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오세호) 프로농구는 하나의 상품과도 같다. 흥행이라는 요소를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상품가치는 팀을 대표하는 고정적 선수, 즉 프랜차이즈 스타가 있을 때 더욱 올라간다.
대구 오리온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다른 걸 다 막론하고 김승현일 것이다. 그만큼 그는 최근 몇 년 간 팀의 중심이었다. 그래서 팀은 그로 인해 울고 웃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두 시즌 동안 고질적인 허리디스크에 시달리며 팀 성적이 부진하자 오리온스는 김남기 감독을 영입하며 분위기 쇄신을 노렸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특정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12명의 엔트리 선수를 고루 이용하는 ‘로테이션 농구’의 명장으로 꼽혔던 김남기 감독이야말로 김승현의 색깔을 지워줄 수 있는 최적임자로 생각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 노림 수가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있다.
김승현이 없는 1라운드 9경기에서 단 2승에 그치며 하위권을 맴돌았던 오리온스는, 그가 복귀한 2라운드부터 현재까지 5승 8패의 성적으로 비록 패가 많지만 조금씩 나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남기 감독조차도 ‘김승현의 색깔을 지우겠다’며 공언했지만, 이처럼 오리온스가 아직까지 김승현을 위한 팀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동성 센터, 허버트 힐의 영입
그 원인은 허버트 힐의 영입이 절대적이다. 오리온스 김남기 감독은, 지난 여름 트라이아웃에서 1순위 지명권을 받아 허버트 힐을 선택했다.
나이젤 딕슨(KT)이나 사마키 워커(SK)와 같은 수준급 빅맨들을 외면한 이 선택에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김남기 감독은 “아무래도 김승현이 있기 때문에 묵직한 센터보다는 같이 달려줄 수 있는 센터가 낫다고 판단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허버트 힐은 올 시즌 22경기에 나와 20.5(3위)득점에 9.7(2위)리바운드 2.6(1위)블록을 기록하며 1순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김승현과의 픽앤 롤 플레이나 트레일러로 달려주는 속공은 오리온스의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김승현 없는 힐은 ‘앙꼬 없는 찐빵’
그러나 김승현의 스피드에 맞춰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체력이 저하되어 벤치에 교체 사인을 보내거나 움직임이 둔한 모습을 자주 보이기도 하는 힐 이다. 또 김승현에 맞춰 선발한 용병이다 보니 김승현과 함께하지 않으면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올 시즌 오리온스가 김승현과 힐을 같이 교체 하는 일이 잦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지난 금요일 LG와의 경기에서도 잘 보여졌다.
오리온스는 1쿼터 허버트 힐과 허일영의 활약으로 20-19 시소게임을 펼쳤다. 그러나 2쿼터 상대의 압박 수비에 김승현이 많은 턴오버를 기록하며 부진하자 그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이에 힐 혼자 상대 크리스 알렉산더를 상대로 고군분투 했지만, 신장과 웨이트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며 무너졌고 결국 팀도 패배의 쓴 맛을 봐야 했다.
어쩌면 ‘김승현 없이도 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던 김남기 감독의 말은, 그 시작부터 어그러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결과 오리온스는 아직도 ‘김승현에 의한 팀’이라는 굴레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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