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8일 올스타 휴식기 직전 마지막 경기로 열린 원주 동부와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는, 3위 KT에 1.5경기 차로 따라 붙어 남은 경기에서 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원주 동부와 6위 서울 삼성과 3경기 차로 6강 PO의 불씨를 살리고 있는 전자랜드 간의 놓칠 수 없는 일전이었다.
결코 내줄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친 동부와 전자랜드는 동병상련의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바로 확실한 주전 포인트가드가 없다는 것.
시즌 초반부터 주어진 과제였지만, 5R 중반을 넘어선 아직까지도 확실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동부와 전자랜드는 언제쯤 해묵은 과제를 풀 수 있을까?
현역 시절 ‘코트의 마법사’로 불린 강동희 감독의 복안은 주전 포인트가드로 LG에서 영입된 박지현의 중용이었다.
지난 시즌 평균 7.1점 3.2어시스트를 기록한 박지현을 영입한 동부는 팀의 주전 슈터였던 강대협을 내주고 그를 영입할 만큼 거는 기대가 컸다. 2006~2007시즌 LG가 정규리그 2위를 거둘 당시 평균 9.8점 2.8어시스트를 기록한 것이 전부였을 만큼 그는 오리온스-LG를 거치면서 확실한 주전 포인트가드라는 인상은 주질 못했다. 오히려 김승현이나 이현민 같은 선수와 동등하거나 그를 뒷받침 하는 역할이 주어졌었다.
하지만, 박지현이 잔 부상과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펼치는 사이 오히려 36살의 베테랑인 표명일이 주전 포인트가드로 부상했다. 전주 KCC에서 잔뼈가 굵었던 표명일은 2006~2007 시즌 도중 동부로 이적한 이후 팀의 주전 포인트가드 자리를 꿰찼었다. 지난 시즌에도 평균 30분 20초를 소화하면서 7.2점 5.1어시스트를 기록했으나 아무래도 2% 부족한 맛이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박지현 역시 평균 21분 51초를 뛰면서 평균 4.1점 2.6어시스트로 지난 시즌 LG에서 기록한 성적만도 못한 성적을 거두다 보니 표명일이 다시 한 번 주전 포인트가드 자리를 꿰차기는 했지만, 동부에게는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박지현의 영입 이유가 그가 가진 기량도 기량이지만 중앙대 시절 그와 함께 무적함대를 이끌었던 김주성과의 시너지 효과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표명일의 경우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닌 선수이기 때문에 그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따라서 한 살이라도 적은 박지현이 주전으로 팀을 이끄는 것이 동부에게는 가장 이상적이었지만, 아직까지도 그러질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반면, 전자랜드의 경우는 다소 사정이 다르다. 박성진과 황성인이 포인트가드 자리를 놓고, 출장 시간을 나눠가지지만, 두 선수의 장단점이 너무 명확하다는 것이 문제다.
일단, 올 시즌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히고 있는 박성진은 분명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다. 중앙대 시절 주로 슈팅가드를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에서 포인트가드를 맡아 적응을 잘하는 중이다. 42경기에 나와 평균 26분 41초를 소화하면서 8.2점 3점슛 1.5개 3.2어시스트라는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문제는 수비다. 상대 포인트가드에게 너무 손쉬운 득점을 허용하다 보니 자신이 넣은 득점을 고스란히 까먹기 일수다. 경기 도중 유도훈 감독이 유독 박성진을 질책하는 경우가 많은 것 역시, 그에 대한 애정이 크고 그가 팀에서 해줘야 하는 역할이 크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적어도 아직까지 수비에서 박성진은 팀에 기여하는 바가 그리 크질 못한 것도 사실이다.
박성진이 수비에서 번번히 뚫리면 그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선수가 바로 황성인이다. 황성인 역시 표명일보다 한 살 적은 35살의 베테랑이지만, 무려 40경기에 나와 평균 18분 12초를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약점은 공격력이다. 신인 시절이던 1999~2000 청주 SK시절에는 평균 10.2점 4.8어시스트를 기록할 만큼 공격에서도 한 가닥 하는 선수였지만, 세월의 무게를 무시 못하는 듯 올 시즌은 평균 3.6점 1.9어시스트로 공격력은 그야말로 기대 이하이다. 그나마 간간히 던지던 3점포 역시 올 시즌 들어서는 정확도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그나마 수비력을 앞세워 아직까지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전자랜드 입장에서는 박성진의 약한 수비나 황성인의 무뎌진 공격이 그들이 가진 장점보다도 더 크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인 셈이다.
상위권 도약과 PO 도약의 갈림
동부나 전자랜드 모두 묘한 것은 젊은 선수와 베테랑 선수로 포인트가드를 구축했다는 공통점은 있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그만큼 확실한 주축 선수가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는 두 선수 중 한 선수가 팀의 주축 가드로 거듭나야 하는 시점이 도래한 것이었다.
이날 모처럼 선발 출장 한 박지현은 1쿼터에서만 3점포 두 방과 레이업과 가로채기 등으로 8점을 올리면서 기세를 올렸다. 이후 2쿼터에서 박성진이 3점포 두 방을 작렬시키면서 공격력에 불을 뿜자 동부는 박지현을 빼고 표명일까지 투입했고, 박성진의 활동반경은 전반보다 분명 넓어졌다.
그러자 3쿼터 들어 동부는 박지현이 이날 세 번째 3점포를 림에 꽂으면서 전자랜드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뿌렸다. 게다가 4쿼터 들어서는 전자랜드 장신 숲 사이로 과감한 리버스 레이업까지 성공시키는 맹활약을 선보였다.
결국 박지현이 이날 29분12초를 뛰면서 3점슛 3개 포함 13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표명일이 12분 22초를 뛰면서 2점 3리바운드 1어시스트로 모처럼 동부가 원하는 이상적인 기록을 기록했다.
반면, 전자랜드는 이날 컨디션이 좋던 박성진이 4쿼터 1분 40초가 경과한 상황에서 안면 부상까지 당하면서, 한참 좋던 슛 감까지 사그라 들며 36분10초를 뛰면서 8점(3점슛 2개) 5어시스트를, 황성인은 4분9초를 뛰면서 공격 기록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날만큼은 다른 포지션보다도 포인트 가드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동부가 승리까지 따낸 경기였던 셈이다.
바스켓코리아 서민석 / 사진 KBL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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