.67개 6.9리바운드 3.4어시스트 1.6스틸을 기록중인 존슨은 말 그대로 ‘팔방미인형’ 외국인 선수다. 비록 신장이 198.1cm로 센터형이 아닌 터라 포스트 플레이는 약하지만, 정확한 미들슛과 3점포에 뛰어난 농구 센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난 시즌 꼴지였던 KT를 3위까지 올린 일등 공신이 제스퍼 존슨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여기에 리바운드 1위에 오르며 포스트를 든든히 지켜주고 있는 LG의 알렉산더 역시 39경기에서 평균 14.4점 9.8리바운드로 수비형 센터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지난 시즌 아이반 존슨-도날드 크럼프로 이어지는 더블 포스트를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알렉산더의 활약은 더욱더 반가울 수 밖에 없다.

또한,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실질적인 1순위로 꼽힌 허버트 힐 역시 분명 기록만 놓고 보면 평균 19.9점 9.3리바운드 2.3블록슛으로 제 몫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힐의 경우는 공격적인 부분이나 골밑에서의 블록슛 능력은 돋보이지만, 체력적이나 포스트를 지키는 파워에서는 다른 외국인 센터에 밀리는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 밖에도 비록 팀이 하위권으로 처져서 빛이 바랬지만, 전자랜드의 아말 맥카스킬과 라샤드 벨의 조합도 상당히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전자랜드는 올 시즌 맥카스킬과 또 다른 센터인 크리스 다니엘스의 조합으로 시작해 13연패를 당하는 등 좀처럼 수렁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그러나 시즌 중반 이후 KT&G에서 라샤드 벨을 영입해 두 외국인 선수의 스타일을 다르게 가져가면서, 최근에는 남다른 전력을 구축했다는 대목은 분명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반갑지만은 않는 기존 외국인 선수의 득세

이렇듯 올 시즌은 유독 유경험자 우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왜일까?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그 해답은 드래프트 제도에서 어느 정도는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자유 계약제도에서 과도한 웃돈 지불에 대한 자정의 의미로 2007~2008 시즌 이후 트라이아웃에 이은 드래프트 제도로 환원된 이후 기존 외국인 선수에 대한 선발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드래프트 과정에서 선발된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못 미칠 경우 대체 외국인 선수 역시 트라이아웃 참가자 중에서 뽑아야 하다 보니, 아무래도 구단이나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검증된 외국인 선수를 안정적으로 뽑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첫 단추를 잘못 꿰게 되면, 자연히 연이은 교체에서 그 보다 나은 외국인 선수를 뽑는 경우가 좀처럼 힘들어졌다. 또한, KT&G의 크리스 다니엘스의 경우 지난 시즌 오리온스와 동부의 유니폼을 입은 이후 올 시즌 역시 전자랜드와 KT&G를 거치면서 벌써 두 시즌 동안 네 팀의 유니폼을 소장하게 되었다. 삼성의 브랜드와 토마스 역시 각각 한국 무대에서 두 시즌과 네 시즌 째를 맞는 터줏대감 조합으로 구성된 상황이다.

이렇듯 외국인 선수 선발이 안정 지향적으로 선발하다 보니 좀처럼 시즌 중반 이후 반전을 이루기가 쉽지 않아졌다. 과거 자유 계약제도 시절에는 SBS를 일약 15연승으로 이끈 단테 존스나 골밑에서 위력적인 파워를 과시했던 KTF(현 KT)의 나이젤 딕슨이 대체 외국인 선수로 농구판에 천지개벽을 불러왔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모습을 여간해서는 보기 힘들어졌다.

따라서 팬들 입장에서는 자연스레 외국인 선수의 면면이 낯이 익기는 하지만, 새 얼굴은 눈에 익히기도 전에 고향행 짐을 싸는 경우를 더욱 더 자주 보게 되는 것이다.

구관들의 활약 속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어진 신관 들의 분전. 이제 다시 한 번 외국인 선수 제도에 대해서 한 번쯤 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순위별 10개 구단 외국인 조합 활약상]

[울산 모비스]

브라이언 던스톤(42경기 14.8점 8리바운드 2.2블록슛)

애런 헤인즈(39경기 12.4점 4.8리바운드)

[전주 KCC]

아이반 존슨(40경기 16.4점 6.3리바운드)

테렌스 레더(7경기 10점 6리바운드)

[부산 KT]

제스퍼 존슨(42경기 19.9점 3점슛 1.67개 6.9리바운드 3.4어시스트 1.6스틸)

나이젤 딕슨(19경기 8.4점 4.6리바운드)

[원주 동부]

조나단 존스(27경기 10.9점 6.3리바운드)

마퀸 챈들러(42경기 17점 3점슛 1.5개 3.8리바운드)

[창원 LG]

크리스 알렉산더(39경기 14.4점 9.8리바운드 1.1블록슛)

제임스 피터스(19경기 6.3점 3.4리바운드)

[서울 삼성]

마이카 브랜드(6경기 18.7점 5.2이바운드 2.5어시스트)

빅터 토마스(40경기 8점 3리바운드)

[인천 전자랜드]

아말 맥카스킬(37경기 12.6점 7.1리바운드)

라샤드 벨(41경기 16.7점 3점슛 1.36개 5.3리바운드)

[안양 KT&G]

크리스 다니엘스(29경기 21.7점 9.7리바운드)

조셉 테일러(9경기 7점 5.6리바운드)

[서울 SK]

죠 크래븐호프트(11경기 8.7점 .43리바운드)

크리스토퍼 가넷(6경기 15.7점 9.7리바운드)

[대구 오리온스]

앤서니 존슨(32경기 8점 4.1리바운드)

허버트 힐(41경기 19.9점 9.3이바운드 2.3블록슛)

[선수들 기록은 2월 1일 현재이며, 현 소속팀에서의 기록만 작성]

바스켓코리아 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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