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민석) 참 이상하다. 객관적인 전력이나 팀 컬러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는데도 유독 약하다. 국내 선수층의 양과 질이 뛰어난 것도 물론이고, 외국인 선수 역시 나름대로 괜찮은 선수를 뽑았는데도 말이다.
다름 아닌 LG의 이야기다.
12월 29일 현재 5위(17승13패)를 기록중인 LG는 올 시즌 KT전에서는 유독 재미를 보지 못했다. 1R 창원 홈에서 77-94로 대패하더니 3일 간격으로 맞붙은 2-3R 맞대결에서도 각각 63-74,67-72로 패배했기 때문이다. 점수 차이를 보면, 1R를 제외하고는 박빙으로 보이지만, 경기 내용은 LG의 완패였다.
차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창원과 부산을 홈으로 쓰고 있어 ‘라이벌’이라고도 불리는 LG와 KT. 하지만, 올 시즌 유독 LG가 KT전에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KT전에서 이어지는 ‘문태영 실종사건’
LG의 경기력에서 문태영이 차지하는 비중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수비보다도 공격에서 문태영의 비중은 상상 이상이다. 가드든 포워드든 센터든 ‘문태영에서부터 시작해서 문태영에서 끝난다’는 말이 나올 만큼 문태영은 공격의 핵심이다. 12월 30일 경기 직전까지 평균 21.43점으로 득점 1위에 올라있지만, 7.67리바운드(7위)-3.27어시스트(17위)-1.73스틸(2위)로 득점 이외에 부분에서도 두각을 보일 만큼 만능 플레이어다.
그러한 문태영이 KT만 만나면 고전을 한다. 1R 13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2R 14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3R 15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평균으로 따지면, 14점 5리바운드 3.67개 정도의 수치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득점의 저하가 눈에 두드러진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에 올리는 득점이 거의 없고, 이미 승패가 갈린 상황에서 그나마 체면치레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문태영에게 KT는 커다란 산과 같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김영환-송영진-박상오-김도수 등으로 이어지는 KT의 포워드진에 ‘돌림 수비’의 영향이 크다. 특히 높이가 있는 송영진과 힘이 돋보이는 박상오가 문태영의 수비로 나오면, 유독 고전하는 양상을 보인다. 다른 팀의 경우에 비해 유독 포워드 자원이 넘치는 KT의 힘이 빛나는 대목이다.
골밑의 집중견제를 못 도와주는 슈터들
문태영 이외에 유독 LG가 KT에게 고전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3점슛이다.
LG는 기본적으로 외곽에서 조상현-강대협으로 이어지는 슈터들의 3점포가 원활하게 터져야 경기를 쉽게 풀어가는 팀이다. 특히 최근 문태영에게 상대 수비가 집중되면, 외곽에 찬스가 반드시 생기기 때문에 이러한 찬스를 반드시 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3점포 역시 유독 KT전에서는 잘 먹혀 들질 않는다. 그나마 1R에서 강대협이 3점슛 3개 포함 16점을 올렸지만, 성공률은 20%(15개시도)밖에 되질 못했다. 이후 2R에서는 강대협 4점에 조상현은 아예 엔트리에 포함되지도 못했다. 오히려 이지운-전형수가 한 개씩을 적중시키며, 17%(12개 시도 2개 성공)을 기록했었다. 3R 역시 강대협 4점-조상현 2점에 오히려 백인선이 3점포 4개를 적중시키면서 24%(17개 시도 4개 성공)로 다소 나아지기는 했었다.
시즌 LG의 평균 3점슛 성공률은 32.4%(9위)로 원주 동부(31.5%)에 겨우 앞선 9위다. 여기에 성공 개수로 치면 158개로 그나마 원주 동부(163개)에 밀린 최하위다. 그렇다 쳐도 유독 KT전에서는 더욱더 침묵한다. 왜 일까?
가장 큰 이유는 KT에는 수비가 좋은 슈팅가드 조성민과 조동현이 이들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 선수의 기량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서로 번갈아 뛰면서 체력적인 안배도 가능하다는 것 역시 LG 슈터들에게는 껄끄러운 대목인 셈이다.
공격의 중심인 문태영의 부진. 여기에 골밑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 조상현-강대협 등 슈터의 침묵 속에서 LG가 KT에게는 고전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파워포워드인 백인선과 센터 알렉산더가 그나마 제 몫을 해줬다는 것이었다.
알렉산더의 경우 1R에서만 5점에 그치면서 13점을 기록한 브래드 쇼에 밀렸을 뿐, 2R에서 19점 6리바운드-3R에서 8점 12리바운드로 그나마 LG의 자존심을 지켜줬었다.
여기에 백인선 역시 문태영에게 수비가 쏠린 기회를 살려 1-2R에서 12점씩을 오렸고, 3R에서는 무려 17점(3점슛 4개)을 올리는 등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었다.
비록 문태영과 3점포는 유독 KT를 상대로 침묵했지만, 골밑을 지키는 두 선수의 활약은 나름대로 LG에게는 그나마 ‘비빌 언덕’이었던 셈이다.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빛난 투혼
12월 30일. 2009년을 마무리하는 즈음 LG는 다시 한 번 사직에서 KT와의 맞대결을 펼쳤다. 그러나 이날은 가뜩이나 상대전적과 심리적인 요인에서까지 밀리는 LG에게 악재가 또 하나 겹쳤다. 바로 크리스 알렉산더가 ‘난투극 징계’에 의해 이날 경기에 못나오게 된 것. 여기에 강대협 역시 종아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조차 제외됐다.
그러나 이날은 문태영(40분 출장 24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2스틸)의 존재감도 돋보였고, 모처럼 조상현(20점 3점슛 4개)도 제 몫을 해줬다. 비록 알렉산더의 결장으로 리바운드에서는 29-37로 밀렸지만, 한 번 해볼만한 승부였던 셈이다.
이러한 박빙의 승부 속에서 4쿼터 1분 8초를 남기고 역전에 성공하면서 LG는 드디어 한 번 KT를 꺾을 기회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결국 제스퍼 존슨의 슛을 막지 못해 다시 한 번 5점차 패배를 당하고야 말았다.
비록 올 시즌 KT 전 4전 4패의 아픔을 맛본 LG였지만, 적어도 이날만큼은 희망적인 대목 역시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선수 누가 들어가고 빠지는 것보다도 결국 선수들의 ‘정신력’이 있다면, 어떤 팀이라도 이길 수 있다는 소득을 얻은 것이 아마 이날 LG의 가장 큰 수확이 아니었을까?
바스켓코리아 / 사진 KBL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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